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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히트치고, 나는 예뻐지고!

드라마 속 화장품 PPL?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한 욕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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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작사만, 또는 브랜드만 떼돈 벌어 헛헛해지는 PPL 말고, 보기만해도 행복하고, 예뻐지는 캠페인이라 할만큼 ‘건강한 욕망’의 PPL이 앞으로의 추세이길!

캡션_ SBS 태양의 후예.jpg
SBS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장면 1
멀고 먼 시간 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20여년 만에 재회한 형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다 느닷없이 스테이크전문점으로 이동한다. 형제는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심지어 대화 중에 "여기 스테이크 괜찮아"라는 대사도 나온다. (tvN 드라마 <나인>)

 

장면 2
미래를 약속한 남녀 주인공.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여주인공의 말에 남주인공은 “방 좀 알아봐야겠다”며 휴대폰을 꺼낸 후 부동산 앱을 켠다. (SBS 드라마 <용팔이>)

 

장면 3
남녀 주인공이 김치통을 옮겨 냉장고에 넣으며 구조에 대해 친절하게 서명한다. 남주인공은 "김칫독 좀 파묻으려고 했더니 할 일이 없네."하고 편리함을 탓하며 투덜거린다.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웃지도 못할 세 장면의 공통점은 모두 모두 간접광고(PPL)제품을 위한 '뜬금포'. PPL(Product PLacement)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소품으로 등장시켜 이미지, 제품명, 브랜드명 등을 홍보하는 광고 방식이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드라마왕국 대한민국에서 현 제작구조상 PPL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어찌하오리까’를 연발한다. 하지만, 억지스러운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치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제작진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PPL을 위해 출연진이 툭하면 등산을 떠나거나, 건강식품 브랜드의 광고를 위해 등장인물들이 과할 정도로 효자효녀가 되는 설정도 흔히 볼 수 있다. 몇 해 전 방송된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드라마 제작자 앤서니 킴(김명민)이 주인공이 죽기 직전에 PPL제품인 오렌지주스를 먹이기 위해 작가를 윽박지르는 장면은 PPL의 딜레마에서 고민하는 제작진의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한 것.

 

드라마 PPL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자동차, 커피, 휴대폰, 화장품 중 드라마 전개상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카테고리는 역시 뷰티 브랜드. 비교적 독자들 뒷목을 잡게 하는 뜬금포 스토리를 피할 수 있는 다목적 아이템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여주인공을 통해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스타일을 노출할 수도 있고, 신제품을 소개할 수도 있으며, 이 여세를 몰아 주인공 이름을 따서 ‘전지현 립스틱’, ‘공효진 파데’처럼 판매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드라마 제작진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간지 나게’ 만들 수 있는 장치기도 하다. 또한, 시청자들은 새로운 신제품 정보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이템이다.

 

드라마가 화장품 PPL로 재미깨나 본 사례들이 많아 웬만한 기대작에는 뷰티 브랜드들이 스폰서로 줄줄이 붙는다. 브랜드에서는 해당 제품이 드라마에 노출되거나, 에피소드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 회당 최소 수천 만원에서 억대 제작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에 아주 민감하다.

 

지난해 방송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PPL을 지원한 브랜드 중 자동차, 가전제품, 건강식품 등 대부분 성공했지만, 특히 라네즈는 제2의 황금기를 맞았다. 송혜교의 투톤 립스틱은 국내 판매뿐만 아니라, 중국 인기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이치몰에서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효과를 거뒀다.

 

1-1 SBS캡처.bmp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한 장면


2 SBS캡처.jpg
SBS <질투의 화신>의 한 장면


3 tvN 캡처.jpg
tvN <도깨비>의 한 장면

 

헤라는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자사 모델인 여주인공 심청 역의 전지현을 통해 다양하게 노출하고 있다. 심청이 화장을 할 때마다, “오우, 우리 청이 왜 이렇게 예뻐졌어?” 같은 대사가 나온다(물론 여성시청자가 보기에도 오오~소리가 나올 만큼 예뻐지기도 했다). 사용하는 립스틱, 쿠션파운데이션 등은 모두 연관검색어로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공효진 브랜드로 유명한 클리오도 SBS <질투의 화신> PPL을 통해 큰 효과를 거뒀다. 극중 우울한 표나리가 이화신 기자(조정석)의 손을 잡고 화장품 매장에 가서 “기자님, 나 이거 사줘용~” 하고 립스틱을 뽑아 든 장면은 우울할 때 화장품 매장에 들러 기분전환을 하는 여성의 심리를 적중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tvN <도깨비>에서 지은탁(김고은)의 순수한 이미지를 살리는 소품으로 사용된 랑콤 립스틱 ‘100일 말린 장미’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방영 이후, 매진과 재입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신생 브랜드의 이름을 널리 알려 성공한 예도 있다. 저승사자 이동욱과 러브라인을 이루고 있는 써니 역의 유인나가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지난해 말 국내 론칭한 메이크업브랜드 '어딕션'. 쿨한 치킨집 사장 써니는 전화번호를 알려줄 때 아이라이너로 휘갈겨 쓰기도 하고, 첫 데이트를 앞두고 아이섀도우 팔레트를 늘어놓고 고심하며 선택하기도 한다. 로고가 노출되지 않아 방영 당일 유인나 섀도우 팔레트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뷰티 브랜드의 PPL이라고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뷰티 브랜드 PPL의 유일한 단점은 ‘모 아니면 도’라는 것! 모두가 송혜교 립스틱, 공효진 파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종영한  JTBC <마담 앙트완>에 등장한 C 브랜드는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사례. 또한, 지난해 SBS <닥터스>에서는 유명화장품 브랜드 모델인 두 여주인공이 경쟁적으로 화장품 매장을 들락거리거나, 화장품 사용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원하는 화장품 PPL의 조건은 뭘까? 첫째는, 극을 재미있게 하고, 자연스러운 소품 또는 양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제품이 주인공인가 싶을 정도로 극 전체를 뒤흔들 만큼 억지스러운 전개를 하면, 극의 몰입도를 방해할 뿐 아니라 작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윈윈이다. 바로 ‘드라마는 재밌고, 너(브랜드)는 돈 벌고, 대신에 나(시청자)는 예뻐지고’ 처럼 말이다. 드라마제작사만, 또는 브랜드만 떼돈 벌어 헛헛해지는 PPL 말고, 보기만해도 행복하고, 예뻐지는 캠페인이라 할만큼 ‘건강한 욕망’의 PPL이 앞으로의 추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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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화정(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퐈정리 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며 패션지 with, 마이웨딩과 조선일보 화요섹션에서 스타일 전문 기자로 일했다. 뷰티, 패션, 레저, 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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