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역시나 대단한 스팅(Sting)

스팅 〈57TH & 9TH〉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좋은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은 거장의 이름과 이력이 주는 아우라를 배제하고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image2.jpeg

 

오랜만의 록 사운드다. 그것도 꽤나 단순한 록 사운드다. 연극에 기초해 제작한 전작 <The Last Ship>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다채롭게 팝의 여러 컬러들을 선보여왔던 그간의 Sting을 고려해보면 <57TH & 9TH>는 색다르게 다가온다. 기타, 베이스, 드럼만으로 사운드를 직조하기도 하고 간편하게 곡을 전개시키기도 하며 강한 완력이 유려한 멜로디를 압도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앨범에는 폴리스에서의 순간들과 겹치는 순간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펑크와 뉴웨이브 사운드의 기초가 되는 미니멀한 곡 구성, Police의 작품에서 많이 보였던 공간감 있는 기타 톤, 강렬하게 소리치는 Sting의 보컬, 잊지 않고 등장하는 레게 풍 록 스타일 등의 성분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아티스트를 충분히 연상케 한다.

 

물론 그 당시만큼이나 사운드가 맹렬하게 울리거나 이리저리 튀어 다니지는 않는다. 코러스가 어렴풋이 폴리스의 「Don’t Stand So Close To Me」를 떠올리게 하는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와 강렬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팝 록 스타일의 「50,000」, 후기 Police처럼 여러 기타 리프들이 어지럽게 겹쳐진 「Petrol Head」가 록의 기조를 노출한다마는 이전과 비교하면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월드뮤직까지 어렵지 않게 손을 뻗었던 넓은 범위의 음악 스타일과 오랫동안 유지해 온 팝적인 감각이 여전히 <57TH & 9TH>의 곳곳에 남아 앨범을 거칠지 않게 다듬는다. 「Heading South On The Great North Road「와 「If You Can’t Love Me」를 거쳐 「The Empty Chair」로 이어지는 록의 노선을 조금은 비껴간 트랙리스트 중 후반부의 곡들에서도 물론이거니와 「Down, Down, Down」, 「Pretty Young Soldier」와 같이 팝 터치가 적잖이 들어선 록 트랙들에서도 부드러운 Sting의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다.

 

록 사운드를 뽑아내는 Sting도, 팝 사운드를 선사하는 Sting도 이 앨범에 모두 담겨 있다. 둘 이상의 스타일이 적당히 들어선 이 음반을 두고 그 성격이 다소 애매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분산되어 보이는 작품 전체의 사운드 테마는 아쉬운 요소로도 다가온다. 그러나 그보다는 균형감이 좋은 앨범이라 얘기하고 싶다. 괜찮은 배합이 만들어 내는 장점은 단점을 어렵지 않게 가린다. Sting은 오랫동안 팝 아티스트로서 보여온 익숙한 컬러도, 그보다 더 오래 전 펑크, 뉴웨이브 아티스트로서 보인 이제는 낯설다 싶은 컬러도 한 작품 안에 잘 섞어내고 배치해낸다. 강한 록의 터치가 러닝 타임을 지배하는 순간에도 마냥 거칠기만 한 형상을 이끌어내지 않으며, 반대로 팝적인 접근이 전반에 짙게 내리 앉은 시점에서도 그리 밋밋한 모양새로 결과물을 꾸려가지 않는다. 개개의 곡에도 전체의 트랙 리스트에도 적용된 안정감이 다분히 돋보인다. 간만의 노선 변동이기에 다소 어색할 법도 한 Sting의 변화가 모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57TH & 9TH>에는 여러 의미가 내재돼있다. 이력 내내 Sting이 보장해 온 훌륭한 수준의 송 라이팅과 사운드 메이킹으로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신뢰를 유지해 나간다는 의의가 첫 번째고, 사운드 실험으로 디스코그래피에 또 한 번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의의가 두 번째다. 여기에 폴리스 시절을 닮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반가움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그 다음으로 들 수 있겠고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신보를 제작해내는, 감각 젊은 돌발성을 내비쳤다는 점 또한 이 맥락에서 빠뜨릴 수 없겠다. 물론 좋은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은 거장의 이름과 이력이 주는 아우라를 배제하고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잘 만든 앨범. 역시나 대단한 Sting이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언어, 민주주의의 처음과 끝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렇기에 잘못 사용한 언어는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노무현ㆍ문재인 두 대통령을 말과 글로 보좌해온 저자 양정철은 이 책에서 민주주의 관점에서 언어를 분석한다.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한 언어가 얼마나 반민주주의적인지 날카롭게 비평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제1회 뉴베리상 수상 작가 헨드릭 빌렘 반 룬이 ‘관용’을 주제로 풀어낸 색다른 역사 이야기. 반 룬은 이 책에서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불관용이 빚어낸 세계사의 잊지 못할 장면들을 되짚으며, 무지와 편견이 인류사에 남긴 흔적, 비극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오늘 뭐 먹이지?

소아청소년과 의사 닥터오와 솜씨 좋은 엄마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유아식.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소스와 장을 직접 만들고 엄마의 정성이 담긴 밥, 국찌개, 반찬, 특식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오늘은 뭘 먹여야 되나 고민 될 때 펼쳐보면 좋은 레시피가 한 가득!

'아일랜드의 보물' 메이브 빈치의 유작

아일랜드 해안의 작은 호텔 스톤하우스를 배경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 소설. 제각기 사연을 지닌 이들의 아주 평범하고도 특별한 일주일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파가 몰아치는 차가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책.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