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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어른스러워진 만큼 평범하게

악동뮤지션 〈사춘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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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평범하기에 다수의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음색은 완벽히 정돈된 음정, 박자, 호흡과 합일하여 이번에도 적시타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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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평범함’을 향해가는 과정인 것인가. 창의적인 소재와 남다른 시선을 지니고 있던 악동뮤지션(AKMU)은 <Play>를 통해 그들만의 동심을 뽐낸 이후, 완연한 어른이 되기 위한 2차 성징을 겪는다. 지난 봄 발매됐던 <사춘기 상>이 성숙한 음성을 들려주었다면 본 앨범은 이야기 후반부의 결정타를 선보이려는 듯 더욱 진득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다. 감수성의 농도가 짙어지는 사춘기의 절정을 나타낸다.

 

타이틀곡 「오랜 날 오랜 밤」이 그러한 부적 정서를 대표한다. 가을 향취를 물씬 풍겼던 「시간과 낙엽」의 호소력을 계승하는 이 곡은 겨울의 계절감을 특화한 발라드 넘버이다. 「Canon」의 멜로디를 차용하는 기법으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미하여 감미로운 코드워크를 어필한다.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집에 돌아오는 길」, 「그때 그 아이들은」 등이 같은 맥락의 감정선을 이어간다. 작사, 작곡을 맡은 이찬혁의 메시지가 각 곡에 오롯이 새겨져 순수를 머금는다.

 

속 깊은 노랫말들의 가지런한 배치는 따스한 온정을 선사하지만 그것이 전작들만큼의 매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악동뮤지션의 정체성을 상징하던 ‘위트’의 결여로 인한 현상이다. 색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하던 「인공잔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등에서의 유희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캠코더에 담은 생애를 생방송에 비유한 「생방송」이 은유의 산뜻함만을 부여할 뿐 「리얼리티」, 「못생긴 척」 등의 곡들은 일차원적인 사유만을 남기고 있다. 소재의 부족 혹은 창의성 도태로 인한 산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앨범을 이끄는 힘은 두 남매의 유능한 보컬이다. 너무도 평범하기에 다수의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음색은 완벽히 정돈된 음정, 박자, 호흡과 합일하여 이번에도 적시타를 터뜨린다. 어른스러워진 -그렇기에 평범해진- 소년의 상상력은 능란한 하모니 덕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춘기 하>를 마지막으로 군입대를 택한 이찬혁.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가사를 저작하고 싶다는 갈망의 당위가 음반의 결점을 통해 드러난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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