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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

더치페이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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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직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두 개의 대립된 경제 체제가 존재한다. 바로 ‘법인경제’와 ‘서민경제’다. 그 중 ‘법인경제’의 핵심이 ‘법인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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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서 식당에 가 보면 입구에 식권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종업원 수를 줄여서 비용절감을 할 수도 있고, 계산대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런데 이 식권판매기에 또 하나의 숨겨진 역할이 있다. 바로 더치페이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를 다 하고 식사비의 총액에서 자기가 먹은 것을 나눠 내는 것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자기가 먹을 것을 미리 계산하고 먹는 것이 덜 번거롭다. 일본인들의 더치페이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언제부터 어떻게 더치페이가 보편화 되었을까?


30년 전만 해도 일본도 연장자나 직장 상사, 그리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계산하는 풍조가 강했다. 거기에 기업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접대문화’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랬던 것이 1990년대 초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해 극심한 불황과 저성장 시대를 겪으면서 개인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업무추진비가 한꺼번에 삭감되면서 더치페이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 마침 일본에서도 법 준수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에 대한 접대와 민간기업이라도 거래처와의 식사를 엄격하게 관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한국에서는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이 법을 만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의 관습상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규정과 그 적용 대상 등에 있어서 여전히 논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법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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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왜 ‘더치페이법’일까?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법인 59만 1,694곳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9조 9,685억 원이었다. 기업 접대비는 2008년 7조 502억 원이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사이에 4조 원 가까이 늘었다. 경제가 어렵다느니 불황이니 해도 접대비는 증가한 것이다. 특히 유흥업소에서 쓴 접대비가 1조 1,418억 원에 이른다. 법인카드로만 쓴 것이 이렇다.


한국에서는 아직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두 개의 대립된 경제 체제가 존재한다. 바로 ‘법인경제’와 ‘서민경제’다. 그 중 ‘법인경제’의 핵심이 ‘법인카드’다. 한국 기업 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접대문화’와 맞물려 기업들의 법인카드 남용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접대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뢰관계도 깊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약한 존재다. ‘접대’에 익숙해지면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계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접대가 일방적이다 보니 항상 같은 사람이 지불하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부적절한 관계, 부적절한 청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시범사례로 적발되지 않기 위해서 대단히 조심하는 분위기라 한다. 심지어 친한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각자 먹은 것을 각자 계산하는 정도이니 말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선후배 관계나 갑을관계가 강한 편이라 선진국처럼 ‘더치페이’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국도 일본처럼 몇 년째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2% 미만의 저성장 시대로 돌입한 이상 개인과 기업의 소비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 속담 중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조금은 정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법이나 불황 때문이 아니더라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여러 면에서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타마키 타다시 저 | 스몰빅인사이트
이 책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의 시기에 일본의 기업과 국민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낸 방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에 거주하면서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이 전문가적 식견으로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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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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