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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2016년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작품과 함께 배우들을 만났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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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기사로 특별히 준비해 봤다. 올해 <윤하정의 공연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2016년 최고의 공연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기자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작품과 함께 배우들을 만났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인터뷰는 공적으로 만나 다소 사적인 얘기를 하는 꽤 애매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기사를 쓸 때도 분명히 들었으나 알아서 거르거나, 표현을 바꾸거나, 좀 더 갖춰진 문장으로 표현하곤 한다. 기사로 노출된, 적절히 편집된 질문과 답변이 나오기까지는 가벼운 농담부터 무대 안팎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얘기,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까지 오가다 보니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배우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어떤 사건의 뒷얘기를 알게 될 때도 있고, 이 배우에게서 저 배우의 근황을 들을 때도 있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 전체적인 기사의 맥락을 위해 아쉽게 기록되지 못하는 법. 그래서 2016년 마지막 기사로 특별히 준비해 봤다. 올해 <윤하정의 공연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모습, 그 못 다한 이야기!  

 

베이글남 고은성, 피에로 사진은 비빔면 두 개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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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 출연을 계기로 공연과 방송을 오가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고은성 씨. 얼굴은 소년인데 체격은 매우 건장해 이른바 ‘베이글남’으로 불리는데, 특히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며 좋아하는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서 몸이 ‘돌연변이’ 수준이란다. 그런데 이런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대표적인 프로필 사진이 <위키드>의 피에로 아닐까. 실제로 이 사진은 주위에서도 ‘흑역사’라 부른다고. 최근 만난 고은성 씨는 촬영 전날 밤 먹은 비빔면 2개가 그렇게 큰 타격을 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잠깐의 행복으로 그렇게 됐다고. 그 뒤 그는 촬영 전에는 염분 섭취를 제한한다. 배가 고파도 고구마와 우유만 먹었더니 확실히 사진이며 화면이 잘 받는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이재균, <쓰릴 미> 때 쓰러졌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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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극 <청춘예찬>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흩뿌리고 있는 이재균 씨는 팬들 사이에서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는, 밖에 구급차를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배우’로 유명하다. 뮤지컬 <뉴시즈>에서도 1막 마지막에 ‘산타페’를 부르다 ‘사시’가 된 적이 있다고. 무대에서 계속 뛰다 높은 계단까지 타고 올라갔더니 숨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더란다. 이런 모습이 더욱 아슬아슬한 것은 그가 몇 년 전 <쓰릴 미> 공연 중 잠깐 쓰러진 적이 있기 때문인데, 뒷얘기는 이러했다. 리처드가 감정을 발산하는 장면이었는데, ‘안으로 살짝 가지고 있어 보라’는 연출의 제안을 따르다 그만 꼴깍 넘어갔다고. 그 일로 주위에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데, 관객들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이 모습이 이재균 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김무열, 강동호.. 배우들의 멋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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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대에서 특히 반가웠던 두 배우는 바로 김무열 씨와 강동호 씨가 아닐까. 아니, 그들의 멋진 변신이 반가웠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이겠다. 남동생처럼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강동호 씨는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쓰릴 미>의 리처드로 근사하게 변신했고, 2008년 <쓰릴 미>를 함께 연기한 이후 주로 댄디한 역할만 맡아왔던 김무열 씨는 같은 공연장의 위층에서 <얼음>의 욕쟁이 형사로 파격 변신을 하지 않았겠는가. 물론 하반기에는 <키다리 아저씨>와 <곤 투모로우>에서 각각 특유의 부드러움과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줘서 더욱 반갑기도 했다.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난 강동호 씨가 너무 남자다워져서 낯설다 했더니,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위한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혹 기자처럼 낯설어 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하나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니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보자!

강동호, 강영석의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닦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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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쓰릴 미>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페어는 ‘강동호-강영석’. 인터뷰 때 강동호 씨가 했던 말처럼 강영석 씨는 ‘잘 안 지고 자기 할 말 따박따박 다 하는 네이슨’이라 긴장과 불안이 가중되며 묘한 감동을 선사했던 무대였다. 그런데 극 후반 강영석 씨가 연기에 몰입해 눈물, 콧물을 다 쏟았다. 연기할 때 콧물만큼 처리 곤란한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관객들도 조마조마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데, 강동호 씨가 직접 손으로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닦아주는 게 아니겠는가. 이 모습에 내심 감동한 기자는 몇 달 뒤 강영석 씨를 인터뷰하게 돼서 얘기를 꺼냈더니 “그런데 형이 콧물 먼저 닦고 그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시더라고요.”라며 빙그레 웃었다(웃음). 참, 강영석 씨와 인터뷰 때 있었던 많은 일들은 이번 기사에서도 밝힐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인터뷰가 노래보다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 

 

남자배우들이 인정한 잘생긴 남자 이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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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마 돈 크라이> 연습실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이 작품으로 데뷔한 드라큘라 역의 이창엽 씨가 아닐까. 스스로 외모지상주의자라고 말하는 김호영 씨는 비주얼이 훌륭해서 이창엽 씨와만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고, 강영석 씨도 이창엽 씨가 너무 잘생겨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누군가는 대학로를 걷다 빛이 나기에 바라봤더니 이창엽 씨였단다. <잃어버린 얼굴 1895>로 이창엽 씨를 직접 만나 외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더니 말갛게 웃으며 ‘부모님께서 주신 시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맨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뛰어다니다 무대에서 매혹적이고 멋있는 인물을 연기하니까 친구들은 배꼽 잡고 웃었다고. 그래서일까, <블랙 메리 포핀스>의 안은진 씨를 인터뷰할 때 동문인 이창엽 씨 얘기를 꺼냈더니 ‘창엽이는 동갑인데 제가 하늘같은 선배죠!’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웃음)!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연기하는 전역산, 혹 이미지 굳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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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가 드래그 퀸 등 여장을 하는 작품은 많지만, 그냥 여자 역할을 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전역산 씨는 뮤지컬 <난쟁이들>의 신데렐라, <젊음의 행진>의 상남이로는 10년째 뻔뻔하게, 그것도 여배우보다 더 예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을 많이들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혹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법도 한데,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굳어지면 어때요, 제가 뭐라고(웃음).”라고 말해 전역산 씨에 대한 응원지수를 더욱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기자의 녹음기에 대고 뮤지컬 관계자들을 향해 크게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감성적인 멜로를 살릴 수 있는 역할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고, 노래도 ‘엄청’ 늘었다고, 라이선스 작품에 ‘나만큼’ 어울리는 얼굴이 있느냐고!    

 

여장하면 정말 예쁠 것 같은 조풍래,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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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블로그>를 통해 만난 조풍래 씨는 서울예술단 작품으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사우디 기름왕자’ 같기도 하고. 실제로 중동이나 인도에서는 현지인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눈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여장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더니 대학 때 여장 1등이었단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여장을 해서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많다고 설득해봤지만, 여장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굳건했다. 그런가하면 <올드위키드송>으로 만난 이현욱 씨 역시 선이 고와서 여장을 하면 예쁠 것 같다고 했더니, 대학 때 해봤는데 순해 보일 줄 알았더니 기분 나쁘게 생겼다고. 언젠가 <헤드윅> 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허벅지 근육이 더 걱정이란다!

 

이현욱에 대한 오해, 귀엽다? 음치다?


최근 ‘연인초대석’으로 공연된 <올드위키드송>에서 이현욱 씨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귀여웠느냐’고 묻는 관객이 있었다. 인터뷰 때 그는 평소에 잘 웃지도 않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무대에서 애교를 부리는 건 마치 속옷만 입고 서 있는 것처럼 수치스럽다고. 하긴 무대 위 이현욱 씨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귀여우니 이건 연기를 무척 잘하거나 스스로의 성향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그를 음치로 아는 사람도 많다. 피아니스트인 스티븐이 초반부터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이상해서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했는데 다들 음치로 알더라고. 이현욱 씨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않지만 못 부르지도 않는다는데, 음치로 오해받는 이 억울함을 풀려면 커튼콜 때 제대로 시원하게 부르거나 다음 작품을 뮤지컬로 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또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이면 ‘코가 무척 오뚝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코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현대의학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순둥이 박영수, 이지나 연출 작품에서는 사이코패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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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필두로 서울예술단 작품에서는 주로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무대에 오르는 박영수 씨. 그런데 <더 데빌>, <마마 돈 크라이> 등 외부 작품에서는 악마나 드라큘라 등 전혀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그를 바꾼 것은 이지나 연출이었다. 박영수 씨의 눈에 사이코패스 느낌이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지나 연출의 <잃어버린 얼굴 1895>, <곤 투모로우>에서도 박영수 씨는 여느 작품과는 다른 고종이긴 하다. 결국 이지나 연출이 캐릭터 변신을 이끌어준 셈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박영수 씨가 <바람의 나라>에서 무휼에 도전했을 때는 ‘그 작품이 만약에 다시 올라간다면 생각해보자’는 답이 왔다고. 아직 고영빈 씨 자리를 내줄 수는 없는가 보다(웃음)!   

 

까칠해 보이는 정상윤, 실은 허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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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인터뷰하기 힘든 배우들이 있다. 말을 지극히 아끼거나, 낯가림이 심하거나, 이른바 까칠한 사람들. 상당히 내성적이고 까칠한 것으로 알려져 인터뷰 전에 내심 걱정했던 배우가 정상윤 씨였는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자신은 낯가림이 있을 뿐 무뚝뚝하거나 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함께 <살리에르>를 연기했던 최수형 씨(인터뷰하기에 참 좋은 배우다.)보다 외향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윤 씨에게는 여러 이미지가 있는데, 무척 따뜻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서민적이지 않아 보여 유학파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현석 셰프와 비슷하다’는 말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내가 낫지 않나?’라며 ‘허세’마저 닮은 모습을 보였다. 정상윤 씨의 의외의 모습, 하지만 다음에 인터뷰할 때는 유쾌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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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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