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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당신과 음악의 거리를 좁히는 일”

‘가일 플레이어즈’ 리더이자 ‘클래식 포 유’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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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처음 접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는 관객과 음악만 내리 공부한 저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형성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주 전에 곡에 대한 해설을 하기 시작했죠.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도슨트가 있다.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이다. 낯선 미술품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관람자의 관심과 수준도 중요하지만, 도슨트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나는 말했다. “아! 그러니까 음악 도슨트시네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어머,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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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직접 해설을 하는 걸 힘들어 하죠. ‘기가 빠져 나간다’라는 일설도 있고, 연주로 인한 긴장감으로 인한 간단한 말실수가 연주에 지장을 준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김수연 씨는 너무나도 능숙하게 해설도 연주도 도맡아 하더라고요.


연주나 해설이나 무대에서 떨리는 건 매한가지에요. 저도 한국연주자들이 밟는 정통 코스를 밟았어요. 이때는 누구나 같은 꿈을 꾸어요. 유명악단에 입단하거나 안정된 교직에 들어가고 싶어 하거나요. 어느 날 ‘모두가 하나의 길만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여기서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주자를 꿈꾸며 공부했지만, 무대는 한정적이고요. 그래서 연주회를 스스로 기획하고, 연주장소를 가리지 않기로 하니 자연스레 다양한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처음 접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는 관객과 음악만 내리 공부한 저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형성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주 전에 곡에 대한 해설을 하기 시작했죠.

 

김수연의 ‘클래식 포 유’ 중에서

해설을 위해 ‘마이크’를 잡는 것과 연주를 위해 ‘활’을 잡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어렵나요?


이젠 해설 안 하고 바로 연주하면 불안해요. (웃음) 해설은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고, 연주는 두 눈을 감고 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죠.

 

해설을 위해 책도 많이 읽을 것 같습니다.  


책 사는 욕심이 읽는 욕심으로 이어져야 하는데???.(웃음) 최근에는 문학수의 『더 클래식』을 읽었어요. 곡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음반도 소개되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책입니다. 유시민의 『공감필법』도 너무 재밌고 읽었고, 김훈의 소설들도 좋아합니다. 『공감필법』은 시원하고, 김훈의 글은 늘 새롭죠.   

 

클래식 토크콘서트 ‘클래식 포 유’를 기획?진행해오며 여러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연주와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는데요, 잊지 못할 게스트가 있다면?


2014년 때 피아니스트 김준 씨(군산대 교수). 이런 말을 했어요. “연주자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다. 아주 빼어난 테크닉, 아니면 가슴을 향하는 감수성”이라고요. 김준 씨는 그날 베토벤(1770~1827), 프로코피예프(1891~1953) 등 상당히 아카데믹한 곡을 연주했어요. 클래식을 쉽게 접하고 싶어 온 관객들이 많은 시간이었는데,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나왔어요. 김준 씨가 지닌 음악에 대한 진실 된 자세가 관객들을 녹인 거죠.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은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대중화나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강의, 해설집, 인터넷 자료, 음반 등이 나올 만큼 나온 시대예요. 그래서 ‘준비된 관객’들도 많고요. 그래서 이젠 ‘이것이야말로 진짜 클래식 음악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더로 있는 앙상블 ‘가일 플레이어즈’의 공연들 중에 2015년 <패밀리 렉처 콘서트>가 기억나네요. 부모와 자녀들이 많이 온 공연이었어요. 연주전의 악기소개는 쉽고 재밌게, 하지만 연주곡은 모차르트(1756~1791), 슈만(1810~1856), 아렌스키(1861~1906), 존 루터(1945~) 등이 작곡한 무게가 있는 곡들이었어요. 학생들이 재미없어 할까 봐 우려되긴 했는데, 오히려 자녀들의 학습과 공부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그런 음악을 자녀가 듣고 반응하는 것에 더 좋아하더라고요.

 

관객과 성공하는 소통이란 어떤 것인가요? 느낌이 딱 올 때가 있지 않나요.


연주 중에 관객석을 볼 때 간혹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계세요. 감정을 순화시키고, 그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이 눈물이잖아요. 연주 전에 곡의 배경과 사연을 해설하면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이입하며 듣는 관객들이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 마음을 움직이고, 그 감동은 직접 볼 수 있는 눈물로 드러나는 것이죠.

 

겨울에 어울리는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소나타를 꼽는다면?


시벨리우스(1865~1957)와 스트라빈스키(1882~1971)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요. 차디찬 날이 서 있는 느낌이 겨울과 잘 어울려요. 그리그(1843~1907)가 작곡한 세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소나타 2번 역시 겨울과 잘 어울립니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작곡가인데, 모두 추운 나라의 작곡가들이에요. 북유럽 특유의 추위. 머리가 맑아지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라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음악에도 어딘가 포근한 면이 있는.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얌폴스키(피아노) 

바이올린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악기를 잡았으니 전공자로서는 엄청 늦은 거였죠. 그 때 특활시간이 있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바이올린부에 가입할 학생들 손을 들어보라고 하는 거예요. 손을 번쩍 들었죠. 사실 바이올린이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어머니가 피아노를 전공하셨는데, 집에 와서 바이올린부에 가입했다고 하니 “수연아, 바이올린이 어떻게 생긴 건지나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굉장히 적극적인 학생이었나 봅니다.


아니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책 읽는 것도 못했어요.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었죠. 그런데 바이올린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중학교 때 진로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어머니가 딱 한 말씀만 하셨어요. “서울예고에 진학 못하면 바이올린을 접는 게 나을 게다”라고요. 늦은 결정이었고,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분야이니 자녀의 재능과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던 것이죠.

 

“음악가들 중에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성격이 가장 예민하다”는 속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높은 음을 계속 듣고, 내야 하니 그렇게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예민해선 세상살이가 힘들더라고요.(웃음) 더군다나 공연장보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연주해야 하는 저의 입장에선 예민하면??? 저 스스로 피곤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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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가일 플레이어즈를 창단했습니다. 계기는 무엇인가요?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 중에 ‘라주모프스키’를 굉장히 좋아해요. 예전부터 현악 4중주에 관심이 많았죠. 같이 하며 얻는 조화의 기쁨이 있거든요. 독주는 무대에서 나 혼자만 떠는데, 실내악은 나도 너도 다 같이 떨잖아요.(웃음) 현악 4중주는 정말 어려운 장르에요. 개개인의 음악성 외에 연주자들이 규칙적으로 만나야 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고요, 네 대의 악기가 모였을 때, 작지만 심장을 멎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이 있고요.


가일 플레이어즈는 현재 14명의 멤버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실내악은 2중주로 시작하여 10중주 그 이상까지 다양한 연주형태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들을 관객에게 들려줄 수 있죠.(*베토벤(1770~1827)이 작곡한 현악 4중주곡 1번부터 16번 중에 7번?8번?9번의 부제가 ‘라주모프스키’이다. 이 곡들은 라주모프스키 백작(1752~1836)에게 헌정된 곡. 라주모프스키 백작은 20년 가까이 오스트리아 빈에 주재하고 있던 러시아 대사로 정치보다 예술에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자신의 저택에 당대의 명연주자들과 함께 현악 4중주의 제2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며 즐길 정도로 음악적 수준이 높았다. ‘라주모프스키’ 곡은 이 단체를 위한 것으로, 초연도 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7번과 8번에는 러시아 민요가 등장하기도 한다)

 

베토벤 현악 4중주 7번 Op.59 ‘라주모프스키 1’. 벨체아 콰르텟 연주 (※op.는 라틴어로 작품을 뜻하는 ‘opus’의 약자. 작곡가가 생전에 몇 번째로 발표 또는 출판한 작품인지를 나타낸다)

 

가일. 무슨 뜻인가요? 


아름다움을 뜻하는 ‘가(佳)’, 하나라는 뜻의 ‘일(一)’. 즉 ‘아름다운 하나의 소리’라는 뜻이에요.

 

실내악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마지막 4중주’(야론 질버맨 감독)에서도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각각 한 명의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로 구성된 작은 세계인데도, 그 속에서의 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업에서 강의할 때, 조직과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것으로 소통과 협력을 꼽으며 그것을 음악가들은 앙상블을 통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강의하죠. 예를 들어 ‘연주할 때의 소통이란 이런 식이다’라면서, 그에 해당되는 연주를 들려주는 식이죠. 사회나 음악이나 배려와 이해가 없다면 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가일 플레이즈의 멤버들이 우선순위로 두는 건 모여서 즐기면서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이에요.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느꼈을 법한 외로움과 상처를 여기 모여 푸는 것이죠.

 

비싼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낸다는 건 정설이죠. 현악 4중주에는 두 대의 바이올린이 함께 하는데요, 만약 한 대는 정말 명품이지만 다른 악기는 급이 훨씬 낮은 악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질문이네요. 곡이 지닌 분위기에 맞춰 ‘조절’해야겠죠. 예를 들어 바흐와 같은 바로크시대의 음악이라면 당시 연주주법에 따라 비브라토(떠는 소리)를 줄인다든지 곡에 적용해볼 수 있는 컨디션을 다 실험해보겠죠. 연주자의 테크닉으로 악기의 불균형을 커버할 수도 있고요. 일단 명기(名器)는 명인한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악기 속의 빛을 꺼내는 것이거든요.

 

가일 플레이어즈는 고은사진미술관 같은 갤러리를 비롯하여 청소년 음악회, 렉처 콘서트, 크리스마스 음악회 등 여러 기획 공연을 하고 있는데요, 준비과정이 궁금하네요. 


앙상블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기연주회가 있고, 그 외에 기획공연들이 많아요. 연주회가 잡히면 멤버들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주회의 성격에 걸 맞는 프로그램을 짜고 정리하는 건 제 몫이에요. 멤버들의 기량이 공연에서 균등히 발휘되길 바라기 때문에 출연 비율을 고려하는 것도 리더로서 고민이에요. 지난 공연에서의 ‘조연’이 이번 공연에선 ‘주연’이 되어야 하거든요.

 

독주와 실내악의 차이점이 있다면?


독주는 혼자만의 무대, 혼자만의 아이디어,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반면 실내악은 나보단 남을 생각하고, 남의 소리를 들어야 하죠. 그래서 독주가 나를 위한 무대라면, 실내악은 서로를 위한 무대를 만들 때에 비로소 내가 빛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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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에 오르는 가일 플레이어즈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어떤 공연인가요?


크리스마스 이브나 크리스마스 낮에 하는 공연이라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음악을 중심으로 하죠. 이번에는 25일 7시 저녁 공연이에요. 1부에선 바흐(1685~1750)가 작곡한 ‘음악의 헌정’의 일부와 코렐리(1653~1713)가 작곡한 크리스마스 협주곡 ‘그리스도 탄생의 밤을 위하여’를 연주합니다. 그리스도 탄생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전날부터 이어져온 축제의 기분을 가라앉히며 다가올 새해의 시간을 그려보자는 의미에서 선곡했어요. 2부에선 그리그(1843~1907)가 작곡한 ‘홀베르그’ 모음곡 중 전주곡을 연주하는데요, 이 곡을 들으면 크리스마스에 주고받는 카드에 담긴 눈 내리는 풍경이 딱 떠오를 겁니다. 이외 ‘고요한 밤’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의 캐럴을 연주하기도 하고요. (*바흐는 말년에 이르러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음악을 헌정하기 위해 여러 곡을 썼다. 왕의 초청으로 1747년에 궁정을 방문했을 때 왕이 제시한 주제를 바탕으로 ‘음악의 헌정’을 작곡했다.)

 

코렐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 ‘그리스도 탄생의 밤을 위하여’ 중 아다지오. 보이스 오브 뮤직 연주(※아다지오란 ‘천천히’ ‘매우 느리게’를 뜻하는 빠르기말)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중 전주곡. 현악 앙상블 1B1 연주.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201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으로서, 그리고 가일 플레이어즈 리더로서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6년의 상반기는 제 자신에게 미안할 정도로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고, 하반기부턴 에너지를 다시 모아온 해였어요. 제가 진행하고 있는 ‘클래식 포 유’를 2014년에 브랜드로 등록했어요. 저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기에 열심히 해서 제법 콘텐츠도 쌓였고요, 음악가들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게스트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서 모든 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체감했죠. 현재 가톨릭문화원에서 진행중인 ‘클래식 포 유’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가일 플레이어즈는 매년 2회의 정기연주회를 가지려고 해요. 이를 통해 관객과 14명의 멤버들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고요.

 

지난 10월의 가을, 김수연이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던 공연의 제목은 <JOY>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가을의 시간이 너무 좋단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중년인데, 사계절에 비유하면 가을이잖아요. 그동안의 결실을 안고 있는 시간이니 풍성한 느낌이 들고, 그 수확의 기쁨을 안고 차디찬 겨울을 준비하잖아요.” 가을수확의 기쁨을 안고 준비한 그녀만의 겨울과 음악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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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현민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월간 <객석>을 중심으로 취재 및 집필 활동을, KBS 1FM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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