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

디지털 시대 출판·콘텐츠 산업의 미래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가 처음 큐레이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주변에 읽을거리가 너무 많다고 느끼면서부터였다. 디지털 혁명이 불어 닥치기 직전이던 지난 2006년, 나는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디지털 시대의 출판업, 과연 이 구시대적 산업에 미래가 있을까?

모두 알고 있듯 디지털 혁명은 오고야 말았다. 일부 산업은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출판업의 경우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음악 산업처럼 도산해버리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계속해서 감소한 종이책 판매량은 전자책 판매분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는 있었지만 가격이 여전히 불안정했다. 더욱이 출판계 종사자들의 업계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생각 끝에 나는 기술이 아니라 과잉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두 가지 과잉 문제


첫 번째 과잉은 책 자체의 문제다. 오늘날에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다. 1800년 영국에서 일주일 동안 나오는 신간도서는 12권이었지만 2014년에는 무려 2,875권이었다.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책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1800년에는 인구 1만 7,500명당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던 것에 비해 2011년에는 350명당 한 권이 출간되었다. 이 기간 동안 인구는 6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지만 출간된 책의 권수는 무려 250배나 증가했다. 문맹률이 낮아졌고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증가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연재1회_선택.jpg

 

두 번째 과잉 요소는 바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비 정제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킨들 다이렉트 플랫폼(Kindle Direct Platform)의 등장으로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게 된 이후, 출판업자만이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 결과 갑작스레 1인 출판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지금까지는 출판업자의 판매 채널 독점으로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 기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팔리던 책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13년 말, 킨들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25%가 1인 출판으로 나온 책이었고, 그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게 좋은지 알 수 없다


출판업자 입장에서는 펴내야 할 책이 너무나 많은 반면, 소매판매 기회 및 독자 규모는 너무 작은 상황이다. 출판 및 콘텐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시장이 과도하게 성숙하고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정말 좋은 책을 선별해내기가 어렵고, 결국 이것이 독자에게는 문제로 작용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출판이 가능한 시대에 만약 출판업자가 되고자 한다면 큐레이션, 즉 독자를 위해 선별하고 단순화하는 행위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사회 속에서 큐레이션은 ‘이것을 읽으세요’라는 하나의 지침일 수 있다.

 

이제 큐레이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개인의 위치에서는 물론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큐레이션은 포화 상태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즉, 뭔가를 더하지 않으면서도 가치를 높인 것이다. 출판업자와 독자 모두 밀려드는 콘텐츠에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큐레이션 전략의 핵심이 놓여 있다.


 

 

큐레이션마이클 바스카 저/최윤영 역 | 예문아카이브
큐레이션은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자, '선별과 배치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내는' 기술이다. 큐레이션은 이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의미를 넘어서서, 패션과 인터넷을 비롯해 금융?유통?여행?음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트렌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마이클 바스카

경제학 연구자, 작가, 저널리스트이자 디지털 퍼블리싱 콘텐츠 기업 카넬로(Canelo)의 발행인. 옥스퍼드 브룩스 국제 센터(Oxford Brookes International Centre) 연구원으로 영국문화원 ‘미래를 이끄는 젊은 창조 기업가’로 선정됐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여하는 ‘깁스상(Gibbs Prize)’을 받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디지털 시대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해법을 다룬 《콘텐츠 머신(The Content Machine)》 이 있다.

큐레이션

<마이클 바스카> 저/<최윤영> 역16,200원(10% + 5%)

“대신 선택하고 미리 보여줘라!”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내는 기술 이미 수많은 정보·콘텐츠·상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주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선택을 대신할 수 있는 큐레이션(Curation)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분야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하는 책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유홍준만의 글쓰기로 만나는 진짜 추사

유홍준 교수가 30여 년 추사 공부의 결실을 책으로 엮었다. 서예 뿐 아니라 고증학, 시문 등 수 가지 분야에서 모두 뛰어났던 불세출의 천재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이 책은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에 이름을 떨친 위대한 한 예술가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막말 사회에서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

막말, 갑질 등 무례함이 판치는 시대. 성공하고 싶다면 매너부터 챙겨라! 저자는 무례한 사람은 바이러스처럼 사람과 조직을 파괴한다고 경고하며, 정중함의 실질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정중한 사람 그리고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세련된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하루키 단편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트 멘시크의 '소설X아트' 프로젝트 최신 단편.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한 소녀의 평범하면서도 은밀한 하루를 그린 소설로,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화제를 모았다. 생일의 의미는 물론 인생의 의미를 묻는,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책 먹는 여우가 쓴 두 번째 탐정 소설

『책 먹는 여우』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과 ‘책 먹는 여우’가 공동 집필한 두 번째 탐정 소설이 탄생했다. 돼지 삼 남매 공장에 나타난 검은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탐정 ‘잭키 마론’ 의 활약이 펼쳐진다. 유명 동화의 주인공들로 재구성한 탐정 판타지.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