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리스, 요새 경제 상황은?

세계 1위 해운업 국가의 명과 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역사적인 유물과 에게 해의 아름다운 섬 등 국유지의 3분의 1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에 그리스의 우체국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보유 선박량만 해도 5천 척이 넘는 세계 1위의 해운업 국가로서 전 세계 해양 수송량의 1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세계 GDP에서는 단 0.4%만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해운에서는 40배나 높은 16%를 차지하고 있으니 엄청난 것이죠. (2위는 일본으로 세계 수송량의 13.5%를, 3위와 4위는 각각 중국 10.6%와 독일 7%, 한국은 5위로 4.7%)
  
최근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침체하였기에 한국의 해운사들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리스의 대형 선주들은 국제 해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여 오히려 보유 선박량을 늘리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리스의 선주들은 한국 조선사의 가장 큰 고객인데요. 중국 조선사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그리스 선주들은 한국에 주문을 주고 있는 것이죠.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조선업이 밀린 이유가 일본은 표준 모델을 대량생산해서 싼값에 내놓았던 반면, 한국의 조선업체는 그리스 선주의 요구대로 각각의 배를 다르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그리스 경제는 해운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해운회사가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페이퍼 컴퍼니는 말 그대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이름뿐인 회사로, 실제 업무를 하는 실질적인 회사는 따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운회사는 왜 페이퍼 컴퍼니를 세울까?’ 하는 의구심이 드실 텐데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담보 때문인데요. 보통 배를 한 척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수천억, 비싸면 수조 원이나 듭니다. 당연히 해운회사에 이러한 막대한 돈이 없으므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서 조선사에 주문합니다.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만일 해운회사가 갚지 못하거나 망하게 된다면 너무나도 큰 피해를 봅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려주면서 해운사가 망하든 말든 관계없이 안전할 수 있도록 배를 담보로 잡고 싶은 것이지요.
  
배를 해운회사 소유로 하면 회사가 망했을 때 기존의 다른 채권자들이 이 배를 팔아 자신의 돈을 회수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별도의 새로운 회사, 즉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이 회사가 선박을 소유하게 하고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배를 담보로 잡으면 기존의 다른 채권자가 없기에 안전하게 담보를 확보할 수 있지요.
  
둘째는 페이퍼 컴퍼니를 조세 회피 지역에 세우면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파나마와 케이만 군도에 회사를 설립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전혀 안 내도 되고, 홍콩에서는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조세 회피 지역의 국가는 대체로 작은 나라가 많은데요. 이렇게 파격적인 세금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서라도 자금을 끌어와서 파생되는 부가 이익을 얻기 위함이지요. 그래서 주인은 그리스인이지만 이들이 조세 회피 지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벌어들인 상당한 수익에 대해 그리스 정부가 과세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반면 수출 주도국인 한국은 상당 부분의 수익을 해외에서 벌어오지만, 회사가 한국에 설립되었으니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있고요.
  
조세 회피 지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에서는 이후 그리스에 지점을 내는데요. 이 그리스 지점에서 고용한 그리스 직원에게 주는 국내에서의 임금은 근로소득세를 가장 적게 낼 수 있는 액수만큼만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의 연봉이 3,000만 원이라면 연봉 1,200만 원 이하가 최저 소득세 구간이니 1,199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해외 통장을 통해 직원에게 채워주는 방식이지요.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세금을 적게 내서 좋고, 회사는 임금을 적게 주어도 되니 양쪽이 다 만족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막상 정부는 해운회사로부터 법인세를 못 거두고 개인에게는 소득세를 거둘 수 없기에 애꿎은 정부만 세금 손실을 봅니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해 해운업계에 압력을 가하고 싶지만, 만일 해운업자들이 이에 반발하여 아예 해외로 지점을 옮겨 버리면 골치 아픈 상황을 맞이하니 섣불리 행동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리스에 지사를 내서 이렇게라도 고용을 창출해주고, 이로 인해 소비가 촉진되니 이쯤에서 양쪽이 타협을 본 셈이죠.
  
한국의 경우 국세청의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어 회사원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세금도 잘 걷고 있으니 세금에 관한 한 한국과 그리스의 상황은 반대라고 할 수 있지요. 일단 국가가 잘살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과 가족과 같은 작은 울타리가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한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리스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 어느 접점을 현명하게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회사와 나라가 돈을 빌릴 때는 신용등급에 따라 빌려주는 금리가 달라집니다. 제일 높은 등급은 AAA이고, 다음으로 AA부터 A, BBB, BB, B, CCC 등으로 나뉩니다. 또 그 안에서 , 0, - 세 가지 등급으로 세분되어 있지요.
  
그리스 정부의 신용등급은 B 인데요. 보통 투자할 수 있는 등급이 BBB까지여서 B 는 사실상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 중에 만기가 1년밖에 안 남은 채권조차도 액면가의 70%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원금만 해도 1만 원인 채권이 7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인데요. 1년 후에 그리스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도 받을 수 있기에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지요.
  
그래서 그리스 1년짜리 채권에 투자한다면, 1년 후 만기 시점에 받는 금액은 원금 1만 원 이자 337원 = 10,337원 (이자 337원은 이 채권의 이자율이 3.37%이기 때문입니다) 즉, 7천 원을 투자하여 1년 뒤에 10,337원을 받으니 수익률은 무려 47%나 됩니다. 그런데도 7천 원에 거래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채권 시장에서 그리스 정부를 못 믿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오랫동안 그리스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분께서는 그리스 정부는 세금을 잘 걷지 못하고 있으니 투자하려면 민간 부문이 오히려 더 낫다고 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스 회사들이 예전처럼 방만하게 경영할 수 없는 것이 가뜩이나 해외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는데 자칫 딴짓하다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이 어렵게 되어 망할 수도 있기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죠.
  

1.png 
 

일례로 그리스의 유로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할 때 한국의 한 회사는 그리스 회사로부터 받을 외상대금을 탈 없이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직 만기일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그리스 업체는 예정된 결제일보다도 3일이나 먼저 외상대금을 송금해왔다고 합니다.
  
담당자가 왜 이렇게 빨리 보냈느냐고 묻자, 그리스 회사 측에서는 혹시라도 은행이 실수하거나 전산상의 잘못으로 하루라도 만기일을 넘기면 바로 평판이 떨어지고 안 좋은 소문이 꼬리를 물어 회사가 순식간에 휘청거릴 수 있으므로 미리 보냈다는 것이지요. 이에 고마움을 느낀 한국 회사에서는 더 많은 외상을 그리스 회사에 제공하는 것으로 화답했고요.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역사적인 유물과 에게 해의 아름다운 섬 등 국유지의 3분의 1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에 그리스의 우체국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환상적인 해안가에 있는 일정 규모의 리조트가 10억에 매물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면적과 위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겠지만, 한국의 리조트 가격이라면 최소 100억은 됩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 그리스에 투자할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부동산 가격 역시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인데요. 2009년에 비해 평균 40% 하락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가격은 2억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IMF 시기의 부동산 시장인 셈인데요. 이렇게 싼 매물이 많기에 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인이 그리스의 부동산을 많이 매수하고 있는데요. 이는 외국인이 3억 원에 해당하는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거주 허가증을 발급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허가증이 있으면 유로존 국가를 아무런 제지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거주 허가증이 만기가 되면 그리스 국적 취득도 가능하고요.
  
요즘 중국에서는 심각한 공해에 불만이 많고 자녀까지도 해외로 유학 보낼 겸해서 그리스에 투자하려는 것입니다. 새삼 중국인들의 경제력은 대단하고 그들이 보는 세계도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탐방기육민혁 저/오석태 감수 | 에이지21
이 책은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 지은이가 각 나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와 각각의 금융 현상을 이자율(금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옆집에 사는 고교생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사촌이, 금융에 문외한인 친구나 형, 누나가 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육민혁

호기심이 많아 연구하고 직접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아직 지식이 얕고 경험도 일천하기에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실행력으로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옆집 형이나 오빠처럼 편안하고 부담없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넓은 세계에 대해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평소에 경제와 금융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무언가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셨던 분들께 금융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믿고 있으며,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Societe Generale 증권과 HMC 투자증권을 거쳐 지금은 메리츠 종금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탐방기

<육민혁> 저/<오석태> 감수14,400원(10% + 5%)

Everything is Finance 세상사에 금융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 없고 금융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금융 하면 왠지 배우기 어렵고, 똑똑한 사람만 하는 것 같고, 잘못하면 돈을 다 날릴 수 있으니 ‘그냥 저금이나 꼬박꼬박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금융은 필요에 의..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다시 시작된 전설의 〈밀레니엄〉 시리즈

스티그 라르손를 잇는 새로운 이야기꾼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 의해 전설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다시금 이어진다. 드디어 만난 쌍둥이 자매 리스베트와 카밀라,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과거.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새로운 이야기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알고리즘의 역습이 시작됐다

수학과 데이터, IT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빅데이터는 과연 공정할까? 저자는 인간이 가진 편견과 차별 의식을 그대로 코드화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모형은 '대량살상무기'와 같다며,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알고리즘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

전문직 신화가 종말을 고하고 학위의 가치가 사라져 가는 시대. 당신은 10년 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저자는 안정적인 직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직업을 계획하는 대신 창업가정신을 구현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구축하라고 주문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힐링 그림책

도시에 사는 소년이 어느 날, 시골의 조부모님 댁을 방문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창 밖의 나무숲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소년이 바라본 나무, 햇살, 호수, 물결, 물속, 수영 후의 햇빛,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의 별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림책.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