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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후배와 일하기

당신의 ‘거리두기’부터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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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부탁이 아닌 업무지시에도 ‘~해줄래?’ ‘~부탁해’를 붙이는 것은 과한 친절. 이 일을 왜 시키는 것인지 후배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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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다. 회의실 한 구석에 뾰로통한 얼굴로 앉아있는 신입의 모습이. 팀의 막내 차지이던 비품관리 업무가 맡겨지자 “저...그 일은 꼭 막내가 해야 하나요?” 물었을 때 다들 웃고 넘어갔다. 아, 요즘 젊은 애들이란! 팀이 어떤 깨달음에 도달한 건 두어 달쯤 지나서였다. ‘혼자 하기 힘들다’ ‘일이 너무 많다’며 매번 2% 부족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신입은 발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습관적으로 방어적이고 징징대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애들 기죽이지 말라”는 팀장의 엄포도 있었지만 톡 건드리면 툭 터질 하소연이 두려워 누구 하나 작심하고 쓴소리를 못했다.

 

“마감을 못 지켜 죄송한데요~ 옆 팀 김 대리님이 자료를 안주는 거예요. 빨리 좀 달라고 했더니 짜증을 내는데, 좀 적반하장 아닌가요?” 회식자리에서나 나올 응석은 회의 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들어주고 다독이며 일을 시키다가도 ‘내가 쟤를 모시면서 일을 하네?’ 선배들은 속을 끓였다.

 

거리 두기

 

신입사원이 직장인지 학교인지 모를 행동을 보인다면 당신의 ‘거리 두기’부터 점검하자. “밖에서는 언니라 부르라”거나 매번 밥값을 내준다거나 연애사, 가정사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캐묻는다든가... 좋은 선후배 관계를 만들어보겠다고 들인 노력은 ‘나는 너를 동생이나 친구로 여기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열린 자세, 호의적인 관계는 유지하되 거리를 두고 확실하게 선을 긋자. 나이가 어리다고 ‘00야’ 이름을 부르기보다 ‘~씨’나 직급을 붙여주고, 애 취급하는 하대 말투 혹은 너무 사적인 대화도 자제하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업무이며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회식 자리에서나 할 넋두리나 잡담이 사무실에서까지 이어진다면 반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피해자 가면 벗기기


“넌 왜 만사에 우는 소리냐?” “00씨는 태도가 그게 뭐지?”

 

후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화살은 대개 태도 그 자체에 꽂힌다. 그러나 그것은 감기환자에게 왜 기침하느냐고 타박하는 것과 같다. 원인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나는 왜 네가 힘들까?』에서 습관적으로 하소연하고 징징대는 사람들은 피해자 역할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지적했다. 관심 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내 행동에 책임지지 못하겠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낯설고 업무가 익숙치 않은 주니어들로서는 피해자 역할을 자처하는 게 가장 쉬운 적응법일 수 있다.

 

내 눈엔 그저 우는소리여도 후배 입장에서는 정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으니 질책하기 전에 질문을 던져보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자율성을 회복하고 태도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 프티콜랭의 조언이다.


눈치보지 말자


부하 직원만 상사의 인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상사 역시 부하직원의 호감에 목말라하며 젊은 상사일수록 인기를 리더십으로 착각하기 쉽다. 당연한 업무 지시를 하는데도 눈치를 보거나 쓴소리를 빙빙 돌려 갈등을 피하는 이유다. 도전적인 업무를 주며 집요하게 몰아붙여야 할 때도 ‘내가 하고 말지’ 포기하고 만다.

 

개인적인 부탁이 아닌 업무 지시에도 ‘~해줄래?’ ‘~부탁해’를 붙이는 것은 과한 친절. 이 일을 왜 시키는 것인지 후배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도 칭찬이 잦으면 후배는 실력 대신 근자감만 키운 ‘하룻강아지’로 성장한다.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당신이 왜 지금 이런 진언을 하게 됐는지 보다 큰 맥락에서 설명해주자. 대안이나 조언을 주려 한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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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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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텔 프티콜랭> 저/<이세진> 역12,4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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