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다

『표현의 기술』 저자 유시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중요한 건, 열 받음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

유시민.jpg

 

 

“악플을 보고 열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열 받음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한 저명인사가 나를 두고 끊임 없이 악플을 달았을 때, 한 번쯤은 반격하고 싶은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이럴 때 바로 반응하면 안 된다. 하루쯤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걸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에 매달리면 삶이 소모된다.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기술』 저자 유시민

 

왜 나는 사소한 일에 더 분노하는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옹졸하기 때문일까. 사회초년생 때 일이다. 신년호 잡지를 만들면서 각계 명사들에게 뜻깊은 메시지를 받기로 했다. 내가 섭외하기로 한 사람은 세 명. 유명세보다는 진심으로 한 마디를 해줄 사람들에게 연락했고 흔쾌히 글을 받았다. 그런데, 이 기획을 총괄했던 동기가 내가 섭외한 명사를 홀대했다. 기분이 나빠 발끈했더니, 그는 “왜 이렇게 과잉 반응하냐?”고 했다. 하기야 엄청나게 큰 일은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오해 받을 때가 있다. 일일이 “당신이 잘못 해석했어요”라고 항변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일일이 반응하면 내가 속 좁은 사람이 되니 참으려고 하지만, 분통이 터진다. 나이가 들면  덜 할 줄 알았더니, 웬걸.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표정관리가 안 된다.

 

그저 다 좋은 사람이 있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되도록 이해하라”고 한다. “네, 사정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나 사정이 있어도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죠. 당신은 이해하시고 저에겐 강요하지 마세요”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연장자라 입을 닫았다.

 

‘빡치다’라는 신조어는 “어이없게 화나다”라는 뜻이다. ‘열 받는다’는 표현보다 마음에 든다. 요즘 정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상시 빡친다. 한 순간도 평안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분노할 일은 마땅히 분노하되, 내 삶을 지키자. 그게 더 소중하다.”

 

SNS로 맺은 인연이 꽤 있다. 일로 몇 번 연락을 취하다 페이스북 친구가 됐는데, 글이 재밌어서 호감을 가졌다.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가끔 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글을 보면 80%가 흥분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분할 일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반나절 내내 흥분하는 사람과 연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 친구를 끊으려고 그의 담벼락에 들어갔더니, 악플 논쟁을 하고 있었다. 그가 억울한 상황은 맞았다. 하나, 한 템포 쉬고 반응하면 어떨까 싶었다. 사실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억울함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문제는 흥분 상태에서는 과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논쟁의 중심, 수 년 동안 악플 세례를 받았던 작가 유시민은 “이런 문제에 매달리면 삶이 소모된다.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나는 메일 한 통을 받고서 발끈했다. 곧장 답장을 쓰고 싶었지만 생각했다. ‘내 에너지를 쏟을 만한 일인가? 내가 감정적으로 대처할 상황인가?’ 퇴근하면서 곰곰이 따져봤다. 단숨에 답장을 쓰지 않은 내가 대견했다. 뭣이 중헌디? 바로 내 삶을 지키는 것.

 

유시민 인터뷰 다시 보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엄지혜

진심보다 태도
eumji01@yes24.com

표현의 기술

<유시민> 저/<정훈이> 그림14,400원(10% + 5%)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온다! 유시민 표현의 기술로 돌아오다 표현의 귀재 유시민이 말하는 표현의 기밀! 글쓰기면 글쓰기, 토론이면 토론, 지금은 정치예능 프로그램인 JTBC 〈썰전〉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시민 작가가 이번에는 독자들에게 표현의 기밀을 전하는 책으로 돌아왔다. 표현하..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가장 위험하고 위대한 발명, '내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 더 이상 자책할 필요가 없어졌다. 저자는 인류를 오늘로 이끈 힘이 도구나 불, 언어의 사용이 아니라 "내일 보자!"라는 인사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일'의 발명이 가져 온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인간의 노래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인간을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로 표현하고, 끊임없는 삶의 고통을 노래한 시 122편을 수록했다. "어쨌든, 오늘 나는 괴롭습니다. 오늘은 그저 괴로울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우리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유토피아는 판타지가 아니다

과거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던 모든 것은 이미 실현되었다. 그러나 당신이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주 15시간 노동. 보편적 기본소득. 이것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극찬한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대적 비판과 담대한 미래지도.

우리가 바로 힙합이다!

힙합에 대한 편견은 이제 그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음껏 털어놓는 주인공들을 통해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힙합 동화가 탄생했다. 아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랩 속에 유쾌하게 담아낸, 주인공 ‘한눈팔기’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힙합 크루 만들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