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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공간에 담긴 이야기

인스타에서 뜨거운 그 곳, 나도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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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외근 중 이날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그 이유가 이 카페를 알게 된 것. 그 하나 때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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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으면 무조건 들어가 앉는다. 이 공간이 나를 왜 잡아끌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술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지만, 술집을 간다면 술맛보단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번 솔직말에서는 나름의 이유로 소중하게 기억된 공간을 공유한다. 이미 뉴스피드상에서 유명한 곳들이지만. 다음 약속 장소는 여기로! 해시태그 #연남동맛집 #일상 #핫플레이스


‘진짜’ 일본 술집, 와세사카바 옥타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 요리를 기다리는 손님 사이의 간격은 카운터 칸막이 하나. 옆 사람과 합석을 한 느낌이 들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테이블. 오늘 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10여 명 내외다. 옆 사람의 카톡 진동이 몇 번 울렸는지, 요리사가 집어 든 재료가 어떻게 손질되는지 마음만 먹으면 모두 알 수 있다. 그 흔한 유행가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손님들의 얘기 소리 그리고 주방 냄비의 보글거림만이 좁은 공간을 빼곡히 채운다. わせい(와세이) さかば(사카바) 즉, 일본식 술집(바)이라는 뜻의 와세사카바 옥타는 연남동 기찻길 옆 골목에 위치해있다.


이곳에서 나는 말로만 듣던 일본식 감바스를 시켰다. 허브솔트로 밑간을 한 새우를 끓는 올리브유에 넣고, 편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더해 졸이면 되는 간단한 요리지만 올리브유를 살짝 적신 바게트 위에 새우를 얹어 먹으면 그 풍미가 열 안주 안 부럽다. 감바스를 안주 삼아 내 친구는 새로운 직장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날은 친구가 이직 기념으로 취업 턱을 쏘기로 한 날이었다. 기분 좋은 출발을 응원하기에 오늘의 분위기는 안성맞춤. 친구와 나는 들뜬 기분으로 맥주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주방장의 추천으로 추가한 이 집의 대표 메뉴 야끼소바도 야무지게 비워냈다. 꼭 맥주가 아니더라도 좋다. 첫눈이 내릴 것 같은 요즘 날씨, 따뜻한 사케 한 잔이 생각난다면 소중한 사람과 단둘이 마주 앉고 싶은 곳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57-16

 

모든 것이 완벽한 날, 어썸라운지


일상이라고 꼭 흥분되고 기분 좋은 순간들이 찾아 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날이 꼭 그랬다. 예쁘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참으로 인스타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뉴스피드 정사각형 한자리를 채우기에 미학적으로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곳. 좁은 공간이었지만 조경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서로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고, 청명한 가을 날씨도 카페 풍경에 힘을 보탰다. 이날은 유난히 바람이 좋았다. 운 좋게도 나에겐 야외 테라스, 푹신한 소파가 허락됐다.

 

솜사탕 아포가토와 꽃끼아또를 골랐다. 이름만 들어도 달달함이 온몸을 지배하는 기분. 달큰한 마끼아또에 식용 꽃잎이 수줍게 올라가 있는 #꽃끼아또,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 솜사탕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솜사탕 아포가토, 참으로 어여쁜 두 가지 메뉴가 나왔다. 엄마도 소녀처럼 감탄사를 연발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들뜬, 단풍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엄마와 마주 앉아 셀카도 찍었다. 네가 앞으로 가, 예쁘게 찍어줘, 아빠한테 보낼까? 투닥거리면서도 오붓하게. 엄마는 야외에 놓여있는 라탄 테이블을 연신 예쁘다며 만져봤다. 이런 의자는 얼마나 하지? 소소한 대화가 오고 갔다. 영수증에 찍힌 커피 두 잔의 값은 14,000원.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았다. 이 가격치곤 과분한 행복을 얻었다고, 그 흔한 일요일이 흔하지 않은 하루가 됐다고 생각했다.


주소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604번길 25

 

외근 중 만난 오아시스, 오랑 오랑

 

해방촌 신흥시장 안, 골목골목을 지나면 정말 아는 사람들만 갈 수 있을 것 같은 카페가 하나 있다. 누군가 쓴 후기가 그랬다. 이곳을 찾다가 미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찾으려고 하면 보이지 않고, 포기할 때쯤 눈앞에 펼쳐지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곳을 회사 팀원들과 외근 중 우연히 발견했다.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부근에 마법처럼, 운명처럼 자리하고 있었다고 해야 맞겠다. 손님의 발길을 잡아 끄는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신흥시장의 주변 풍경들과는 사뭇 다른 독보적인 아우라를 발산하면서, 세련됨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 애써 꾸미지 않은 투박한 느낌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카페 이름은 오랑 오랑. 한번 들어오라는 놀러 오라는 뜻이겠거니, 길고 거추장스러운 영어 이름보다는 친근하고 기억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내부는 고요하고 여백이 많았다. 꼭 필요한 물건만 본연의 쓰임을 위해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신흥시장의 결을 그대로 살린 것 같은 보호색이 짙은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시멘트 벽, 파이프, 녹슨 난간, 돌계단은 본래 모습 그대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다소 거칠고, 어두울 순 있겠지만 상업적으로 억지로 꾸며 만든 곳보다는 확실히 더 마음이 간다. 가게 한 쪽에 놓인 LP 판에는 세월의 손 때가 한가득 묻어있었고, 턴테이블에서는 조금은 촌스러운 가요 혹은 클래식 그 무엇이 흘러나와도 어색함이 없는 곳.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았지만, 3층 테라스까지 굳이 올라가서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싶은 곳. 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나, 핫 플레이스였다. 근래 외근 중 이날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그 이유가 이 카페를 알게 된 것. 그 하나 때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소월로20길 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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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박지애

감상의 폭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고 믿는다.
감동한다는 건 곧,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스타일24 웹진 <스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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