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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나만의 결말을 내 공책에 적어보세요”

예스24 여름방학 어린이 글쓰기 특강 마지막 강의 내가 정말 원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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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에서 딱 덮으세요. 그게 주로 결말 직전이거든요. 책이 세 장 정도 남았을 때 덮어보세요. 그리고 하룻밤을 자는 거예요. 그러면 꿈을 꾸기도 하고, 상상을 하게 돼요. 그래야만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나만의 결말을 내 공책에 적어보는 거예요.

예스24 어린이 글쓰기 특강 마지막 순서는 『나의 진주 드레스』의 작가 송미경이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바느질 소녀』, 『통조림 학원』 등 어린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써온 송미경 작가는 ‘내가 정말 원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서 이야기와 놀이, 이야기와 공포심, 이야기와 궁금증 등 이야기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면서 어린이들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도록 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으므로 놀이와 이야기하기, 다음을 궁금해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이 송미경 작가의 말이었다.


지난 9월 10일 토요일 오전 10시, 이른 시각부터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강의실에 자리를 가득 채운 어린이들은 시종 작가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쉬는 시간도 없이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집중력 있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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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놀이, 그리고 공포


“살다보면 어떤 것들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물건이건 사람이건 말이에요. 우리는 어떤 것을 좋아하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게 돼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하나씩 늘어나면서 자기다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무언가에 몰입해서 그걸 좋아하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송미경 작가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이야기와 놀이’였다.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익힌다. 놀이를 하는 순간에는 말을 걸어도 모를 만큼 집중한다. 송미경 작가는 어린이들이 놀이를 할 때야말로 상상력이 크게 늘어날 때라고 말했다. 5살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는 장난감과 말을 하며 논다. 물론 장난감이 없어도 놀이는 가능하다. 어떻게 노나? 다름 아닌 이야기다. 아이들은 어떤 물건과도 이야기를 하며 놀 수 있다.

 

“빨간 펜과 초록 펜이 있다고 해봐요. ‘안녕, 나는 빨간색이야’, ‘나는 초록색이야’ 이러면서 놀았던 거 기억나죠? 놀랍게도 모든 아이들은 이렇게 놀아요.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가지고 놀 때도 처음 하는 말이 ‘안녕’이에요. 아이들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렇게 혼자서 놀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렇게 놀지 않죠? 하지만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이렇게 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바로 이 놀이에 비밀이 있어요. 놀이를 통해서 어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놀이를 통해 무서운 마음도 이겨내고요. 책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도 같아요. 책이 내 대신 어떤 일을 겪어주고, 어떤 소원을 이루잖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몰입해서 읽었던 사람들은 그 많은 인생들을 조금씩 옆에서 겪으며 살아온 것이기 때문에 겉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강한 사람들이에요. 책을 읽고 놀이를 함으로써 우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듣기와 말하기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말로 전달되었다. 송미경 작가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어린이들을 길게 한 줄로 세운다. 그런 다음 가장 앞에 선 사람에게만 복잡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바로 뒤에 선 사람에게 귓속말로 이야기를 전한다. 뒷사람은 다시 그 뒤에 선 사람에게, 또 뒷사람에게 계속 이야기를 전하도록 한다. 과연 맨 뒤에 있는 사람이 들은 이야기는 처음 이야기와 어떻게 다를까?

 

“이 실험을 하면 놀라운 게 뭐냐면요. 여자 아이들은 이야기가 늘어나 있어요. 남자 아이들은 이야기가 아주 짧게 줄어 있어요. 또 나이가 어릴수록 이야기가 짧아지고요. 그런 특징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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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작가는 이 실험에서 이야기가 말로 전달될 때 무엇이 남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강의실에서도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흥미롭게도 이 실험 역시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다. 이야기가 바뀌거나 줄어들긴 하나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사람들은 충격적이거나 재미있거나 좀 이상한 이야기를 잘 기억해요. 평범한 이야기는 살아남지 못하는 거예요.”

 

작가는 『해님 달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엄마를 잃고 극적으로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가 해님과 달님이 되었다는 이야기. 다른 많은 이야기와 달리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갖고 전해진 것에서 어떤 이야기가 시간의 힘을 이기는지 알 수 있다.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를 읽고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덧붙여보는 거예요. 이야기는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의 끝이 이렇게 되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거죠.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것이 궁금해야 이야기예요.”

 

송미경 작가는 드라마를 예로 들었다. 드라마 한 회가 끝나는 시점은 언제나 가장 재미있어질 때다. 중요한 순간, 궁금한 순간에서 멈추는 이유는 ‘다음은 어떻게 될까’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다음이 궁금한 순간에는 그 이야기를 기다려요.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데요. 시작에서 끝까지 가는 가운데에 중간이 있죠. 너무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이것만 알아도 여러분은 이야기를 잘할 수 있어요. 여러분 상상해보세요. 방학이라고 할게요. 월요일에 친구한테 문자가 왔어요. 토요일에 문방구 앞에서 만나자고요. 중요한 할 얘기가 있대요. 화요일에 또 문자가 왔어요. 토요일에 만나기로 한 거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꼭 혼자 나와야 한다고 해요. 그러면 여러분은 아주 궁금해지겠죠? 나가고 싶죠. 도대체 왜 그런지 궁금하겠죠. 그러다 토요일 아침이 됐어요.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미안해, 못 만나게 됐어’라고 연락이 온 거예요. 개학을 해서 봤더니 친구가 전학을 가버렸어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그 이야기가 중요했던 건지 아니었는지 상관없이, 그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어른이 돼서도 너무 궁금할 거예요.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궁금해야 해요. 끝을 알게 되거나 못 알게 되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토요일이 될 때까지 그 이야기를 궁금해하도록 해야 해요. 재미있는 이야기는 앞에서 모든 걸 다 얘기해주면 안 돼요.”

 

나는 엄마가 가위를 들고 천을 자를 때 나는 소리가 좋았고, 바느질을 할 때 눈을 반짝거리며 입을 오물거리는 표정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 내내 엄마 곁에서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좋았어요.(『나의 진주 드레스』, 13쪽)

 

『나의 진주 드레스』의 주인공 소양이의 엄마는 드레스를 만든다. 소양이는 엄마가 드레스 만드는 것이 무척 좋다. 엄마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 그냥 드레스가 아니라 엄마가 직접 만든 드레스를 입고서. 송미경 작가는 이야기란 주인공의 목적이 분명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토피아>에서 주디가 경찰관이 왜 되고 싶었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죠. 그런 분명한 목표가 있었어요. 보물 찾는 이야기 많잖아요. 엄마나 친구를 찾는 이야기도 많고요. 이렇게 찾아가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 조건을 갖춰야 이야기가 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목표가 없으면 움직이려고 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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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결핍이다.

 

만약 주디가 그냥 경찰관이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면 이야기가 재미있었을까요? 주디에게는 간절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주디가 경찰관이 되는 것을 반대했잖아요.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이렇게 간절함이 있을 때 더 집중을 해요. 또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어떤 것이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을 때 재미있어져요. 어떤 사람이 움직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요. 그게 지금 없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독자를 사로잡는 힘,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 조건만 이해해도 글을 잘 쓰게 된다는 작가의 말이 어린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송미경 작가는 마지막으로 책 재미있게 읽는 법을 알려주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내가 정말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건 소용이 없어요. 읽은 책 한 권을 정해서 한 번은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읽어보고, 한 번은 엄마 입장에서 읽어보고, 한 번은 죽은 딸의 입장에서도 읽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책을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또 하나는요, 책을 읽다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에서 딱 덮으세요. 그게 주로 결말 직전이거든요. 책이 세 장 정도 남았을 때 덮어보세요. 그리고 하룻밤을 자는 거예요. 그러면 꿈을 꾸기도 하고, 상상을 하게 돼요. 그래야만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나만의 결말을 내 공책에 적어보는 거예요. 공책을 하나 만들면 좋아요. 나의 이야기, 나의 결말이라는 제목의 공책을 만들어서 어떤 책을 읽든 나만의 결말을 써보는 거예요. 한 줄만 써도 돼요. 다 써놓은 다음에 그 책을 읽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은 작가의 결말과 여러분의 결말을 모두 갖게 돼요. 이걸 반복하다 보면 글을 잘 쓰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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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독특한 상상력과 환상성으로 사랑받는 송미경 작가의 동화 『나의 진주 드레스』는 가슴 뛰는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 나누는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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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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