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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

『모든 요일의 여행』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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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나는 여행의 기록을 쓰고 싶은데, 사람들은 남의 여행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그런데 이걸 써서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리스본 같은 곳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도 아닌데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여러분이 좋다고 해주시니까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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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두 번째 에세이 『모든 요일의 여행』을 출간하고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 6일 저녁, 망원동에 위치한 ‘어쩌다가게’의 지하 라운지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김민철 작가와 독자들은 서로 다른 여행의 기억을 나누며 끝없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독자들은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으며 자신의 여행을 되돌아보고, 색다른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그 모든 여행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분명 같은 곳으로 떠났는데 우리는 매번 다른 곳에 도착한다. 나의 파리와 너의 파리는 좀처럼 만나지 않는다. 나의 보석은 너의 보석이 될 수 없다. (『모든 요일의 여행』 11쪽)

 

첫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남다른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감각을 보여줬던 김민철 작가. 그의 기록 속에서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잠들어 있을까. “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위해서는 다른 모든 걸 포기해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등등 여행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 진지하게 배웠다. 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 (『모든 요일의 여행』 12쪽)

 

김민철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모인 독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했다. ‘『모든 요일의 여행』이 나를 말해주었다’ 무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은 김민철 작가와 그의 여행 이야기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여행과 나의 여행을 비교하면서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독자부터 ‘책을 읽고 난 뒤 처음으로 여권을 발급 받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됐다’고 말하는 독자까지, 하나 같이 『모든 요일의 여행』과 만났던 경험이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여행에서 실수를 하고 헤매는 순간이 있더라도 괜찮다는 구절을 읽고 위안을 얻었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었다.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끝없이 생각했다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까지 누군가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지난번에 『모든 요일의 기록』을 내고 나서 사람들에게 여행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책에도 여행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그때 제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느꼈던 건, 사람들은 정말 남의 여행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였어요. 회사에서 여행을 다녀온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휴가 어땠어?’라고 물으면 ‘좋았어’ 하고 끝이잖아요. 그거 말고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그래서 이 책을 쓰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나는 여행의 기록을 쓰고 싶은데, 사람들은 남의 여행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그런데 이걸 써서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리스본 같은 곳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도 아닌데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여러분이 좋다고 해주시니까 정말 좋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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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여행을 직조하기 위해 온 거잖아


몇몇 독자들은 김민철 작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기 위해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 회의나 할까?』를 읽으면서 작가를 처음 알게 된 후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한때 카피라이터를 꿈꿨거나, 현재 광고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카피라이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한 독자는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카피라이터가 여행을 하는 관점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기 시작했는데 울림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으며 울컥했던 순간들, 위로 받았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산 이후 생긴 알러지로 유제품을 먹지 못하게 됐다는 한 독자는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하며,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고 눈물을 쏟았노라고 고백했다. 그녀를 울려버린 이야기는 2015년의 마지막 날, 작가가 리스본에서 경험한 것이었다. 새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불꽃놀이를 보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작가에게 와인 바의 주인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말을 건넸다.

 

거길 못 갔다고 큰일 나는 게 아니야, 이 도시엔 거기만 있는 게 아니야. 그거 못 먹었다고 여행이 끝장나는 게 아니야, 정작 현지인들은 그거 먹지도 않잖아. 그걸 사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니잖아,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인 거야. 남들 다 본다고 너까지 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 넌 너만의 여행을 직조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잖아. (『모든 요일의 여행』 129~130쪽)

 

『모든 요일의 여행』의 편집자 역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야기를 보탰다. 그녀는 「단골집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야기 속에서 ‘경험이라는 것도,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줬던 구절을 직접 낭독했다. 3년 만에 다시 리스본을 찾은 작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을 만나 실망하고, 곧 “그에게는 다른 일상이 있었던 것”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대목이었다.

 

그제야 나의 이기심에 나조차 너털웃음이 났다. 나는 그들이 유적이 되길 바랐던 건가. 움직이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백 년 전에도 백 년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일 유적지의 돌덩이가 되길 바랐던 건가. 지나간 과거만 쓸고 닦아 애타게 기억하는 박물관이 되길 바랐던 건가. 나는 3년 동안 이토록이나 변했으면서 그들의 변화에는 왜 이토록 매정한 것인가. 나는 수많은 것들을 다 잊어버렸으면서 그들은 왜 나를 잊으면 안 되는 건가. (중략) 내가 “리스본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 있는데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진실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요일의 여행』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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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여행의 순간들을 꿰는 방법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간 중간, 독자들은 작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묻자 작가는 ‘파리’를 떠올렸다.

 

“파리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너무 후회했던 도시이기도 해요. 갔을 때 정말 좋았다고 느끼는 곳은 이탈리아였던 것 같은데요. 리스본도 정말 좋았고, 아일랜드도 좋아해요. 그런데 장소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꺼리는 곳이 있다면 독일을 좀 꺼리고요. 저는 이상하게 깔끔하고 반듯한 곳을 못 견디는 성향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독일을 여행하는 내내 재밌었지만 많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하면서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안 좋아하는 것들을 피하게 되고요.”

 

여행과, 작가와, 『모든 요일의 여행』에 대한 긴 이야기가 끝난 후 본격적인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독자들은 김민철 작가를 향해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다.

 

“여행을 갔을 때는 다음날 카페에 가서 앉아있을 때 있었던 일을 팩트 그대로라도 적어놓으려고 노력해요. 그때 남겨놨던 기록들이 그 이후에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더라고요. 감정이 제일 많이 남아있을 때잖아요. 여행에 관한 건 그때 기록한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정리를 하는 게 좋고요. 여행지에서는 좋은 순간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걸 구슬이라고 한다면, 그 구슬을 꿰는 방법이 기록인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꿸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에서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어떤 것이 탄생하는 것 같고요. 그게 책으로 만들어지느냐 또는 누구한테 알려지느냐는 그 다음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행의 순간들을 꿰어서 가지고 있어야 자기 것이 되는 거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기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여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럴 때 우리는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놀라기도 하고 ‘예전의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변한 모습을 체감하기도 한다. 가고 싶은 곳, 가지고 가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그 속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저는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앞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뒤의 경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분들이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여행이 사람을 많이 바꿔놓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 되었구나’ 하고 받아들여요. 저는 예전에는 엄청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다니는 게 너무 피곤하거든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웃음).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라고 받아들이고요. ‘변한 나는 지금 뭘 좋아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그곳에 왜 가려고 하지? 거기에서 뭘 얻으려고 하는 거지? 나는 뭘 원하는 사람이지?’라고 묻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변하는 나를 긍정해주는 것 같아요. 나를 긍정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요.”

 

독자들과의 만남, 함께 나누었던 여행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김민철 작가는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냥 혼자 써 내려간 글들이 누군가에게 와 닿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는 것. 독자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서로 다른 곳을 여행하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곳을 여행하고도 전혀 다른 것들을 감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모든 요일의 여행』을 매개로 소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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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저 | 북라이프
전작《모든 요일의 기록》을 통해 일상에서 아이디어의 씨앗을 키워가는 카피라이터만의 시각을 담백하고 진실된 문장으로 보여준 저자 김민철은《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기록하는 여행자’가 되어 자기만의 여행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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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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