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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아이돌 향한 사랑, 왜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할까”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환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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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하면, 그 얘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를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안 들으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딱히 제가 대변자가 된다든지 이것에 대해 강하게 옹호하려고 했다든지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그 세계의 일원으로서 정직하게 썼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저한테는 강해요.

우리는 서로 놀랐다. 이를테면 ‘덕통사고’ 같은 대목. ‘덕통사고’란 아이돌이나 캐릭터를 알게 된 순간 사랑에 빠지는 것을 교통사고에 비유한 단어다. 이희주 작가는 이 말을 사람들이 흔히 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질문을 해야 했던 사람도, 질문 받은 사람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을 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을 확인하는 일, 이것은 정말이지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다.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환상통』은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의 이야기다. 아니, 이 설명은 너무나 부족하다. 이 소설은 아주 뜨거운 사랑, “병 같은 사랑, 사랑 같은 병”에 관한 이야기다. 사생팬을 척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렇게 알게 된 정보에 집착하고, 자동인형처럼 ‘씨발, 죽어도 좋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때로는 사랑의 대상이 죽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는. 그러나 세상은 너무도 쉽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의 사랑을 들어본 적도, 제대로 바라본 적도 없다. 어째서 이것은 사랑이 아닌가. 작가는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희주 작가는 그 자신을 ‘현역’으로 지칭한다. 여전히 ‘오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이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의아했고, 이 이야기를 새로워하는 것에 놀랐다.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 목소리가 되지 못하는 목소리에 늘 끌린다는 그에게서 흘러나온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낯선 익숙함 혹은 익숙한 새로움 그 언저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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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당연한 이야기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품이죠. 먼저 수상 축하드려요. 수상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감사합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요. 될 줄 몰랐어요. 어느 정도 해야 되는지 몰랐으니까요. 수준이 가늠되면 내가 잘했으니 될 것 같다, 이런 기대라도 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원래는 시를 썼었고, 소설은 처음 써서 낸 거라 감이 안 왔어요.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한 느낌의 소설이었어요. 읽으면서 ‘참 진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런 내용이죠.(웃음)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어떻게 해야 이걸 말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그건 모든 작가가 그렇지 않을까요? 다른 작품 쓰는 분들 모두 똑같이 하는 고민일 거예요. 모두 어떻게 언어화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죠.

 

지루한 질문이긴 하지만요. 아이돌 팬덤을 소설의 소재로 쓰겠다고 생각한 시작점이 궁금했어요.


특이한 소재를 찾아 써야지, 이런 생각으로 쓴 게 아니거든요. 제 자신이 팬이어서 제게는 이게 당연한 이야기였어요. 그렇게 어렵거나 한 일이 아니었는데요. 책이 나오고 보니까 어떤 분들은 많이 공감해주시고, 어떤 분들은 전혀 모르던 얘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썼던 것 같아요.

 

익숙한 일이라고는 해도 그것이 소설이라는 형태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잖아요.


그런 시도들이 조금 있었어요. 제가 관련 연구 같은 것을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서브컬처, 특히 여성들이 즐기는 서브컬처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이 사라진 부분들이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게 있는데요. 한국의 후죠시(腐女子, 여자 오타쿠) 연구를 하시는 김효진 선생님이라고 계세요. 트위터를 보면 그 분이 항상 사라진 시기의 자료들을 찾으려 애쓰시거든요. 80년대, 90년대 한국 동인지가 있으면 연락 달라는 글도 남기시고요. 사실 대중문화에서 이런 ‘빠순이’ 문화 같은 것을 불러온 경우가 몇몇 있긴 하지만 거의 이미지만 가져온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런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기록을 하고 싶었어요. 내가 즐겨온 서브컬처에 대해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소설 형식이 된 것 같아요.

 

이 소재를 다뤄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군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굳이 소설 형식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이걸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쓰게 됐는데 제가 소설을 쓰고 있더라고요. 거짓말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응, 그것도 굳이 말하자면 사랑이겠지. 병 같은 사랑. 사랑 같은 병. 야, 넌 뭐 사랑이 고귀한 건 줄 아니. 그런 개 같은 것도 다 사랑이지.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그렇게 가수들이 대놓고 싫다고 하는데도 그러는 건 진짜 병이지, 병. 내가 아무리 오빠를 잘 아는 것 같고, 오빠가 내 것 같아도 오빠도 인간이라는 걸 알아야지. 그런데 그걸 모르고, 알면서도 계속 모르는 척하니까 사달이 나는 거지, 뭐. 마음은 이해 가. 원래 사랑할 땐 사람이 미치잖아. (162~163쪽)

 

책 뒷부분에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요. 2008년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고 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공적 역사의 기억이라는 게 있죠. 그 해에 있던 사회적 이슈라든지, 그런 것도 당연히 기억나고요. 사적 영역에서 있었던 저의 개인사도 기억나고 그렇지만요. 동시에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들이 많이 있는 기억이라 제 개인사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큰 기억도 가지고 있어요. 그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그때 동방신기가 컴백했어요. 당시에 동방신기를 좋아했었거든요. 그 기억이 나죠. 2008년이라고 하면 그 기억이 함께 떠올라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요. 사적 기억, 사회적인 일들도 생각나는 동시에 이런 집단 기억에 대한 생각도 나고 그렇죠.

 

‘집단 기억’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네요. 세대의 이야기로 읽어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요.


네, 그럴 수 있겠죠.

 

1부의 화자가 아이돌을 향한 자기 감정의 정체를 찾으려 연애소설을 탐독하죠. 그 장면에서 화자는 외로움을 느끼거든요. 그걸 보면서 아이돌에 대한 사랑을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외로운 일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쓰면서 물론 소재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이 대단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아닌가요?(웃음) 그렇지 않을까요. 사랑을 하면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그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딱히 이 이야기가 대단히 특별하다든지 인물들이 흔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만 소재에 압도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어요. 이 소설을 ‘다르다’고 생각한 것도 그 지점이고요.


저는 읽는 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몰랐으니까요. 그냥 그런 생각은 했어요.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고요. 그런데 의외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다행이구나(웃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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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일원이라는 느낌


기록하려다보니 소설 형태가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이 이야기는 사실에 어느 정도 닿아 있는 걸까요? 작가의 경험은 어느 정도나 담겨 있나요?


그걸 말하면 재미없잖아요.(웃음) 공개방송 가서 기다리는 장면 같은 건 제가 많이 기다려봐서 자세한 상황을 아는 거고요. 인물은 잘 모르겠어요. 굳이 얘기하자면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죠.

 

소설은 내내 어째서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냐고 묻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목은 『환상통』이에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실은 ‘환지통’이라는 표현이 정확한데요. 그건 남들이 보면 없는 것이지만 진짜인 것 같은 통증이잖아요. 하지만 가짜 고통이 아니에요. 진짜 아픈 거잖아요. 잘린 팔이나 환부가 아프다고 느끼는 그 이미지가 이것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도 남들이 봤을 때는 실체가 없는, 모호한 사랑을 하고 있죠. 사랑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방향성 등 여러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와 다르다고 해서 왜 그건 사랑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렇다고 그 마음이 가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온 제목이에요.

 

사랑을 둘러싼 이미지가 워낙 확고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빠순이’를 향해 ‘그거 사랑 아니다’라고 쉽게 얘기해요. 소설은 거기에 균열을 내고 있어요.


그렇지만 거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마음으로 그냥 정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얘기를 하면, 그 얘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를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안 들으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딱히 제가 대변자가 된다든지 이것에 대해 강하게 옹호하려고 했다든지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그 세계의 일원으로서 정직하게 썼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저한테는 강해요. 총대를 메고 있거나 대표자로 선 것도 아니고요. 이건 어떻게 보면 제가 판단하는 방식인 거고 다르게 볼 때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 세계의 다른 일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이야기였을 거예요.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니까요.


사실은 그것도 의아했어요. 이 이야기를 왜 아무도 안 했지? 하는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좀 늦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새로워하시는 것도 깜짝 놀랐고요.(웃음) 많이 이야기가 안 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싶었죠.

 

핵심이라고 생각한 키워드 두 개가 있어요. 폭력성과 자본주의인데요. 먼저 폭력성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주 간절히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것은 정말 ‘세계의 일원’이 아니면 이렇게 깊이 사유하지 못했을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네, 그 두 가지가 정말 힘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폭력성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폭력성은 저도 부딪치는 부분이거든요. 소설을 떠나서 제 개인적으로도 항상 충돌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현역으로, 어떤 ‘오빠’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요. 거리감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조심하는 편이죠. 사랑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잖아요. 그게 폭력적인 형태로 나올 수도 있고요. 소설에서는 약하게 썼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선을 넘고 피해를 입히기도 해요. 그렇게 안 되려고 저도 항상 조심을 하죠. 특히 이런 사랑은 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집단이 있으니까 광기에 빠지기도 쉽다고 생각하고요.

 

가령 어떤 일들이 그래요?


문제가 복잡하긴 하지만요. 공항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공항 출입국을 언제 하는지 알아야 하죠. 그걸 알아내서 누군가 찍은 사진을 집에서 소비하는 내가 있고요. 그럴 때 자신에게 회의가 드는 거죠. 보고 싶어서 사진을 보고 있긴 한데 이게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오빠’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네요.(웃음)


그건 정말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되게 조심하고 있어요.(웃음) 왜냐하면 그러면 확 좁아지잖아요. 저는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거든요. 어떻게 보면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구 팬이라고 말해버리면 너무 좁아져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도 절대 누구도 추측할 수 없도록 조심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웃기지 않아요? 제가 이런 책을 썼다고 해서 누구를 좋아한다는 게 가십으로 팔린다면, 그건 좀 웃기다고 생각해요.

 

그걸 팬심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소한 하나까지 다 알고 싶은 것처럼 작가에 대해서, 소설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이상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거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관계든지 살짝 거리감이 있어야 애틋하고 좋더라고요.(웃음)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까요?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CD를 수 십 장 사야하는 상황 같은 것, 생각할 부분이 참 많았어요.


자기 목을 조이는 거죠. 거기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요. 사실 그런 산업 구조를 긍정하는 편도 아니고 나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거기에 깊이 안 빠지려고 항상 주의를 하거든요. 극단적인 경우 정말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작게 보면 다 코 묻은 돈 빼앗아서 하는 사업이고, 같은 생산물을 몇 개 씩 산다는 것도 웃긴 거잖아요. 문제가 쉽지 않은데요. 그게 안 좋게 빠지면 ‘내가 돈을 썼으니까 너네도 나한테 잘해라’ 하는 식으로도 갈 수도 있거든요. 어쨌든 지금은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걸 인지하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항상 마음이 들끓잖아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못 보기도 하고요.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안 되는 건데요. 일단은 그런 현상 자체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거기서 움직임이 시작되는 거겠죠. 이런 문제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지, 가 될 거예요. 좀 늦었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폭력성과 자본주의 사이에 낀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게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것이 내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관과 반대될 때가 있기 때문에요. 그 간극에서 항상 괴로워하죠. 볼 때는 행복하지만 절대 그렇지만 않단 말이에요. 구조 내에서 팬들뿐 아니라 오빠들도 착취당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어떻게 해야 이것에 눌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책까지 냈으니 더 고민이 되는 거죠.

 

좋아하는 아이돌을 신에 비유하기도 해요. 그 부분을 읽으면 그게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하고요.


작년에 도서관에서 장 뤽 낭시의 『나를 만지지 마라』를 읽다가 ‘이거 완전 빠순이 얘긴데?’(웃음) 한 적이 있어요. 제가 가슴 절절하게 무릎을 탁 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팬들은 시간이 많아요. 저도 항상 대기를 타면서 ‘이게 뭘까’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지만 그것 역시 비유일 뿐이에요. 이 소설을 다 쓰고 나서도 느낀 게, 자꾸 항상 미끄러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쓰시는 분들이 많이들 그러실 테지만 저도 최대한 쓰고자 하는 것에 붙어 있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죠. 쓰려는 것을 어떻게 잘 남길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해요. 그렇지만 절대 완벽한 일대일 비유라는 건 만들어질 수가 없는 거니까요. 최대한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한 사랑의 감정,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라서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해요.


전 너무 소중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요. 어쨌든 여러 문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처음 사랑하게 될 때의 감정은 정말 순수한 감정이거든요. 그걸 느낄 수 있는 게 많지가 않잖아요. 사람이 살다보면 역치가 점점 높아져서 둔감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항상 그런 열정적인 감정에 부딪치게 되니까요. 안 좋으면서도 좋아요.(웃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요. 그 중 3부의 화자는 좀 다른 존재죠. 소설 안에서 본다면 이질적인 시선인데요. 그 시선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그냥 이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요해서 썼다고 밖엔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나머지 목소리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거란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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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에 끌리세요? 어떤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나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끌리죠. 목소리가 되지 못하는 목소리들에 끌리죠. 소외당한 사람들. 제가 최근에 너무 멋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 말이 있었는데요. 최은영 작가님이 존재 자체가 멸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싶다는 말을 하셨어요. 정확한 말은 기억이 안 나는데요. 그 말에 정말 무릎을 탁 쳤던 것 같아요. 아, 그런 것에 끌렸구나 하고요. 그런 걸 좋아해요. 모르는 걸 발견하는 재미 같은 게 있기도 하고요. 최근에 본 것이 국가기록원 사진 중 하나인데요. 처음 수영장이 생겼는데 들어갈 수 없어서 동네 소년들이 철조망에 매달려 보고 있는 사진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수영장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그런 것들이 궁금한 것 같아요. 그것은 어찌 보면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지금 마음에 담기고 있는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그건 지금 쓰고 있어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전 여자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여성의 이야기가 아직도 덜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그것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일 거예요.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 참 반갑네요.


다만 겁이 나는 부분이 있죠. 어쨌든 이것도 이야기가 안 됐던 거니까 제가 본의 아니게 대표성을 갖게 된 것 같은데요.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인가, 생각했을 때 의구심이 들어서 말하면서도 겁이 많이 나요. 모르겠어요. 그건 개인으로서도 항상 관심이 가는 문제라서요. 제 얘기일 수도 있고요. 제가 가진 많은 요소들이 그런 걸 궁금해 하게 하고, 유대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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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이희주 저 | 문학동네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의 장편소설 『환상통』이 출간되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된 순간부터 아이돌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이십대 여성 m과 만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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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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