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진 “해외 취업하고 싶다면 인턴십, 인맥을 활용해야”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 펴내
해외 취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왜 가려고 하는지, 어떤 직장과 일을 찾고 있는지, 명확한 비전과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적응하기가 훨씬 쉬울 거예요. 그리고 현지에 대한 정보 없이 가면 부딪히는 어려움이 너무 많더라고요. 특히 외로움을 견디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해외 취업을 하기 전에 그 나라에 몇 번 방문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지 분위기도 익혀보고 친구도 미리 사귀어 놓으면 도움이 많이 되죠.
한때 그녀는 취업 문턱에 가로막힌 청춘이었다. 수백 통의 입사 원서를 쓰고도 한 번의 면접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홍콩 금융계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홍콩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삶을 반전시킨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라는 응원과 격려다.
저자 서은진은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6개월 파견 계약직 비서’로서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팀원들을 위해 식사를 주문하고 리포트를 준비하는 등의 보조 업무가 전부였다. ‘비전이 없다’며 낙담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1년 반 후, 정식 트레이더로 승진했다. 골드만삭스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자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게 됐다. 이후 KB 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안정적인 일상을 되찾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오랫동안 꿈꿨던 글로벌한 삶을 찾아 홍콩으로 떠난 것이다. ‘무턱대고 사표를 내고 떠났다가 홍콩에서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모두가 만류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글로벌 금융 통신 회사인 블룸버그로부터 입사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홍콩으로 떠난 지 3개월 만이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그녀의 이야기는 블로그 ‘슈퍼울트라파워 특별한 그녀의 스펙타클 홍콩스토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강연과 인터뷰 요청이 뒤따랐고, JTBC의 다큐멘터리 <지금, 여자입니다>에서도 그녀의 일상이 공개됐다.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에는 그 모든 순간들이 담겨있다. 작은 시작으로 큰 변화를 이뤄냄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준 이야기다. “작은 일부터 시작을 해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신이 원하던 삶이 나타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서은진 저자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는 작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찍 잘린 건 축복일지도 몰라요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길 희망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작가님께서는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은 서류 전형부터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게 되셨다고요.
면접 제의가 너무 안 오더라고요. 지원을 했었는데 서류에서 다 떨어졌었어요. 현실적으로 취업이 너무 안 되다 보니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일까’ 생각하게 됐던 거예요. 그런데 업종을 전혀 모르니까 제가 좋아하는 영어를 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게 됐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처음 취업하신 곳이 세계적인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였어요. 그렇지만 6개월 계약직 비서였고, 주어진 일은 잔심부름 같은 것들이었는데요. 회의감을 느끼셨을 법도 한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패나 좌절을 대할 때 저는 그보다는 조금 더 희망찬 미래에 시선을 두는 것 같아요. 허드렛일을 하는 내 자신이 실망스럽고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 싶은 순간에도 더 밝은 미래를 보는 거죠. 그리고 제가 골드만삭스에서 배우고 싶었던 건 일만은 아니었어요. 어떤 사람이 일을 하는지가 궁금했어요. ‘이렇게 대단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 그런 걸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허드렛일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실망감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에도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어떤 걸 준비해야 되지’ 생각하면서 그들과 비슷한 전문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 사고를 가지고 일을 하면 지금 일도 잠시 지나가는 거니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같은 상황에서 ‘이곳에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분인 것 같아요. 그게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한 요소 중 하나일까요?
그런 것 같아요. 이 책에 담긴 일들 중 대부분이 긍정적인 태도 덕분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시작이 작았는데 끝도 작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긍정적인 것도 한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골드만삭스의 정규직 트레이더로 발탁되셨는데, 3년 만에 해고 통보를 받으셨어요. 그때 ‘회사가 곧 내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셨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때는 제 자신이 너무 불쌍했던 시간이었어요. 왜냐하면 제 모든 게 회사로 귀결됐었거든요. 제 자체가 그냥 회사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없으면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제 삶에 있어서는 회사를 일찍 나오게 된 게 축복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 상황이 오래 지속이 됐다면 저 자신을 찾는 여정이나 시간이 훨씬 더 늦어졌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수록 그런 일을 감당하기가 더 힘드니까, 차라리 젊었을 때 겪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실 때 ‘스펙 불감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하셨어요. ‘스펙 불감증’은 어떤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건가요?
보통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서 스펙을 쌓아 올리잖아요. 그런데 그게 자기 삶에 체득이 돼서 회사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스펙을 만드는 거죠. 회사 안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든지, 자기 가치를 더 둘 수 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력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정말 많아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의 리더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이력서에서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든지 리더십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스펙이 다가 아니구나,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이력서에서 보이는 것들만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도 골드만삭스에서 일하실 때, 비슷한 질문을 하신 적이 있으시죠?
그렇죠. 정말 일이 너무 많았어요. 보통 7시 30분에 출근을 하는데 저는 항상 15~30분 정도 일찍 출근했거든요. 그리고 저녁 7, 8시에 퇴근했으니까 거의 12시간 일을 했어요. 주말에도 일을 하고요. 업무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제가 가진 역량이나 스킬보다 더 많은 것이 주어질 때가 많았죠.
그때는 무엇을 위해 일하셨던 것 같으세요?
일을 할수록 조금씩 나 자신이 커가는 게 보이는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갖춰놓은 게 너무 없기는 했죠. 경영도 몰랐고 경제도 몰랐어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조금씩 공부하다 보니까 제가 커가는 게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점점 더 괜찮은 사람, 사회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힘들었던 일들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해외취업 ‘왜’ 하려고 하세요?
이후에 KB 투자증권에서 근무하시다가 홍콩으로 떠나셨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하고 떠나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무언가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던 걸까요?
셀프브랜딩랩(SBL, selfbrandinglab.com)의 자료에 따르면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맞는 '토양'이 어디인지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해요. 토양이 맞아야 내가 가지고 있는 씨앗이 제대로 싹 틔울 수 있다는 거죠. 제가 가진 스킬이나 역량이 씨앗이라면, 그 씨앗이 어떤 토양에 뿌려지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씨앗이 잘 자랄 수도 있고, 아니면 토양에 묻혀서 죽을 수도 있는 거죠. 국내 증권사라는 토양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가진 씨앗이 싹틀 수 없는 토양이었던 거죠. 일하기 편한 곳이지만 일이 즐겁지는 않았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건 조금 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거였거든요. 그런 면을 채워주지 못하니까 갈증이 계속 남아있었던 거예요. 회사에 계속 남는다면 그 갈증을 회사 이외의 다른 활동으로 승화시켜야 될 것 같았는데, 그게 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전을 하게 됐죠. 도전을 한다는 게 제 삶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모든지 절박함이 없으면 시작이 어렵잖아요. 작게 시작하는 게 맞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서 이직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잖아요. 이직과 관련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세요?
저는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는데요(웃음). 제가 경험해 보니까, 회사에서 나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데 한계가 보인다고 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회사가 얼마든지 많이 있어요. 이직을 통해서 연봉이나 직책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일 자체가 내가 가진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직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받아들여주고 거기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는 회사여도 좋을 거고요. 조금 더 나에게 맞는 방향으로 이직을 한다면 그게 점프 업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연봉이나 직책을 높이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거죠.
홍콩으로 떠나실 때 스물일곱이잖아요.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은 나이는 아닌데요.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후배도 나이가 조금 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런데 언어의 문제도 있고 해서 원하는 업계에 취업을 하지 못했죠. 그러자 자기가 일했던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인맥을 쌓게 됐고, 그 인맥을 통해서 자신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알렸어요. 자리가 나면 알려달라고 말하면서 이력서를 전달하고요. 결국은 취업이 돼서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시작을 두려워하고 계신다면, 너무 크게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무리 없이 시작을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을 거고,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겠죠. 작게 시작했던 일들이 모여서 인생의 큰 사건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라는 말씀이시군요.
너무 망설이다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잖아요. 망설일 시간에 작게라도 뛰어들어서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은 저도 두려워요. 새로운 업계에 뛰어들어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런 두려움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데, 거기에 포커스를 두는 것보다 ‘이 도전을 통해서 어떤 신나는 일이 생길까’를 생각하고 긍정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재밌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처음 홍콩에 가셨을 때 ‘플랜 B’를 갖고 계셨어요? 현지에서 취업이 안됐을 때를 대비해서 마련해 놓은 방안이 있으셨나요?
없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의 계획을 다 세워놓고 갔으면 한 달 도전해 보고 안 됐을 때 다시 돌아왔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퇴로를 열어놓지 않으신 건데, 그래서 더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할 수 있으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막상 현지에 와서 직접 부딪혀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다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 중에 내 자리 하나 없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난 건 아니었어요. 제 경우에는 영어를 할 수 있었고, 금융계에서 일한 경력도 있었죠.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입사 지원을 계속 했었어요. 헤드헌터와 연락하기도 하면서 면접 기회를 찾고 있었죠. 그러다가 헤드헌터로부터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고요. 그런 일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가서 부딪히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이 보거든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외로움도 느끼고요. 저는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홍콩에 있기도 했고, 그래서 적응이 조금 쉬웠던 것 같아요.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가장 준비해야 할 것,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외 취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왜 가려고 하는지, 어떤 직장과 일을 찾고 있는지, 명확한 비전과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적응하기가 훨씬 쉬울 거예요. 그리고 현지에 대한 정보 없이 가면 부딪히는 어려움이 너무 많더라고요. 특히 외로움을 견디기가 쉽지 않아요. 실제로 제 친구도 어렵게 취업했는데 너무 외로워서 1년 만에 다시 돌아간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해외 취업을 하기 전에 그 나라에 몇 번 방문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현지 분위기도 익혀보고 친구도 미리 사귀어 놓으면 도움이 많이 되죠.
인턴십과 인맥을 활용하세요
블로그는 언제 운영하게 되셨나요? 홍콩에 가셨을 때인가요?
그 전부터 블로그를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홍콩에 가서 시작했죠. 한국에서 일할 때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했었는데, 홍콩에 간 뒤에 본격적으로 해외 취업 정보들을 올렸어요. 그리고 이제는 육아 블로그로 변하고 있죠(웃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영향을 받으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삶에 용기를 얻게 된 것 같아요. 가장 큰 건 남편을 만나게 된 거고요(웃음). 남편뿐만 아니라 좋은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이 책의 편집자님도 블로그를 통해 만났고요. 블로그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부분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제 생각을 기록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나 울림을 줄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작은 정보 하나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포스팅도 있고, 그래서 요즘에는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러워지기도 해요.
책에도 블로그 이웃 분들의 글이 실려 있어요. 작가님의 글을 통해서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힘을 얻으실 것 같아요.
그럼요. 열심히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죠. 그런데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저는 블로그 통해서 제 이야기를 하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잖아요. 한 번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로 끝나고 계속 쌍방향의 소통이 이어지지는 않으니까요. 오프라인이라면 계속 토론할 수 있고 그 사람들이 변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는데 블로그는 그렇지 않으니까 아쉬움이 조금 있죠. 그래서 제가 강연을 정말 좋아해요. 온라인에서 느끼지 못한 사람들의 따뜻함, 관심을 느낄 수 있거든요. 눈을 빛내면서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죠.
지금까지 국내외 기업들을 거치시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셨는데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사이에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었나요?
우선 우리나라 기업은 팀워크, 정이 굉장히 강하고요. 개인적으로 뒤처지더라도 항상 북돋워주는 문화가 있어요. 사내 동아리 같은 것도 많아서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기업이 다 그렇지 않겠지만, 제가 다닌 회사는 그렇게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금융 위기가 온다고 해도 잘릴 걱정은 안 했죠. 그런데 외국계 기업은 세계 경제 위기가 온다고 하면 누가 해고됐더라 하는 뉴스가 들려오거든요. 그리고 철저한 개인주의인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직원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팀을 꾸려서 사람을 키운다기보다는 일단 던져놓고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 같아요. 살아남으면 계속 회사에 남는 거고 아니면 떨어지는, 그런 분위기죠.
같은 금융계인데도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예전에 제가 근무할 때는 그랬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계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감원도 조금 더 심해지고요.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도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먹고 먹히고, M&A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니까요.
책에서 해외 취업의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경로는 무엇인가요?
경력이 있다면 인맥 네트워크랑 사내 루트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신이 일하고 있는 환경과 회사가 한 번에 바뀌면 적응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들거든요. 둘 중에 하나라도 익숙한 게 있으면 좋겠죠. 한국에서 일했던 회사의 해외 지사에서 일하면 문화라든지 사람이 거의 비슷하잖아요. 그러면 환경만 먼저 적응하면 되는 거예요. 그곳에 조금 더 있다가 다른 회사에 가도 되는 거고,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도 되죠.
사내에서 만들어 놓은 인맥을 활용해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건가요?
그런 방법도 있고 해외 고객들을 통해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겠죠. 헤드헌터라든지 업계의 유명한 마당발들과의 인맥도 도움이 될 거고요.
신입의 경우는 어떤가요?
신입은 인턴십이 좋은 경로인 것 같아요. 학생 같은 경우에는 인맥 네트워크가 많지는 않으니까, 정부나 기업에서 후원하는 인턴십을 통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요. 그럴 경우에 회사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회사에서 책임을 지고 가르쳐주는 과정이 잘 되어있어요. 사회 경험도 미리 해볼 수 있고요.
책에서 “3개의 눈”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전체를 보는 눈, 강점을 파악하는 눈, 기회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요.
대부분 회사에서 한 분야의 업무만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는 되겠지만 회사의 전체적인 걸 보는 안목은 갖기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가지게 되면 업계가 보이거든요. 그렇게 ‘전체를 보는 눈’은 업계에 5년 이상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강점을 파악하는 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나의 업무를 하더라도 그 안에 정말 다양한 게 들어있거든요. 저의 경우에는 세일즈, 고객 관리를 했지만 채용을 한다는 측면에서 인사 업무도 경험했고,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마케팅도 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하나의 업무를 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이 일은 정말 재밌었구나’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키워가면서 그 방향으로 경력을 옮기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기회를 보는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 주어지거나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못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기회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건데, 그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회가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건 하나일 뿐이죠. 그걸 잡아서 살려내면 나중에 결과가 돌아왔을 때 ‘이게 내 기회였구나, 신의 한 수였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워킹맘의 직업은 엄마, 일은 취미일 뿐
홍콩대학교에서 MBA 공부를 마치기도 하셨잖아요. 가족들, 특히 남편 분의 응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맞아요, 남편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죠. MBA를 시작할 때도 ‘너 아니면 붙을 사람 없다’고 말해줘서 용기를 냈어요. 저희가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걸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서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막기보다는 응원해주는 사이 같아요.
책 속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도 들려주셨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가장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저희 첫째가 심장 수술을 받았었거든요. 큰 수술이어서 업무 중간에 병원도 다녀와야 했고, 수술 후에도 한 달 가량 입원을 했었어요. 그런데 남편도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거든요. 결국 친정 부모님께서 홍콩까지 오셔서 아이를 봐주셨는데, 그때 ‘이렇게 중요한 순간까지 업무에 치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희 시부모님께서도 심장이 안 좋으셔서 합병증 때문에 일주일 정도 혼수상태에 있으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싱가포르로 출장을 가 있어서 찾아 뵙지도 못하고 전화로만 소식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는 뭘까요?
저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것 같고요. 그런 순간마다 가족들이 도와줘서 버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혼자라면 절대 못했죠.
비슷한 상황에서 ‘네가 일을 그만둬야지’라는 말을 듣는 여성들도 많잖아요.
맞아요, 저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해요. 저희 가족 중 누구도 네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라는 이야기를 안 하세요. 처음부터 저는 일을 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고, 워낙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세요. 책에도 썼지만 집에 상주하시면서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혼자서는 못했죠. ‘한국에 살았다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한국에 있는 워킹맘들을 정말 존경합니다(웃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승진 기회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주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엄마가 아닌 아빠가 맡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신 적은 없었나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는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은 포기해야 할 때가 오더라고요. 두 사람 모두 커리어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면 아이가 부모를 볼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희 남편은 커리어를 포기할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그렇다면 제가 조금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 포기라는 게 결국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자리가 회사에서 항상 좋은 위치라는 보장도 없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승진을 포기한 대신에 저의 개인적인 삶이 더 풍요로워졌기 때문에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내 원래 직업은 ‘엄마’이고, 일은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셨다고요.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시던가요?
훨씬 가벼워졌어요. 그 아이디어를 주신 분이 골드만삭스에서 만났던 상무님인데요. 그 분은 지금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세요. 10년 넘게 일하고 계신 건데, 그 분을 보면서 ‘저게 진정한 회사 생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미 생활을 하듯이 즐기면서 일을 하시거든요. 회사 안에서도 끊임없이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다니시고 그걸 동료들과 공유하세요. 그러니까 내부에 적도 없고요.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으시고, 야근을 자주 하지도 않으세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시면서 가정생활도 잘 하시거든요. 저는 그 분을 보면서 ‘일을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 그래야 오래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목숨 걸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래야 할 시기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여유롭게 즐기면서 스스로 숨통을 트여주면서 일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끝까지 일을 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미 생활을 하듯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객을 고객으로 만나지 않고 친구로 만나는 순간 일이 재밌어지더라고요. 일을 통해서 만났지만 나중에는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거죠. 그럴 때 일을 취미처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책 중간 중간 멘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멘토의 조언을 들었던 경험도 들려주셨고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멘토가 되어주고 싶으세요?
말보다는 제 삶으로써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멘토가 되고 싶어요. 말을 장황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걸 경험해 보지도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작은 영감을 주는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블룸버그를 떠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세요?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계획 중이고요. 아마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홍콩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경력개발센터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HR이나 헤드헌터와 비슷한 역할인데, 제가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홍콩대 총장님께서 그동안의 활동을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블로그를 통해서 해왔던 활동이라든지 멘토링을 통해서 젊은이들의 삶에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게 보기 좋으셨나 봐요. 제가 블로그에서 했던 활동들과 새로운 일 사이에 교집합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새로운 기대를 안고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자리를 지키며 나만의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쓰셨습니다.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청년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조금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나이 때이고 그 시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더 두렵거든요. 남들의 시선도 그렇고, 내가 포기해야 될 것도 너무 많아져요. 그때는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고 연봉도 어느 정도 높아져 있을 테니까요. 그것들을 포기하려면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하죠. 그런데 청년들은 잃을 게 없어요. 설사 안됐다고 해도 또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요. 얼마나 좋은 시간인지 몰라요. 지금 안 됐다고 해서 인생을 망친 것도 아니고, 안 되면 다시 다른 걸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용기를 가지고 소신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심정으로요.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 서은진 저 |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스물넷 파견 계약직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긍정 마인드와 노력으로 홍콩 금융계에 입성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라면 누구나 책장을 넘기며 ‘이건 내 얘기잖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 에세이로, 취업 준비와 경쟁에 지친 몸과 마음에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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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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