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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아서 매력적인 배우,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의 강영석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으로 세 번째 2인극을 준비하고 있는 강영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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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렵고도 쑥스러운 얘기인 것 같은데, 지난 1년간 좋은 기회가 많이 왔고, 그래서 하고 있는 작품들을 열심히, 잘 해나가는 게 지금은 목표예요. <올드위키드송>의 경우 엄청난 고뇌와 기쁨, 슬픔이 있는 작품인데, 그걸 온전히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데뷔 1, 2년 차 배우를 인터뷰하는 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인터뷰라는 것 자체를 어색하고 어렵게 생각해서 기자와 눈도 잘 맞추지 않죠. 분명히 작품에 대해 생각도 많고 평소에는 이런저런 얘기도 잘 하지만, 질문에는 지나치게 짧게 답할 때가 많고요. 그러다 보면 기자의 질문은 길어지고 많아지고, 분위기를 좀 편하게 만들어보겠다고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겨 인터뷰를 하고 돌아와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잘 모르겠는데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말을 왜 이렇게 못 하지? 죄송해요, 두서없이 말해서...’라고 말하는 배우의 답변 사이로 배우를 도와 답변하는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만 빼곡할 때가 많습니다. 이 상황을 예상했음에도 꼭 만나보고 싶었던 신예배우, 그는 바로 뮤지컬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에 이어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으로 세 번째 2인극을 준비하고 있는 강영석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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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캐스팅하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지 않을까요? ‘얘가 왜?’라고.”

 

예기치 않게 소나기가 쏟아지던 일요일 정오, <올드위키드송> 연습실을 찾느라 익숙한 대학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말간 얼굴에 긴 다리로 비를 피해 성큼성큼 달려가는 한 청년이 있기에 직감적으로 뒤따라갔습니다. 그 청년이 바로 2015년 <모범생들>로 데뷔해 지난 1년간 연이어 인기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 강영석 씨. ‘비결이 무엇이냐’는 사실 스스로 답하기에는 민망한 질문에 그는 그 말간 얼굴을 부비며 진지하게 ‘정말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자의 경우 <쓰릴 미>를 보고 강영석 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애써 가라앉힌 마음을 들쑤셔 아주 오랜만에 흙탕물로 만든 그 무대에 강영석 씨가 있었습니다.     


“<쓰릴 미> 연출님이 저더러 성질을 잘 낸다고 하셨어요(웃음). 호불호가 갈리는데, 제가 아직 초보라서 무대에서 감정을 좀 지저분하게 표현한다고 해야 하나? 과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 감정 표현이 정제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2인극에만 연달아 세 번째 캐스팅됐습니다. 지난해 국내 초연됐던 <올드위키드송>은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나이도, 국적도, 성향도 다르지만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는 이야기인데 전작들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사실 <쓰릴 미>는 일단 어둡고, <마마 돈 크라이>는 너무 변화무쌍해서 힘들었는데, <올드위키드송>은 좀 다른 느낌이라 재밌어요. 어두운 부분도 있지만 마음이 지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짝반짝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랄까.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치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연기 외로 준비할 게 많잖아요.


“맞아요. 독일어에 피아노... 둘 다 예전에 해본 적은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맡은 배역 때문인지 무대 위에서는 순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성깔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올드위키드송>의 스티븐 역시 까다롭고 할 말 다 하는 인물인데, 실제 성격도 비슷한가요?


“스티븐은 화가 많아요. 사람들이 천재라고 하지만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갇혀 있는 느낌이고, 일부러 더 거만하게 행동하고 방어적이죠. 저는 착해요(웃음). 관계에 있어 어떤 불편한 점을 알고 있어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런 부분에 개입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화가 나도 막 표출하지 않고, 따지는 것도 싫어하고요. 무대에서 맡았던 인물들과는 많이 다른 편이죠. 그나마 <총각네 야채가게>의 윤민이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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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은 상대 배우에 따라 확연히 다른 무대를 보여주잖아요. 전작들이 ‘형’들과 했던 작품이라면 <올드위키드송>은 ‘선생님’들과 작업하게 됐는데, 어때요?


“처음에는 선생님들과 한다고 해서 좀 무서웠어요(웃음). 그런데 두 분 다 정말 편하게 잘 대해 주셔서 좋아요. 연기할 때는 두 분 평소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호성 선생님은 동네 형 같은 느낌인데 좀 단단하다고 해야 하나. 안석환 선생님은 몸도 많이 쓰고 많이 웃기도 하시고, 개구쟁이 같아요. 그래서 스티븐 입장에서는 안 선생님과 있을 때 더 약이 올라요. 안 선생님은 약이 올라서 화가 나고, 이 선생님은 답답해서 화를 내게 되죠.”

 

스티븐을 함께 연기하는 이현욱 씨는 강영석 씨와는 또 다른 이미지인 것 같아요.


“현욱이 형은 처음에 무섭게 봐서 성격도 있고 사람을 통제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청 장난꾸러기더라고요. 빈틈이 좀 많고요(웃음). 그래서 확실히 저와는 다른 스티븐일 것 같아요.” 

 

그리고 보니 남자배우들만 가득한 작품을 하셨네요. 강영석 씨가 봐도 멋있는 남자는 누구였나요(웃음)?


“일단 (이)창엽이는 남자가 봐도 정말 잘생겼어요.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사람 아시죠(웃음)? (임)병근이 형은 <쓰릴 미>부터 같이 해서 가장 편한데, 무대에서는 어떤 고고한 느낌이 있어요. (이)충주 형은 정말 부러운 성대와 소리통을 갖고 있어서 존경스러워요. <마마 돈 크라이>에 ‘하프 맨 하프 몬스터’라는 넘버가 있는데 충주 형이 ‘하프 맨’ 하니까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니까 제가 노래를 더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고)영빈 형은 동작 하나하나가 멋있고 감동적이에요. 멋있고 잘 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특히 <마마 돈 크라이>는 처음에 적응이 안 됐어요. 고등학교 때 동영상이나 음원으로 만났던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으니까요.”

 

<쓰릴 미>나 <마마 돈 크라이>는 특히 팬 층이 두텁고, 새로운 팬도 많이 생기는 작품이잖아요. 강영석 씨도 팬이 많아졌겠죠?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제 팬클럽 이름이 ‘잔여0석’이에요. 잔여석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 아직 그런 적은 없습니다(웃음). 팬들과 장난치고 친하게 지내요. 그래서 매번 퇴근길이 늦어지는데, 팬들 얼굴은 대부분 기억하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마마 돈 크라이> 할 때 메텔 가발을 쓰고 숨어 있던 분이 계셨어요. ‘나와 우주여행을 떠날까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분도 무척 쑥스러웠겠지만 저도 많이 쑥스러웠어요(웃음).”

 

대학생이었던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겠네요. 그런데 아직은 무대에서 기복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배우로서 어떤 점들을 보완하고 있고, 장점은 어떤 걸까요?


“사실 더 다듬어야 할 게 많아서 관객들에게 죄송하기도 해요. 일단 노래를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뮤지컬을 이렇게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노래 부를 때 안 좋은 습관이 많아서 선생님이 그걸 하나씩 고치느라 애를 먹고 계시죠. 이 작품에서도 마슈칸이 ‘사람들이 노래만 시작하면 숨을 이상하게 마신다’고 하는데 제가 딱 그렇거든요. 이번에 제대로 된 역할을 맡은 것 같아요(웃음). 특별히 장점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해서 수영, 스키, 농구 등은 쭉 해왔는데 무대에서 표현할 수가 없잖아요. 고등학교 때 팝핀도 했는데 현대무용을 배울 걸...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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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돌아본 1년, 그리고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를 얘기해 준다면요?


“가장 어렵고도 쑥스러운 얘기인 것 같은데, 지난 1년간 좋은 기회가 많이 왔고, 그래서 하고 있는 작품들을 열심히, 잘 해나가는 게 지금은 목표예요. <올드위키드송>의 경우 엄청난 고뇌와 기쁨, 슬픔이 있는 작품인데, 그걸 온전히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배우로서 좀 더 변화무쌍해지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느낌인데 더 다채로운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참,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웃음).”

 

이 정도면 답변을 잘 한 게 아니냐고요? 지어낸 얘기는 없습니다. 다만 흩어진 말들을 상당히 걸러내 잘 붙여야 했죠. 강영석 씨는 노래보다 인터뷰가 힘들다고 했지만, 기자도 힘든 인터뷰였지만, 솔직히 재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왜냐면 정제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강영석 씨의 매력 아닌가요?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9월 21일부터 10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슈만의 음악, 그리고 스티븐으로 변신한 강영석 씨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 보시죠. 아마도 <올드위키드송>이 끝날 무렵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테고, 이후에는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에서도 그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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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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