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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씻었을까?

몸의 노출이 꺼려지던 그 시대, 전신욕은 연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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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인 덕목이 사람의 삶 속에 자리를 잡고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었던 조선시대에 몸을 닦는다는 것은 군자의 도리를 다하고 사람답게 사는 바른 길임과 동시에 옷을 벗고 살을 내어보여야 하는, 무례하고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때 한국 대중탕에서 ‘때밀이’라 부르는 세신사에게 몸을 맡겨 때를 미는 것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코스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의 목욕 문화 하면 대중탕에서 목욕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어린 시절의 추억 하면 수증기 가득 찬 목욕탕 안에서 울면서 목욕했던 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토록 익숙하게 느껴지는 대중목욕탕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1905년 서울 서린동에 한국 최초로 문을 열었던 대중목욕탕이, 모르는 사람들끼리 함께 발가벗고 목욕한다는 사실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외면 속에 단기간에 문을 닫고 말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피로회복을 위한 동네 명소인 오늘날과 같은 대중목욕탕은 1920년대에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씻고 살았던 걸까? 조선시대에 집집마다 목욕탕이나 샤워실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지금과 같은 전신욕보다는 주로 부분욕을 행했다. 얼굴을 닦는 낯 씻기와 이를 닦는 이 닦기는 매일 하는 것이고 손 씻기와 발 씻기는 수시로 하였으며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한 후의 뒷물이나 머리감기 등은 필요에 따라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신을 씻는 목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전신욕이 연례행사였다는 것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유교적인 덕목이 사람의 삶 속에 자리를 잡고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었던 조선시대에 몸을 닦는다는 것은 군자의 도리를 다하고 사람답게 사는 바른 길임과 동시에 옷을 벗고 살을 내어보여야 하는, 무례하고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을 것이다. 서민들은 냇가 등 주변에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 어느 때라도 사람들의 이목만 피한다면 쉽게 목욕을 즐길 수 있어 가진 것 없이 사는 덕분에 오히려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목욕은 훨씬 더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조선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궁궐에서 일하는 궁녀나 나인들조차 전문적인 목욕시설이 갖추어진 것이 아니어서 부엌이나 빈 공간이 있는 창고 등에서 문단속을 하고 물을 조금씩 끼얹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몸 구석구석을 닦으며 목욕을 했다.


창덕궁 연경당.jpg

창경궁 연경당

 
왕이나 왕비의 경우에는 비밀스러운 장소를 따로 만들어 목욕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데 알몸으로 목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목욕 전용 옷을 걸치고 전신욕을 하였다. 오늘 날 창덕궁 연경당 별채에는 ‘북수간’ 혹은 ‘목간통’이라 불리는 목욕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목간통은 나무로 만든 둥글고 큰 대형 세숫대야나 작은 목욕용 통을 생각하면 된다. 지체 높은 양반들은 목욕시설인 정방이라는 작은 장소를 집안에 따로 설치해서 목욕을 하곤 했는데 이들 역시 유교사상에 영향을 받아 몸을 노출하는 것을 꺼렸으므로 목욕을 위한 옷을 갖추어 입고 몸을 씻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얼굴을 씻는 곡물가루와 이를 닦는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닦다

 

먼저 낯 씻기를 살펴보자. 몸가짐을 통해 마음이 드러난다고 여겼던 유교의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에는 누구나 일어나면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낯 씻기였다. 서민들의 경우는 맹물로 정갈하게 얼굴을 씻는 것이 전부였지만 사는 것이 넉넉하고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은 여인들이 있는 경우엔 얼굴을 씻는 일에 좀 더 정성을 들여서 쌀뜨물이나 쌀겨 갈은 것, 녹두, 콩, 팥을 가루로 만들어 물과 섞어 얼굴을 닦기도 했다. 특히 녹두가루는 물과 섞어 문지르면 미세한 거품이 나는 성질이 있어 미백과 더러움 제거의 기능을 함께 하며 각광받는 미용재료가 되었다.

 

조선시대에 여인들은 씻기 위해 사용한 곡물가루들을 ‘조두박’에 담아 썼기 때문에 이 가루들을 “콩팥의 가루로 씻는다”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붙여 ‘조두[?豆]’라고 부르기도 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더러움을 날려 보낸다”는 뜻에서 ‘비루[飛陋]’라고  불렀다고 한다. ‘비루[飛陋]’라는 이름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음운변화를 일으키면서 ‘비노’라 불리다가 오늘날 ‘비누’라는 단어로 정착되었다니, 늘 사용하면서 불어나 영어가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비누라는 단어가, 어원은 한자이지만 세월의 힘이 더해지며 변화를 일으켜 순우리말로 정착된 단어라는 점도 신기하다.

 

비누로 쓰던 조두를 담아 두던 조두박(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jpg

비누로 쓰던 조두를 담아 두던 조두박

(출처_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제 조선시대의 이 닦기에 대해 알아보자. 흔히들 이 닦기를 양치라고 부르곤 하는데, 당연하게도 ‘치’라는 한자가 음식을 씹을 때 사용하는 ‘이’를 의미하는 ‘齒’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사전을 찾아보면 ‘양치’라는 말 옆에 한자 표기는 ‘양지[楊枝]’라고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양지’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버드나무 가지’라는 뜻으로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이를 청소하고 관리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연산군 당시 실록의 기록을 보면 “양치질하는 나무를 만들어 바치게 하라”는 대목이 나오고, 조선시대 왕명으로 만든 어휘사전인 《역어유해》에 양치질을 ‘양지믈 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오늘날 이쑤시개처럼 버드나무 가지로 이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기도 하고 섬유질이 많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이 표면을 긁어 불순물을 제거하기도 한 후에 물로 이것들을 헹구어 내곤 했기 때문에 ‘양지믈 하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동의보감에 “소금으로 이를 닦고 더운 물로 헹구면…”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오늘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종종하시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소금을 손가락에 묻혀 이를 닦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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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반주원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진학했다. 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사 및 통합사회 강사로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비상에듀 등의 유명 대형 학원과 EBS 등에서 두루 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전국 최고 사탐 강사 5인(입시타임즈 선정)에 뽑히는 등 수능 영역에서는 10년 이상 최고의 사회과 스타 강사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공무원 한국사 영역으로 강의 영역을 확장했으며, 현재는 TV 프로그램 ‘황금알’에 한국사 전문가로 출연 중이다. 『반주원 한국사』 시리즈, 『반주원의 국사 교과서 새로보기』, 『유물유적 한국사 1』 외 다수의 저서를 편찬·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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