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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는 과연 ‘멋진 신세계’인가

구본권 『로봇 시대, 인간의 일』 yes24 2016년 여름 교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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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보다 인간이 어떻게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한 거죠. 그건 마치 우리가 자동차보다 빨리 뛰어다니겠다, 엑셀보다 정확한 계산을 하겠다, 고 마음먹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앞으로는 그것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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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성의 절대성에 대한 신뢰와 과학적 합리주의를 추구해온 결과 마침내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직면하게 됐다. 바로 이반 카라마조프가 말하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상’일 것이다. 이는 도구를 활용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권능인 동시에 모든 것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부여받은 자유와 권능은 너무도 커서, 누구에게도 위임될 수 없다. 결국 각 개인이 스스로 그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어크로스, 16쪽)

 

과연 대단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사람들은 어딜 가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했다. 분야를 막론한 이야기들이었다. 많은 세계적 석학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내다봤고, ‘2020년이면 500만 개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뉴스를 도배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은 여기서 기인한다. 인공지능의 그것만큼 인간의 진화는 빠르지 않아 앞으로 어떠한 세계가 다가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의 저자 구본권은 국내에 ‘잊혀질 권리’ 논의를 처음 제기한 바 있는 디지털 인문학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 세상의 만남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과연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여러 방향에서 검토한다. ‘로봇 시대’는 과연 ‘멋진 신세계’인가. 지난 7월 1일, 상상마당에서 진행된 구본권 저자의 강연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저자는 가장 먼저 “알파고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게 아닌가”라며 가벼운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살펴본 것은 사라진 직업들이었다. GPS의 개발로 사라진 비행 항법사,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라진 MP3 제작업체 등 미처 살피지 못했을 뿐 무수히 많은 영역이 새로운 것으로 자리를 내어주고 시대의 저편으로 물러났을 터였다.

 

“아무리 MP3에 혁신적인 기능을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스티브 잡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상상하기는 어려운 겁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만으로 가능할 것인가, 이것이 로봇 시대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이유인 것 같아요.”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65%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는 지금은 전혀 모르는 직업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 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세상이 올지, 어떤 종류의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를 하고, 준비해야 하는 “말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로봇은 이미 단순 기계 조립 업무를 인간보다 훨씬 잘, 야근 수당 없이도 잘한다. 점점 더 많은 “백만 명의 노동자가 백만 대의 로봇으로 대체”된다면, ‘인간의 일’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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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수 있을까


“로봇보다 인간이 어떻게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한 거죠. 그건 마치 우리가 자동차보다 빨리 뛰어다니겠다, 엑셀보다 정확한 계산을 하겠다, 고 마음먹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앞으로는 그것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짐 데이터라는 하와이대 교수가 이런 말을 합니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요.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가능성이 미래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준비해보는 것이라고만 얘기를 합니다. 우리가 미래를 얘기할 때 미래에는 무엇이 필요하다, 고 얘기하는 게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거죠. 하나의 길을 상정하는 것 말입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위키피디아의 대비를 생각하면 상황은 보다 선명해진다. 지식의 생산량이 많아지는 만큼 지식의 유효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끊임없이 자기 수정을 하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같은 수준의 정확도까지 확보했다. 이를 새뮤얼 아브스만은 그의 저서 『지식의 반감기』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데 몇 천 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지동설이 빅뱅이론이나 상대성이론으로 바뀌는 데 몇 백 년이 걸렸죠. 지금은 누구나 나사(NASA) 홈페이지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명왕성이 행성이라고 배웠지만 지금은 아니죠. 당대에 천체에 관한 지식이 계속 달라지는 거예요. 지식이 생산량이 달라지니까요.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복잡한 것을 배워야 할 겁니다. 무엇이 최신 우주 지식인지 알기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어요.”

 

저자는 한국의 상황을 살폈다. “대학교 보내는 데 모든 목표가 맞춰져” 있는 현실에서 한국 사회의 ‘실질문맹률’은 꽤나 높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생애 연령 중 21~22살 시기에 가장 똑똑하다. 일본 등 다른 나라가 30~40대에 최고점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평생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다름 아닌 바로 ‘학습할 줄 아는 능력’이다.

 

“지식정보가 많이 나와서 계속 변화하는 사회기 때문에 변화하는 지식을 계속 학습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은 아니죠. 일본은 40대 중반에 가장 똑똑합니다. 다른 나라도 30~40대까지 계속 학습하는데 우리는 20대에 최고점을 치고 그냥 꺾이는 거예요. 이것은 어쩌면 인공지능에 가장 취약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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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인간


기자, 번역가, 약사...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활용해 전문가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인공지능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그 ‘멋진 신세계’가 도래했을 때, 인간은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자신의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로봇은 인간이 설계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무인자동차 앞에 열 명의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자동차는 승객 한 명을 살리고 보행자 열 명을 죽이는 선택을 할 것인가 보행자 열 명을 살리기 위해 승객 한 명을 죽이는 선택을 할 것인가.

 

“예전에는 윤리학의 사고실험이었어요. 세상에는 일어나지 않는, 상상의 일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된 거예요. 사람은 각자가 개별적이기 때문에 모든 사고가 개별적이죠. 그러나 로봇은 그렇지 않아요. 만약 한 번 사고가 난다면 모든 로봇이 그런 사고를 낸다는 의미예요. 엄청나게 위험하죠.”

 

이러한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이 감정적 교류 대상이 되었을 때 더욱 커질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동안 인간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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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슬픔 때문에 오고, 외로움 때문에 반가움이 오고, 좌절 때문에 성취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로봇에게 입력하려고 하는 것은 한쪽 감정을 지우는 일입니다. 우리를 슬프게, 외롭게, 좌절시키게 하는 로봇, 절대 못 만들죠. 망하겠죠. 로봇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한쪽의 감정만 경험하고 믿게 되는 일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진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겠죠. 영화 <그녀>에 잘 나타나듯 말이에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무지의 발견’이라고 했다. 이른바 지식혁명이다. 구본권은 이를 ‘호기심’으로 설명했다.

 

“성서에서 최초의 인간에게 신이 금기를 줍니다. 동산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요. 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먹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 여성이 판도라입니다. 그도 선물을 받지만 열어보지 말라는 신탁을 받아요. 역시 궁금증을 못 참고 선물 상자를 열죠. 자, 종교에서,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을 어떻게 묘사하느냐?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겁니다. 인간의 본질을 이렇게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죠.”
 
구본권은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희망은 이런 인간의 본질인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극에 닿을 때까지 끝까지 가보면 이제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고와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소개하며 저자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을 인용하고 강의를 마쳤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는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두 도시 이야기』, 찰스디킨스, 펭귄클래식코리아,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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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저 | 어크로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람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방도를 모색해온 디지털 인문학자가 내놓은 우리 시대의 질문들이다. 10가지의 미시적 질문들이 엮어낸 미래에 관한 생생한 지도는 새로운 기술 정보와 떠오르는 이슈에 대한 파편적 접근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거시적 안목과 실질적 교양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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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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