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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아버지와 아들의 특별한 하루 - 연극 〈아들〉

가장 가깝지만 모든 것이 어색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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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치기도 하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면서 강식과 준석은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소박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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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만남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울림을 준다. 연극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은 15년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의 하루를 통해 부모자식간의 깊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아들, 그리고 딸인 우리들의 인생과 그 순환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 <아들>은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을 무대 위로 재연한 작품이다. 작품 전체의 줄거리와 사건, 특징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수로 복역중인 강식은, 15년 만에 집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특별 귀휴를 나가게 된다. 강식은 아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과 설렘으로 차분히 만남을 준비한다. 3살 때 헤어져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어린 아들 준석은 어느 새 듬직한 18살의 소년이 되어버렸다. 매일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준석 또한, 강식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린다. 준석은 수학공식을 외우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강식은 최신 유행어를 익히며 아들에게 건넬 인사를 연습한다.

 

하루하루 날짜를 기다리던 두 사람. 드디어 마주친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어색한 인사를 건넨다. 누구보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기다렸던 두 사람이지만, 그들 사이에 생긴 15년동안의 벽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그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준석은 그토록 기다렸던 아버지를 퉁명스럽게 대하고, 강식은 가슴 아프지만 그런 준석을 이해한다. 1분 1초가 흘러가는 게 아까울 만큼 소중한 시간이지만 준석이 마음을 열 때까지 천천히 그를 기다려준다.

 

<아들>은 그런 두 사람의 진짜 속 마음을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마치 관객과 대화하듯 담담히 뱉어내는 두 사람의 내레이션은 극의 전개를 한층 유연하게 해준다. 때론 유머러스 하고, 때론 가슴 시릴 만큼 슬픈 두 사람의 진심은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영화에서도 독특한 기법으로 주목 받았던 내레이션은, 공간 표현과 감정 표현이 제한적인 연극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아버지와 아들

 

어색해 하던 두 사람은 함께 비 오는 거리를 걷고 사우나를 가는 평범한 일들을 함께 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면서 강식과 준석은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소박한 하루를 보낸다. <아들>은 이렇듯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가 없다. 그저 조용하고 담담하게 두 사람의 하루를 보여준다. 조금은 지루하고 루즈하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연극은 묵묵히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느린 호흡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더 집중해서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지막의 반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보다 더 큰 놀라움과 슬픔을 전달한다.

 

연극 안에는 강식과 준석의 부모자식 관계뿐 아니라, 강식과 강식 어머니의 부모자식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치매를 앓아 강식을 알아보지 못했던 강식의 어머니는, 강식이 떠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아들의 얼굴을 알아본다. 그리고 단 한마디의 대사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한다. 강식과 강식의 어머니의 모자 관계는 강식과 준석의 부자 관계로 연결되며, 내리사랑으로 이어지는 부모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들>은 내레이션뿐 아니라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또 다른 준석이 직접 부르는 5곡의 노래는, 극의 분위기와 감정을 한층 고조시켜준다. 똑똑한 무대 구성 역시 돋보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배경을 무대 위로 최대한 구현시켜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이 이어진다. 영화에 비해 인물이나 사건이 다소 축소 된 점은 아쉽지만, 센스 있는 무대 구성을 통해 제법 다양한 배경을 접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두 사람은 짧은 하루의 만남을 뒤로 하고, 언제 만날 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한다. 다시 그리움과 미안함을 가슴에 품고서 특별했던 하루와 이별을 고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먹먹한 만남과 이별을 그린 연극 <아들>은 7월 24일까지 아트윈 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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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 연극<아들>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등급: 만 10세 이상 관람가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아들 : 1Disc

<장진>,<차승원>,<류덕환>6,600원(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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