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제는 즐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배우 양준모

국내 초연 때 스위니 토드를 연기했던 배우 양준모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지난 10년 동안 어떤 캐릭터를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물어오면 항상 스위니 토드였어요! 지금은 경험이 많아져서인지 안전하게 캐릭터의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크기변환_2016 스위니토드_공연사진_양준모1.jpg

 

가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탑10 뮤지컬을 찾아볼 때가 있습니다. 공연시장의 양대 산맥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어떤 작품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단 10개의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도 공연 될 때마다 사랑받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제목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품,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도 있다는 겁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정서와 문화의 차이일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새로 들어오는 라이선스 공연들을 보면 공연시장의 문화도, 객석의 정서도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9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왠지 편해진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래서 국내 초연 때 스위니 토드를 연기했던 배우 양준모 씨의 감회는 더욱 남다른데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샤롯데씨어터에서 양준모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캐릭터를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물어오면 항상 스위니 토드였어요! 초연 때는 20대라 너무 어려서 그냥 열심히만 했는데, 그래서 작품을 하면서 제 성격도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지금은 경험이 많아져서인지 안전하게 캐릭터의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성악을 전공했던 양준모 씨가 뮤지컬 무대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작품이 바로 2007년 국내 초연된 <스위니 토드>. 그도, 그리고 관객들도 이제 좀 더 편안하게 <스위니 토드>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가끔 ‘이 작품의 메시지가 뭘까’ 생각했는데 ‘복수는 복수를 낳고’ 정도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연출(에릭 셰퍼)에게 물어봤더니 ‘왜 메시지를 찾으려고 하느냐, 그냥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접근 자체가 다른 거죠. 10년 전에는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될까?’라는 마음이 더 컸고, 그때 제 시각에는 모두가 열심히만 했어요. 초연 때는 관객들도 숨도 못 쉬고 봤던 것 같아요. 피를 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었고, 손드하임의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 있었고. 그래서 1막 끝나고 나가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에릭 연출이 바란 것은 말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하면 어둡고 그로테스크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일단 이번 무대를 보시면 환해요. 여기서 아무리 다크하게 해도 다크할 수가 없는 거죠. 가사도 예전과 같은 게 거의 없고, 그냥 초연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 생각엔 10년 전 무대를 그냥 가져와도 잘 될 것 같고, 지금 이 무대도 재밌을 것 같아요.”

 

크기변환_2016 스위니토드_공연사진_양준모2.jpg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경우 국내에서는 <컴퍼니>, <어쌔신> 등으로 알려진 스티븐 손드하임의 다소 기괴한 음악 때문에 더 주목받는데요. 배우로서 손드하임의 음악은 어떤가요?

 

“현대 오페라와 비교되곤 해요. 화성도 비슷하고. 손드하임은 수학자이기도 해서 모든 걸 계산적, 아주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어요. 음악만 충실해도 어느 정도 연기가 되는 셈이죠. 사실 현대 오페라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은데, <스위니 토드>의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명작이죠. 개인적으로는 전작이었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저와 맞는 음역대가 아니라서 매회매회 굉장히 신중하게 공연했어요. 테너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스위니 토드는 바리톤, 딱 제 음역대라 소리 내는 것도 편해요.” 

 

극 중 러빗 부인과의 호흡에 따라 작품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옥주현, 전미도 씨의 색깔이 굉장히 다른데, 무대 위에서는 어떤가요?

 

“맞아요, 이 작품은 두 인물이 어떤 호흡이냐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또 스위니 토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굵은 감정으로 가는 반면 러빗 부인의 감정은 다채로워요. 그래서 포커스 자체가 러빗 부인에게 더 집중되는 면도 있고요. 일단 미도 씨는 워낙 작품을 같이 오래 해서 말이나 감정, 연기적인 색깔이 잘 통하는 친구예요. 무대 위에서 눈빛만 봐도, 약속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척척 맞아떨어지죠. 미도가 가진 색깔이 발랄하면서도 슬프거든요. 러빗 부인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주죠. 주현 씨는 작품으로 만난 게 처음인데, 갖고 있는 소리가 정말 좋아요. 날것의 느낌이랄까? 배우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점이죠.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거든요.”

 

크기변환_2016 스위니토드_양준모,옥주현.jpg

 

조승우 씨와도 처음이지 않나요? 두 분의 색깔도 굉장히 다릅니다.

 

“처음이에요. 그래서 컴퍼니 측에서 아주 신나했대요. 네 배우가 너무 다르니까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웃음). 승우 씨는 너무너무 섬세해요. 초연 때 참여했던 저로서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에릭 연출과 승우 씨를 보면서 즐길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여유를 가지게 됐죠. 아무래도 저는 갖고 있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무겁고 진중하게 보일 텐데, 승우 씨는 감정의 격차를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연출도 배우마다 차이점을 더 부각하려고 했어요. 에릭 연출은 아시아에서 공연이 처음이라 더블 캐스팅 자체가 처음이래요. 그래서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달라지는 걸 굉장히 신기해하더라고요.”

 

언론에서 ‘조승우-옥주현’의 첫 만남을 많이 드러내는데, 서운하지는 않나요(웃음)?

 

“워낙 큰 두 사람이 만났으니까요. 사실 저와 현철이 형(조성지)만 초연 때 했던 배우거든요. 이 작품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런 질문 정도는 유쾌하게 넘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지금 양준모 씨의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미제라블>로 일본에 이어 국내 무대까지, 내공이 켜켜이 쌓였을 것 같아요.

 

“자신감보다는, <스위니 토드>의 경우 초연 때와 달리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레미제라블>을 할 때는 10여 년간 뮤지컬을 통해 경험한 모든 것이 장발장을 위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만큼 장발장은 모든 감정을 필요로 했거든요. 배우로 계속 일하다 보니까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고, 했던 캐릭터도 다시 할 수 있고.”

 

지금껏 연기했던 배역들만 보면 무대 위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배우네요.

 

“감사하죠. 운 좋게도 보통 남자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배역은 30대 초반까지 다 해봤어요. 오히려 현대극을 한 지 오래 돼서 그냥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크기변환_2016 스위니토드_공연사진_양준모,전미도.jpg

 

코미디는 어떨까요? 강한 이미지와 보이스 칼라 때문에 주로 선 굵은 역할만 해오셨는데, 평소 성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의외로 아기자기하거나 독특한 유머 감각을 가진 건 아닌가요(웃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무대 위 모습과 비슷해요.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사람이죠. 저를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겁게 알고 계시고. 딸아이가 9개월인데 지금은 완전히 딸 바보로 살고 있고, 가정적인 편이긴 해요. 사실 7년 만에 아기가 생겼는데, 아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던 <스위니 토드>를 못하겠더라고요. 배우가 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그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반대로 지금이 표현하기는 더 좋죠.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적인 감정이입은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껏 많은 도전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또 어떤 도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다시 클래식을 해보고 싶어요. 연출을 했던 오페라 <리타>는 또 공연될 거예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오페라를 <리타>를 통해 다 표현했거든요. 사실 유럽이나 미국의 주요 오페라단에서 <스위니 토드>는 정기 레퍼토리예요. 그만큼 음악이 잘 짜인 공연이라서. 외국에서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공연하는 배우가 많은데, 국내에서도 좀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성악 레슨은 계속 받고 있어요. 성악이 베이스인 배우들은 베이스를 더 잘 다듬어야 다른 색깔의 소리도 낼 수 있거든요.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오페라 무대에도 서 보고 싶어요.”

 

언젠가 국립오페라단과 한 무대에 서는 게 아니냐며 함께 웃어 봅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양준모 씨는 무대로, 기자는 객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배우도 관객들도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즐겼습니다. 기괴한 음악이 가득하고, 피가 낭자한 그 공연장에서 말이죠.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대는 더욱 다양해지고, 배우와 관객들에게는 그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겠죠. 물론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대와 배우를 바라보고 있을 테고요. 모든 공연이 그렇지만 유독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호흡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띠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그래서 조승우, 양준모, 옥주현, 전미도 모든 페어를 보고 싶은 마음은 기자만의 욕심은 아니겠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