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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책 밤책] 뜨거운 갈등과 더위를 식혀주는 책 한 잔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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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와 심야서점이 결합되어 있으며,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ae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 누군가와 갈등이 생긴다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 밖에 없겠죠. 이 뜨거운 더위와 갈등을 식혀주는 책 한 잔을 소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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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 무엇인가요?"
 
꽤 진부해 보이는 이 질문은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단기간에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사용합니다. 그 책을 통해 알맞은 술을 권해 드릴 수도 있으니깐요. 물론 수많은 소중한 책들 중에서 단 한 권만 뽑는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라는 점,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나왔습니다. '고전 소설'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우리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만 한다고 종용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고전 소설이었습니다. 우리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많은 손님들이 선택한 인생 소설 입니다. 미국의 대표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출간한 소설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인생 책’으로 뽑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것은 제목 그대로 개츠비가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위대함은 모두가 속물 근성으로 흘러가고,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세태와 대척점으로 위치한 '순수한 사랑’으로부터 왔습니다.

 

개츠비는 과거 군 복무 중에 만났던 데이지를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 후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많은 돈을 모았고, 그녀가 혹시라도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화려한 파티를 엽니다. 때로는 강 건너편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비춰지는 초록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많은 노력 끝에, 결국 데이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유부녀입니다. 그래도 데이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마음은 여전하며, 다행히 그녀 또한 개츠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데이지와 남편인 톰 뷰캐넌 그리고 개츠비와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 데이지의 친구인 조던 베이컨까지 총 다섯 명의 인물이 뉴욕에 갑니다. 그런데, 뷰캐넌이 바라보는 개츠비의 모습은 이전부터 영 탐탁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남자의 직감으로 개츠비에게 풍겨 나오는 수상한 뉘앙스를 알아챘을 터 입니다. 때마침 날씨는 더웠고, 이렇게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모두의 몸에서 땀이 흘러 내립니다. 이 갈증 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원한 음료가 필요했을 거에요.

 

우리는 플라자 호텔의 응접실 딸린 스위트룸을 하나 빌렸다.

그 방으로 몰려 들어갈 때까지 시간을 끌며 뭐라고 소란스럽게 입씨름을 벌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떠들어 대는 와중에 속옷이 축축한 뱀처럼 다리를 휘감고 가끔 땀방울이 등줄기로 서늘하게 흘러내렸던 것만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욕실을 다섯 개 빌려 냉수욕을 하자는 데이지의 제안은 마침내 '민트 쥴렙을 마실 만한 장소' 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했던 것이다. 

 

이들은 뜨거운 갈등과 더위를 식히기 위해 민트 쥴렙을 마셨습니다.

 

민트 쥴렙은 18세기 미국 남동부에서 탄생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38년에 미국의 3대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의 공식 칵테일로 지정되면서 입니다. 켄터키 주에서 5월 첫 번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데, 매년 약 12만 잔의 민트 쥴렙이 서빙된다고 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지요.

 

민트 쥴렙은 버번 위스키, 설탕 시럽, 스피아민트 그리고 잘게 부순 얼음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실버 컵에 넣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컵 바깥 면이 차가운 냉기로 가득해집니다. 그 때 손으로 컵을 딱 쥐면 짜릿한 한기를 느낄 수 있답니다. 얼음이 잘게 부숴진, 초등학교 시절 즐겨 마셨던 슬러시를 떠올리면 될 거에요. 빻은 스피아 민트의 알싸함과 버번 위스키의 거친 맛이 적절히 버무려져, 빨대로 쪽 빨아서 마시는 순간 그 날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집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민트 쥴렙은 더위뿐만 아니라, 데이지를 사이에 두고 뷰캐넌과 개츠비의 불 붙은 갈등을 잠시나마 식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더위와 세상만사로 인해 몸과 마음이 뜨거운 요즘, 차가운 민트 쥴렙 한 잔 어떠세요?

 

레시피

1) 넉넉한 양의 신선한 스피아 민트를 실버 컵에 넣습니다.
2) 버번 위스키 1.5oz(=45ml)와 설탕 시럽 1t(티스푼)을 넣습니다. (쓴 맛을 즐기는 경우, 아로마틱 비터도 조금 넣어줍니다.)
3) 머들러를 이용하여 재료들을 지긋이 빻아, 풍미가 섞이도록 만듭니다.
4) 잘게 갈은 얼음으로 컵을 가득 채웁니다.
5) 스피아 민트를 손으로 탁탁 쳐서 향을 내고 얼음 위에 장식을 한 후, 빨대를 꽂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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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F.스콧 피츠제럴드 저/김욱동 역 | 민음사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다 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개츠비는 대단한 야심가로 입신 출세를 꿈꾼다.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 교양 있는 상류층 여인 데이지 페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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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인성(Chaeg Ba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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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저/<김욱동> 역8,1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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