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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영, 예쁘고 야한 가사

양주영 〈연금술사(Alc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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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혼자만의 이름으로는 첫 앨범. 이를 강조하듯 밴드 구성을 흐렸고,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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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던 후, W의 신보 〈Desire〉에 피처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꼭 1년 만이었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서는 음악적 변화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된 밴드 W의 멤버들로부터 편곡 지원을 받은 것이 큰 이유다. 온전히 혼자만의 이름으로는 첫 앨범. 이를 강조하듯 밴드 구성을 흐렸고,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부각했다.

 

반가운 몇 가지가 있다. 이국적인 향기의 「Indigo Rain」과 도시적인 「2night」, 어두운 분위기를 띠는 「K를 위한 변명」에서는 망각화의 베이시스트 오윤호가 함께 연주한다. 그중 「2night」은 망각화 1집 〈몹시 용기를 내어〉에 수록된 「그리고 밤」과 닮은 감성으로 채워져 있다. “나의 호흡에 맞춰 숨 쉬고 / 내 입맞춤에 찬 숨을 참던”(「그리고 밤」) 너는 “그대로 가만히 있어 / 내 숨의 감촉을 느껴”(「2night」)로 완전히 무너진다. 예쁘게 야한 가사는 그의 특기다. 끈끈한 기타 리프 대신 전자음으로 도입부를 조성하면서 소리가 다소 차가워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여전히 매혹적이다.

 

반면에 기존 팬들에게 「연애연애」 같은 곡은 꽤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쩌면 거부감마저 들지도 모른다. 무게를 이만큼이나 덜어낸 채 연애 초기의 가벼운 설렘을 노래하는 건 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아이덴티티와는 사뭇 다른 범용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멜로디의 흐름도 흔한 기타 팝 러브송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시적인 노랫말 대신 일상의 풍경을 그대로 묘사했다. 인공적인 스네어 드럼 소리가 감성을 방해하는 「Pluto」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고정 팬덤을 어느 정도 확보한 뮤지션에게 다른 길에의 진입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팀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작사?작곡을 홀로 해내며 음악적 지분이 큰 그였기에, 미디의 외투를 입은 모습은 퍽 낯설다. 고유의 날카로운 감각은 아직 유효하지만, 새 방식을 좀 더 깊이 체득할 필요가 있다. 반갑고도 서먹한 컴백이다.

 

2016/06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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