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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그녀들의 화장법 1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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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모키메이크업이나 누드메이크업, 생얼 화장이라는 표현으로 화장하는 방식과 화장후의 상태를 녹여내서 부르는 갖가지 용어가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화장의 단계와 진하기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달리 있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이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절실하다 못해 처절한 것이다. 아침마다 변장에 가까운 화장을 하느라 정성을 다하고, 눈썹만 잘 그려져도 그날 하루는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여자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하다. 조선시대라고 달랐을까? 어차피 모태미녀는 미녀의 기준이 확연하게 다른 오늘날이나 조선시대에나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뿐이었으므로 화장의 기술을 빌려 부족한 아름다움을 보완하고 한층 완벽해지려는 깜찍하고 열정적인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사실, 화장(化粧)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고유의 단어는 아니다. 고려시대에 화장이라는 낱말이 쓰인 적이 있기는 하되, 화장(化粧)이 아닌 화장(化裝)이라고 표기하였다. 조상들이 사용하던 전통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보이는 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장식(粧飾)’이나 곱고 정갈하게 꾸민다는 의미의 ‘단장(端粧)’이라는 말이 속에 품은 뜻을 헤아려 볼 때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스모키메이크업이나 누드메이크업, 생얼 화장이라는 표현으로 화장하는 방식과 화장후의 상태를 녹여내서 부르는 갖가지 용어가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화장의 단계와 진하기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달리 있었다.

 

신윤복의 여속도첩 중 연못가의 여인(출처-국립중앙박물관).jpg

신윤복의 여속도첩 중 연못가의 여인. 출처_국립중앙박물관

 

담장(淡粧)은 피부를 깨끗하게 가꾸고 뽀얗게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요즘 표현으로는 기초 화장품을 정성들여 바른 후에 BB크림을 바른 정도의 단계인 셈이고, 농장(濃粧)은 말 그대로 농도를 조금 더해 약간의 색조화장을 한 일상생활 메이크업 정도의 단계이며, 염장(艶粧)은 요염하고 짙은 화장 표현으로 오늘날 클럽을 가거나 파티를 할 때 정도로 힘이 들어간 화장 단계로 보면 된다. 이외에도 혼례를 치르거나 의식에 참석할 때 하는 행사용 화장에 해당하는 응장(凝粧)도 있었다. 지금의 화장으로 보자면 속눈썹도 붙이고 얼굴에 음영도 세심하게 넣고 그야말로 오랜 시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견고함과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데 초점을 준 특별한 화장인 것이다. 

 

물론, 이 당시의 색조화장에 반짝이 가루나 파란 빛깔 아이섀도우는 없어서 못썼을 테니 지나친 상상으로 조선시대를 오늘날의 복사판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조선시대 여염집 여성과 유흥업에 종사하는 기녀의 화장은 당연히 여러 면에서 달랐다. 여염집 여성들의 화장도 평소에는 깨끗하게 닦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나들이를 가거나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집안에 행사가 있어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자리에는 좀 더 정성을 다해 색조화장에까지 공을 들였다. 재산과 권력이 있는 집안의 여성들은 좀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듬뿍 투자해 화장을 했고, 없이 사는 서민의 아낙네의 경우는 화장이란 것 자체가 그림의 떡에 불과한 엄청난 사치였으니 간간이 쌀 씻은 쌀뜨물을 얼굴에 찍어 바르고, 큰맘 먹고 단옷날 창포 달인 물 한 바가지에 감지덕지하며 그 효험에 의존했던 것이 전부였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나 일단 배가 불러야 거울 볼 시간도, 화장할 기력도 생기는 것이니까.

 

 

비누 대신 쌀뜨물, 살구 씨 마스크팩, 벌집 밀랍 영양크림으로 기초화장을…

 

조선시대 여성들의 기초화장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세안 단계에서부터 피부에 영양을 주는 단계까지 한결같은 목적은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를 희게 만들며 윤기와 탄력을 더하는 것이었다. 앞서 조선시대의 목욕과 세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에서 녹두와 콩, 팥 등을 곱게 갈아서 비누 대신 곡물로 세안한 부분을 이야기한 바 있는데, 여러모로 효과는 뛰어났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어서 일반 백성들은 평소에 쌀겨를 천주머니에 넣고 우려낸 물로 세안을 하거나 간간이 쌀뜨물을 받아 얼굴에 바르곤 하였다. 좀 더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하는 한겨울에는 유자 씨를 찧어 달인 물로 세안을 하면 얼굴이 트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한다.

 

세안 단계에서부터 보습이 잘 되면 피부가 훨씬 촉촉하고 뽀얗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조선시대 여인들이 희고 뽀얀 피부를 얼마나 선호했는지는 당시 태풍 때문에 표류해서 14년을 조선에서 지낸 네덜란드 사람 하멜의 표류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멜 표류기에 보면 “많은 조선인들이 우리가 못생겼다(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흰 피부를 부러워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촉촉하고 흰 피부를 갖기 위해 조선시대에는 물기가 많은 과일과 열매, 곡식의 기름으로 피부의 윤기를 더하는 방법을 쓰곤 했다. 창포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사용하거나 달걀과 술을 섞어 발효시킨 후 얼굴에 바르기도 했고 수분이 많은 수세미, 오이, 수박즙에 창포와 복숭아 잎의 즙을 첨가하여 바르기도 했다. 이 부분은 19세기 조선의 여성들이 살림을 하고 자신을 가꾸는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잘 기록한 『규합총서』라는 책에 보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음력 8월 보름쯤 박 줄기, 수세미 덩굴, 오이, 수박 등을 땅으로부터 2치쯤 되는 높이 부분에서 잘라내어 며칠간을 뿌리 쪽 덩굴을 빈 병에 꼽아두면 물이 병에 차는데 이것을 ‘미안수(아름다운 얼굴로 만들어주는 물)’라 부르며, 모든 화장은 미안수를 먼저 바르고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수분 외에 얼굴에 영양을 더 주어야 할 경우에는 살구 씨를 가루로 만들어 달걀과 섞거나 꿀과 마늘을 섞어서 오늘날의 마스크팩에 해당하는 관리를 하기도 했다. 좀 더 고급스러운 기초화장을 위해서는 벌이 지은 집을 허물어 밀랍을 채취한 후에 기름을 넣고 녹여서 현대의 영양크림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무결점 피부를 위한 백토, 눈썹을 그리는 미묵과 홍화 꽃 연지

 

그렇다면 본격적인 조선의 색조화장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우선 얼굴 위에 솜털을 제거하고 피부를 환하고 균일하게 정돈해주는 가루 ‘분(粉)’을 발라 더욱 뽀얀 얼굴로 표현하는 것이 색조화장의 첫 번째 순서였다. 

 

흰색이 도는 백토 흙에 황색 황토를 더하여 자신의 피부색과 맞추고 여기에 진주가루나 쌀가루, 흰색 돌을 곱게 간 가루, 조개껍데기를 태워서 만든 가루나 칡가루 등을 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섞어서 물에 개어 발랐다. 잡티 한 점 없이 좀 더 화사하게 빛나는 매끈한 무결점 피부를 표현하고 싶은 경우라면 이 위에 다시 분꽃 씨 가루를 곱게 빻아 바르기도 했지만 피부표현 단계가 너무 복잡해지고 화장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럽게 커져서 일반 서민보다는 외모로 왕에게 자신을 어필해야 했던 궁중의 여인들이나 기녀들이 분꽃가루를 즐겨 쓰곤 했다.

 

눈썹을 그리는 것은 미묵(眉墨)이라 하는데 굴참나무, 너도밤나무로 만든 숯 그을음을 기름에 걸죽하고 빡빡하게 혼합하여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목화에 자색 꽃을 태워 유연(油煙, 기름연기)에 묻힌 것을 참기름에 개서 쓰기도 하고, 솔잎을 태운 유연에 보리깜부기를 짓이겨 섞은 것을 사용해 붓으로 눈썹을 그리기도 했다. 먹이나 재에 금가루를 배합하여 그리는 경우도 있었다니 눈썹을 예쁘게 그리기 위한 재료를 찾는 노력은 조선시대 여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에 나름 유행하던 열 가지 눈썹 모양을 ‘십미요(十眉繇)’라고 하는데 남아 있는 조선시대 미인도 속의 눈썹들을 보면, 초승달이나 버들잎 모양처럼 적당한 곡선감을 지닌 여리고 날렵한 모양의 여성스러운 눈썹이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눈썹을 그리고 나면 뺨을 발그레하게 표현하여 혈색을 더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포유류의 암컷은 볼이 붉고 혈색이 좋을수록 사랑을 쟁취하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데 경쟁력을 가진다”고! 결혼을 하는 신부가 볼과 이마에 연지를 찍는 것도 젊음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나쁜 기운을 쫓기 위한 의미라니 여성을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뺨과 입술을 붉게 표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효과적인 색조화장 표현법 중 하나인 것이다. 

 

이를 위해 붉은 빛깔이 도는 백합의 꽃술을 말린 ‘산단’이나, 국화과 식물의 잇꽃(紅花), 깍지벌레과의 곤충에서 염료 성분을 채취하여 가루 상태로 쓰거나 때로는 환약처럼 빚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기름에 개어 바르기도 했는데, 원료를 수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편적으로는 7월경에 홍화 꽃이 피고 꽃잎이 한껏 붉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이슬이 내리는 새벽에 꽃잎을 따내어 찧고 즙을 짠 뒤 그늘지고 선선한 곳에서 천천히 말려 가루를 내고, 이것을 둥근 환으로 만들어 보관하다가 화장을 할 때 기름에 개어 쓰곤 했다. 입술연지와 볼연지는 같은 제품을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루상태인 것은 누에고치 집에 묻혀 두드리고 기름에 갠 것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자연스럽게 복숭아 빛 뺨과 입술을 표현했다고 하니 사용법 또한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아 더욱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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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반주원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진학했다. 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사 및 통합사회 강사로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비상에듀 등의 유명 대형 학원과 EBS 등에서 두루 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전국 최고 사탐 강사 5인(입시타임즈 선정)에 뽑히는 등 수능 영역에서는 10년 이상 최고의 사회과 스타 강사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공무원 한국사 영역으로 강의 영역을 확장했으며, 현재는 TV 프로그램 ‘황금알’에 한국사 전문가로 출연 중이다. 『반주원 한국사』 시리즈, 『반주원의 국사 교과서 새로보기』, 『유물유적 한국사 1』 외 다수의 저서를 편찬·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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