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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less가 아닌 childfree의 삶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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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관찰한 아이 없이 사는 많은 사례의 공통점은 ‘자주성, 독립성, 자신의 생활을 통제할 능력, 경제적 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다. 외부의 시선은 그들을 이기적인 사람, 차가운 사람,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런 시선을 이겨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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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삶의 궤적’에서 벗어나는 것을 특히 두려워한다. 스무 살 언저리에 대학에, 20십대 중반부터는 취업을, 서른을 맞이하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거기서 몇 년 벗어나면 문제가 있는 사람인 양 여겨진다. 그 중 제일 큰 스트레스가 결혼과 출산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의 미래에 가장 큰 위험요소로 인구절벽이 몇 십 년 남지 않은 한국은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가정을 만들고, 미친 사교육 국가에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결혼까지는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직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미루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판단을 한 상태이기는 하나 마음 한 켠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아이 없이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이 들어서 외롭지 않을까’
‘사는 게 팍팍할수록 아이 키우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과 죄책감에 대한 답을 줄 책이 등장했다. 앨런 L 워커의 『아이 없는 완전한 삶 (complete without kids)』이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 공부를 하고, 마친 후에는 상담에 열중하느라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2006년 45세가 되어 12세 연상의 크리스를 만나 결혼을 했다. 벨라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고, 자기 일을 하고, 또 친구들과 원만하게 만나면서 만족스럽게 살아왔는데, 결혼을 하고 난 다음 처음으로 문득 아이가 없는 것이 인생의 큰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로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 없이 지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이후에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워커는 현재 전통적 가족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마이너일 수 밖에 없는 아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을 모았다. 이를 통해 아이에 대한 압박감을 받지만 현실적인 여러 가지 제약과 조건으로 인해 그럴 수 없는 젊은이들에게 ‘결핍이나 결함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선택’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를 돌보고 싶은 인간적 본능을
다른 방식으로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의 미덕은 어려운 심리이론이나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전문가로서 저자의 생각을 커멘트로 살짝 얹어 놓은 것이 전부다. 덕분에 기존 심리서들에 비해서 잘 읽히고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자는 아이를 가진다 혹은 가지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기간은 긴 인생에서 일정한 기간에 국한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기를 지나고 나면 다시는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조바심이 없을 수 없다. (마치 마감이 임박한 세일을 앞둔 심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와 중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또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양껏 하면서 동시에 좋은 부모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모두 다 잘해내기란 이상적인 목적이나,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현대사회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 받아들이고, 통제하지도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것들은 담담히 내려놓으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건강한 방법을 찾아낸’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건강한 성인이다. 여기에는 아이를 낳는 것은 하나의 조건 중 하나이고,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성인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녀가 관찰한 아이 없이 사는 많은 사례의 공통점은 ‘자주성, 독립성, 자신의 생활을 통제할 능력, 경제적 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다. 외부의 시선은 그들을 이기적인 사람, 차가운 사람,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런 시선을 이겨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아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돌보고 싶은 인간적 본능을 다른 방식으로 만족하는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장점은 이렇다. 아이로 인해 녹초가 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 확실히 여유롭게 살 수 있다. 매일 저녁이 금요일 저녁같이 즐길 수 있고, 여행도 훌쩍 떠날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나 어버이날과 같은 날은 다른 가족들과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는 점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미, 일, 휴식, 관계, 창의성, 영성, 식생활, 운동에 골고루 시간을 할애하는 균형 있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일에만 자칫 몰두하며 살기 쉬운데,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루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행복을 경험할 일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아이 없는 삶을 이어가고, 아이가 자라서 노년이 되었을 때 줬을 애정과 만족감을 대체해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
 
아이가 없이 사는 사람을 불행한 사람, 결핍이 있는 사람, 뭔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없는(childless)을 아이로부터 자유로운(child free)로 바꿔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점차 늘어나는 아이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회가 포용해야 하고, 아이 없는 사람들의 삶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른 방식으로 양육과 감정을 나눠주고 보살피는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를 찾아내도록 격려하고, 이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를 지지하고 상호 의존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더 나아가 개인화가 극도로 진행되어 ‘개인’의 원자화가 주류가 되는 흐름을 갖는다. 그에 비해서 여전히 전통적 가족개념은 이런 변화의 속도와 달리 여전히 ‘정상성’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동성애, 쉐어하우스, 룸메이트, 독신과 같은 매우 다양한 생활과 삶의 선택지들이 등장하였고 결핍이나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자 환경의 변화의 결과일 뿐이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아이 없는 삶’도 정상의 관점에서 수용하고 지지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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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런 L. 워커 저/공보경 역 | 푸른숲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어느 임상심리학자가 자신처럼 ‘아이 없는 삶’을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책에는 아이 없는 사람들의 특징,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불안과 문제, 아이가 없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과 동시에 생각해야 할 미래 및 노후에 대한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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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런 L. 워커> 저/<공보경> 역13,500원(10% + 1%)

아이 없는 삶은 결핍이 아닌 선택이다!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이들에겐 확신을, 망설이는 이들에겐 균형 잡힌 시각을 주는 책 결혼을 한 여성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예사다. 있다고 답하면 아이의 성별, 이름, 나이 등을 두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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