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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거듭남의 미학을 보여주는 시인

2002년 제2회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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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국민 연애시'라고 할 수 있는 등단작 「즐거운 편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쉼 없고 경계 없는 사유로 발전을 거듭해온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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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은 제안(濟安)이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1957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1967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70∼197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1987∼1988년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8년 서정주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로 썼지만 두 번째 시집 『비가(悲歌)』(1965)부터는 숙명적 비극성을 받아들여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966년에는 정현종 등과 함께 동인잡지 <사계>를 발행했다. 1968년 마종기, 김영태와 3명의 공동시집 『평균율 1』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열하일기」, 「전봉준」, 「허균」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변화를 시도했고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로 이어져 모더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1975)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초기의 고뇌에서 자기 삶의 내부로 비극의 비전을 비쳤던 그는 차츰 자기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수행하면서 민족의 약소함과 황량한 우리 삶의 풍경을 묘사했고 이 참담한 상황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무력감을 표명했다. … 그의 사랑은 이웃으로 번지고 드디어는 삼남-이 가냘픈 한국과 그곳에서 괴로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확산되었다”라는 평을 하고 있다.

 

시집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데 지적 시선에 의한 상상력의 조형이라는 단계를 뛰어넘어, 이 세계의 존재성과 거기에 얹혀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적 구조를 투시하면서 그것들과 친화와 역설의 이중적 얽힘을 시인의 언어로써 새로이 구성해내고 있다. 1995년 <현대문학>에 연작시 「풍장 70」을 발표하면서, 1982년에 시작한 연작시가 마감되었다. 황동규 시인의 죽음관에 대해서 대면할 수 있는 이 시집은 독일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한밤으로」, 「겨울의 노래」, 「얼음의 비밀」 등의 역작이 담긴 첫 번째 시집 『어떤 개인 날』을 시작으로 『비가(悲歌)』, 『평균율 1』을 차례로 발표했다. 그 외에 『삼남에 내리는 눈』,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풍장』, 『악어를 조심하라고?』, 『몰운대행』, 『미시령 큰바람』 등 다수의 시집이 있다. ‘1968년 현대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했고, 1991년에는 「몰운대행」이 ‘제3회 이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미시령 큰바람』으로 ‘제3회 대산문학상’을, 『탁족』으로 ‘제2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황동규 작가의 대표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황동규 저 | 문학과지성사

시집의 제목처럼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는 고백은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그냥 마음 없이" 사는 '비움'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 비움은 애초에 '무(無)'였으므로 아무런 제약도 제한도 없다. 황동규 시인의 자연스런 발걸음은 우포늪과 해미읍성을 거쳐 "휴대폰 안 터지는" 이름 모를 골짜기에서의 탁족에 이른다. 느긋함 속에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방식이 있다. 시집에는 '미당문학상' 수상작인 「탁족」도 실려 있다. 앞서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에서 "홀로움"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던 시인은, 이 "홀로움"의 측면을 더욱 정제된 형태로 구조화하여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심화한다. 동시에 석가와 예수, 원효를 등장시켜 선문답 같은 형식으로 생의 비의(秘義)를 탐색하는 시편을 시도하여 전인미답의 새로운 영역을 선보인다.

 

 

꽃의 고요
황동규 저 | 문학과지성사

'변모의 시인'으로, '거듭남의 미학'으로 평가 받아 온 시인 황동규의 열세 번째 시집.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출간 이후 3년 만에 출간됐다. 『꽃의 고요』에 담긴 작품은 예술의 진경을 타개하려는 시인의 고투와 유한한 생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정신의 모험을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정갈하고 담백하게 읽히는 시편 내부에는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고뇌의 시간이 온축되어 있다. 황동규 시의 행보는 이전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그것을 발전시키고 거기다 새로운 요소를 담아 넣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따라서 각각의 개별 시집은 그 이전의 시집과 계승과 극복, 지속과 갱신이라는 두 가지 관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꽃의 고요』는 계승의 측면은 많이 약화되고 창신(創新)의 측면이 전면에 드러나 보인다. 그런 점에서 황동규 시의 전개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의 축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삶의 향기 몇 점
황동규 저 | 휴먼앤북스(Human&Books)

황동규 시인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이자 네 번째 산문집. 문학, 음악, 미술, 기행, 술을 총 망라하며 삶과 예술 곳곳에 문학의 심연을 드러내며, 죽음과 삶의 깊이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예술의 여러 장르를 포획하면서 불교와 기독교, 선(禪)에서 니체까지 인류사의 위대한 정신적 궤적을 흡수하여 황동규시인의 언어로 변환시켰다. 지난 7년간 발표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모두 35편의 산문이 실렸다. 1부에는 주로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고 2부에는 예술, 술, 여행, 선(禪)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3부에는 예술론, 문학상 수상 소감, 음악이야기, 이숭원 교수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저 | 현대문학

『꽃의 고요』 이후 3년 만에 세상에 꺼내진 시집 『겨울밤 0시 5분』에는 시에 대한 열정과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63편의 시작이 펼쳐져 있다. 신작을 출간할 때마다 늘 변화와 변모를 모색해왔던 시인 황동규는 이번 시집에서도 '변화'를 향한 욕망을 현재진행형으로 그려내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감각과 상상력으로 정갈하게 짜여진 시편들을 선보인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구석진 부분까지도 환하게 꿰뚫어보는 예리함을 과시하는 그의 시선은 삶에 대해, 자연에 대해, 인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과 관심을 던지며, 이를 통해 비로소 '환한 살아있음'이라는 새로운 실존의 풍경을 이끌어낸다. 아름답고 현명한 통찰의 힘을 지닌 시인의 감각은 그가 꿈꾸어왔던 변화의 욕망에 맞닿아 있기도 하다. 내면으로부터 벗어난 그의 의식과 상상력은 거침없이 변화와 자유를 꿈꾼다. 그렇게 감각을 통한 세상과의 교감, 변화를 꿈꾸는 자유로운 상상력은 새로운 진경의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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