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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귀를 의심할 천상의 목소리 - 뮤지컬 <파리넬리>

가혹한 운명 앞에 자신을 버려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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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삶과, 평범한 사람이고 싶었던 카를로 브루스키의 삶을 균형 있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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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택한 소년

 

17세기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카스트라토는 단연 파리넬리였다. 파리넬리는 남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높고 맑은 목소리와 곱상한 외모로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가는 곳 마다 매번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고, 그의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막대한 부와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 왔다. 하지만 파리넬리가 아닌 인간 카를로 브루스키의 삶은 고독했고, 비참했고, 쓸쓸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내려온 그는 매일 밤 악몽과 불안에 시달렸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삶과, 평범한 사람이고 싶었던 카를로 브루스키의 삶을 균형 있게 그려나간다. 자기 삶의 권리를 잃은 한 남자의 비극은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시작된다. 어린 소년 카를로는 미성의 목소리를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주교에 의해 강제적으로 카스트라토가 된다. 가난한 집안, 아픈 아버지, 비뚤어진 욕망에 눈이 먼 형. 열두 살 소년을 고통에서 지켜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어린 소년은 무기력하게 운명 앞에 무너져 내린다.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허울 좋은 명분의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성인이 된 카를로는 파리넬리라는 예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는 동생을 위해 노래를 작곡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존재로 모든 순간을 함께한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형제의 우애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파리넬리를 보며, 리카르도는 알 수 없는 열등감과 자괴감에 시달린다. 파리넬리 역시 매일을 악몽과 불안 속에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파리넬리는 간절하게 형을 향해 손을 내밀지만 리카르도는 동생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결국 누구보다 서로를 끔찍이 생각했던 형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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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할 수 밖에 없던 무대

 

뮤지컬 <파리넬리>는 2015년 초연된 이후 그 해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언론에서도 ‘창작뮤지컬의 대역습’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은 보다 매끄러워진 스토리와 막강한 출연진을 앞세워 1년 만에 관객들을 찾아왔다. <파리넬리>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볼거리가 풍부하다. 20명의 합창단, 16인조의 오케스트라는 극을 꽉 채우며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17세기 유럽을 보는 듯한 섬세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파리넬리>의 출연 배우들은 누구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파리넬리 역을 맡은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부터, 앙상블을 맡은 배우까지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친다. 루이스 초이는 여자도 부르기 힘든 높은 음역대의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가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파리넬리가 느낀 고통과 상처가 그의 목소리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리카르도 역의 김경수 또한 짙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열등감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멸시킨 리카르도가 부르는 노래는 처절하다.  굵직하고 파워풀한 그의 음색은 리카르도의 성격과 정확히 매치되어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모든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 절로 기립박수를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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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리넬리>는 관객들에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파리넬리의 삶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비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그의 숨겨진 이야기는, 그가 부른 노래와 함께 뒤섞여 진한 울림이 된다. 그리고 그 울림은 꽤 오랫동안 가슴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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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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