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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책] 자연으로 가는 출판사 ‘목수책방’

생태 분야 전문 1인출판사,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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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분야의 책은 사실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며 사는 연약한 풀들에게서도 우리는 관계와 겸손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다.

<채널예스>가 팔리는 책, 팔려야 마땅한 책, 팔렸으면 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국역 3번 출구에서 북촌 길로 접어들다 보면, 7평 남짓한 작은 출판사 ‘목수책방’이 보인다. 공방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그대로 출판사 겸 책방으로 만든 ‘목수책방’.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간판만 보고서 책방인줄 착각하지만, 이 곳은 전은정 대표가 운영하는 ‘생태 분야 전문 1인출판사’다.

 

목수책방에서 펴낸 책들은 대개 초록색 빛깔을 따고 있다. 같은 결을 품고 있는 책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화려한 타이틀과 띠지 없이, “나 좀 봐주세요”가 아니라,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짓하는 느낌. 표지만 보고 있어도 쉼을 느낄 수 있다.

 

때론 책방으로 오해 받기도 하는 ‘목수책방’은 식물, 동물 등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유기농, 환경 등을 다루는 출판사다. 2014년 9월에 『생명의 교실』를 펴낸 후, 『흙의 학교』, 『서울 사는 나무』, 『식물 이야기 사전』,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등을 펴냈다. ‘생태 전문’이라고 명명했지만, 초기에는 ‘전문성’보다 ‘대중성’이 강조된 책을 내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 생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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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잘 안 팔린다는 시대다. 왜 1인출판사를 열었나?

 

사회생활을 잡지 쪽에서 시작했지만, 여전히 단행본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사이드 잡으로 단행본 작업 쪽에 기웃거리다가, 뒤늦게 예술ㆍ실용 전문 출판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3년 정도 일한 후, 2013년 가을에 과감하게 사표를 썼다. 더 나이가 들면 용기를 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목수책방’은 생태 전문 출판사다.

 

퇴사 이후 몇 개월은 ‘나는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한 권을 내도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내보자가 퇴사의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결론은 ‘생태’였다. 옛날부터 식물을 좋아했고, 일을 하면서 유기농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태 분야의 책을 전문으로 내면 책 만드는 작업이 나 스스로에게도 흥미로운 공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이 분야가 앞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1인출판사는 아무래도 분야를 좁혀서 출판을 해야, 빠른 시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았고, 큰 출판사와 경쟁하지 않는 틈새 분야를 잘 공략하려면 약간은 비주류 분야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다.

 

2014년 9월에 펴낸 첫 책 『생명의 교실』 이후 『흙의 학교』, 『서울 사는 나무』, 『식물 이야기 사전』,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등을 펴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책은 국내 저자가 쓴 『서울 사는 나무』다.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서울의 역사를 엮은 책이라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국내 저자의 책은 아무래도 다양한 홍보 방법을 동원할 수 있고, 저자 스스로도 열심히 홍보에 임해주기 때문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평도 상당히 좋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독자들의 글과 추천은 작가는 물론 출판사 대표의 기를 팍팍 살려 준다. (웃음) 추후 장세이 저자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식물 이야기 사전』도 반응이 좋았다.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으로 꼽혔다.

 

1인 출판계에서 롤 모델로 손꼽히는 모 출판사 대표님이 추천해준 책이 세상에 나온 경우다. 판권이 없는 책이었고, 이미 번역에 교정교열도 1차로 되어 있는 채로 넘어온 아주 ‘착한’ 원고였다. 1쇄 다 팔고 2쇄를 팔고 있으니, 성적도 나쁘지 않아서 지금까지 낸 5권의 책 중에 가장 착한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웃음)

 

최근에 출간된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는 부모나 교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판매 속도는 더디지만 알찬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 처방'이라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특정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자연'이 어떤 장애를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너무 낙관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지만, 저자가 수집한 각종 증거 자료를 만나다 보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 결핍 장애로 생기를 잃어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확실한 처방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크기변환_목수 워터마크 필요 없음_ 캡션_ 목수책방이 독자에게 이벤트로 선물한 나이테 책받침.jpg

목수책방이 제작한 독자 선물, 나무 컵받침

 

나무 컵받침을 도서 구매 사은품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우연히 보름산미술관에서 나무토막 여러 개를 얻게 되어, 직접 만들었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상품'의 냄새는 나지 않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는 나이테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졌다. 독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출판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었다고나 할까. 아예 1쇄 이상 팔 수 없을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제작비와 약간의 이익만 건질 수 있다면, 출판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더 용기를 내서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좋은 책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도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책이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지 않나? 과거에는 독자가 필요한 책을 직접 찾아 나섰다면, 현재는 책이 독자들 눈 앞으로 걸어가게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이 있다면?

 

도서관과 뚜렷한 콘셉트와 흥미로운 큐레이션을 하는 작은 책방들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더 다양한 책들을 이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해야 하고, 작은 책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완전도서정가제가 실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도 책에 담긴 콘텐츠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거나 옛날 스타일의 광고를 해서는 독자들을 유혹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출판사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 맞다.

 

몰라서 못 보는 책들도 분명히 있다. 목수책방의 책들이 어떤 독자에게 가 닿길 원하는지 궁금하다.

 

목수책방의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인 것 같다. 지금은 자연과 멀어진 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목수책방의 책을 통해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생태 분야의 책은 사실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며 사는 연약한 풀들에게서도 우리는 관계와 겸손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다. 생태 분야의 지식들은 생명존중을 가르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을 가르친다. 목수책방의 책들이 이런 근본적인 지식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

 

숲 해설가 자격증을 딴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책을 집필할 계획은 없는지?

 

저자는 따로 있는 것도 같다.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웃음) 국내 저자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무, 풀, 흙 같은 건 최소 10년 이상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생태는 독자층이 두꺼울 수 없는 분야다. 하지만 『식물 이야기 사전』,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등을 보면, 꼭 자연에 특히 관심이 있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울 이야기다.

 

출판사의 숙제는 유료 독자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이다. 내 책을 누가 사줄 것인가?를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한다. 출판사가 문을 닫지 않으려면 지속 가능한 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도 단명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오랫동안 읽힐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출간 계획이 궁금하다.

 

진화론에 관한 책, 엄마 아빠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소개해주는 생태놀이 가이드북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또 캐나다에서 출간된 유기농 가이드북, 인공 눈을 만든 일본 과학자가 쓴 에세이집, 거름에 관한 책 등을 계약한 상태다. 출판사의 출간 목록에 더 쌓이면, 제대로 된 도감이나 전문 연구자의 연구성과들, 교재 등을 내보고 싶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리즈물도 제작해보고 싶다. 생태여행이나 대안적인 삶 같은 생태 관련 주제의 대중실용서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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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리처드 루브 저/류한원 역 | 목수책방
리처드 루브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명백한 ‘집단적 장애’로 본다.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며 인간은 자연과 다시 이어져야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며,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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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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