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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귀가 LP를 만든다

2016 예스24 Classic LP 신보 감상회 KBS 1FM <명연주 명음반>의 정만섭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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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일이 날아다니는 세상에 왜 사람들이 LP를 듣는지, 저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LP는 분명히 우리 주위에 있고 아직도 지속해서 발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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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예스24가 주최한 열린 클래식 LP 감상회가 열렸다. 사회 및 해설은 KBS <명연주 명음반>의 진행자 정만섭 음악평론가가 함께했다. 이번 LP 감상회는 작년부터 계속 이어진 행사로, 첫 번째 행사는 아날로그 프로덕션(Analogue production) 사의 리마스터링된 LP 중 엄선된 작품을 대상으로 감상했고, 두 번째는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사의 음반만을 골라 감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세 번째인 이번 행사는 레이블을 가리지 않고 본사에서 냈던 음원을 그대로 다시 발행하는 리이슈(reissue) 음반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LP는 주로 중년층이 소비하는 값비싸고 시대에 뒤처진 취미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지어 방송국에도 LP 용 턴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LP를 들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된 데다, CD나 USB에 비해 크고 불편한 LP판의 크기도 이미 멸종한 매머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한국에 LP 레코드 공장이 2011년 다시 등장했고, G-드래곤과 조용필의 신보가 LP로 나오기도 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LP의 매력을 직접 느끼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사람의 귀가 모든 기술을 완성한다

 

정만섭 음악평론가는 자신을 <명연주 명음반>을 15년간 진행한 진행자라며,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농담으로 편안하게 행사를 시작했다. 처음 해설은 역시 LP의 효용성과 존재 이유에 관한 내용이었다.

 

“LP를 만들면서 중간에 녹음 과정에서 디지털 소스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LP는 본질적이지 않다고 지적을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현실에서 LP를 들을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에서도 주말에 한 장씩 LP 소개를 해드리는데, 주말 방송은 녹음 방송이거든요. 어차피 LP로 틀어도 파일로 녹음했다가 방송이 나가잖아요. 사실 LP를 듣는 의미가 없죠. (웃음) 그런데 결국에 모든 세팅은 사람의 귀가 한다고, LP 마니아분들이 방송을 들으면 LP 맛이 난다고 합니다. 디지털 파일이 날아다니는 세상에 왜 사람들이 LP를 듣는지, 저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 주위에 있고 아직도 지속해서 발매가 됩니다.”

 

뒤이어 정만섭 해설자는 결국에는 음악의 본질은 사람이라는 주제를 던져 주었다.

 

“앰프 전문업체로 유명한 에스테틱스, 일본의 CD 플레이어로 유명한 럭스맨이나 야마하에서의 초 하이엔드급 CD플레이어 튜닝의 마지막은 공통으로 계측기가 하지 않습니다. 직원의 귀로 합니다. 아이러니한 거죠. 결국에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람의 귀가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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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상회에서는 총 9곡을 준비했으나 시간상 7곡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말한 대로 주제는 리이슈된 음반. 처음 LP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메이저 레이블이 발매했던 음원을 사다가 LP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메이저 레이블 자체 내에서도 LP를 새로 내놓는 추세입니다. 요즘 기존에 냈던 앨범을 모두 모아서 박스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CD와 같이 LP를 발매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유니버설 레코드 산하의 데카(decca) 사나 도이체 그라모폰 사 등 본사에서 직접 발매한 LP를 들을 예정입니다.”

 

 

1.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 베토벤 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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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클라이머는 엔지니어 전공을 한 지휘자였습니다. 자기 음악을 자기가 만들어내는 기술자 겸 지휘자였던 셈이죠. 이번 음반도 자기 스타일에 맞게 마스터링했습니다. 초판의 표지는 금박이었는데 다시 발매하면서 사진 저작권 문제 때문에 금박이 없어졌어요. 일부 마니아들은 기왕 다시 만들 거면 그대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했죠.”

 

볼륨을 올린 스피커에서 익숙한 베토벤의 ‘운명’ 도입 부분이 나왔다. 연결 문제로 인해 전기 잡음이 몇 번 나왔지만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브라스의 소리가 압도적이었다. 객석이 차면 관객들이 흡음재가 되기 때문에 아무도 없을 때 진행한 리허설보다는 볼륨을 더 키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2. <The Decca Sound: the Mono Years> 중 자라 넬소바(Zara Nelsova), 라흐바니노프 첼로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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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 직전 모노 시절의 명 음반만 모아서 낸 음반인데, 제 마음대로 올해의 음반에 미리 꼽아 놓은 상태예요. 자끌린 뒤프레 전 시대를 평정한 첼리스트 자라 젤코바의 음악이 있습니다. 모노 음반은 좌우 스테레오 방식의 녹음보다는 앞뒤로 느껴지는 느낌이 있죠. 첼로 같은 경우에는 음원이 구멍 한 곳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첼로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모노 사운드로 녹음한 게 오히려 맞을 수도 있습니다.”

 

느린 첼로의 선율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라는 원 곡명처럼,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대화하듯이 서로의 주제를 연주했다. 낮은 음역에서는 침잠하는 느낌과 동시에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3. <머큐리 리빙 프레즌스> 중 폴 파레이(Paul Paray), 세잘 프랑크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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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리빙 프레즌스(Mercury Living Presence) 박스판 중에서도 자신 있는 곡을 LP로 몇 장 발매했습니다. 폴 파레라는 지휘자는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떨어지는데요, 그럴 만도 한 게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하지만 완전 직설적인, 속이 시원한 스타일의 지휘자입니다. 곡 자체도 세잘 프랑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는 분은 못 볼 정도로 지명도가 낮은 편입니다.”

 

전체 중 3악장만 골라서 들었다. 격정적인 바이올린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휘몰아치는 음색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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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짜르트 : 클라리넷 오중주, 오보에 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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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집에 딸려서 발매하는 경우를 계속 소개했지만, 이 음반은 낱장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번 음악감상회에 오케스트라 사운드나 실내악, 첼로와 바이올린이 많은데요, 피아노 소리는 다이나믹 레인지(dynamic range : 한 음량에서 가장 최대신호 진폭과 최소신호 진폭을 일컫는 말)때문에 LP에는 제대로 담아내기가 힘듭니다. 경험자분들은 아시겠지만 피아노판이 제일 먼저 잡음이 납니다. 음 영역이 제일 넓어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튀기도 하고요.”

 

바로 앞 교향곡의 격정과는 반대로 클라리넷 소리가 서정적인 5중주가 흘러나왔다.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선율이 같이 또 따로 흘러나오는 음색이 좋았다.

 

5. Clifford Curzon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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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곡은 긴 설명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LP복각이 잘 된 상태라고 평가한 곡으로, 앞에서 LP로 만들기 힘들다고 말한 피아노 곡이기도 했다. 클리포드 커즌은 영국의 베테랑 주자로, 아시아계에서는 유명세가 덜하다.

 

6.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슈트라우스 : 4개의 마지막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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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판은 현재 70~8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리이슈 LP로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는 마리아 칼라스 스타일의 직선성 강한 보컬로, 오디오 환자식 설명을 해보면 정전형 스피커(정전기를 이용하여 음을 재생하는 스피커의 유형) 같은 소리를 냅니다. 누군가는 마리아 칼라스가 내는 소리가 너무 궁금해서 목을 만져봐도 되냐고 인터뷰 중에 물어본 적이 있었더랬죠.” 

 

편안한 고음이 귀에 들어왔다. 새삼 LP의 발전이 놀라웠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녹음되기까지 많은 기술자가 달라붙어 음역 하나하나를 신경 썼을 터였다. 돌아가는 판이 아쉽게 8분여의 곡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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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Georg Solti 말러 : 교향곡 8번 ‘천인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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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곡입니다. 제가 라디오를 진행할 때 어머니가 친구분들이랑 차를 타고 오시면서 자식 자랑을 하려고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켰었죠. 그때 하필이면 말러를 틀어서 분당에서 일산까지 오는데 말러 곡만 계속 나오고 제 목소리는 한 번도 안 나왔다고 합니다.(웃음)”

 

시간 관계상 다 듣지는 못하고 피날레 부분의 합창과 오케스트라 부분만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감상 후 정만섭 해설자는 LP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음악에 좀 더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인사말로 마무리했다.

 

“말러를 들으면 울컥하는 기분이 듭니다. 소리의 질감을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 감상은 그런 기분과 직관을 따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엔드 스피커를 좇다가 결국에는 산속에서 워크맨 듣는 사람이 있듯이, 자신이 좋은 음악이 제일 좋은 음악입니다. 음악이 좋은 이유는 그저 틀어만 놓아도 감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준비했으나 시간상 듣지 못했던 두 곡은 다음과 같다.

 

8.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베토벤 : 교향곡 전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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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이미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유명하지만, 정만섭 해설자는 카라얀이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를 꼽는다면 62년도 녹음판을 꼽았다.

 

9. 앤서니 콜린스(Anthony Collins) 시벨리우스 : 교향곡 전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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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휘자 중 손꼽히는 앤서니 콜린스는 특히 시벨리우스 작품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힘차고 남성적이며 스케일이 큰 명연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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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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