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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역사전쟁』 김동춘, 심용환 강연회

온라인 아닌 대면과 행동이 따라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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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부국,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학과 역사학의 시선으로 본 한국현대사’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은 왜?』의 저자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와 『역사전쟁』의 저자 심용환 소장(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이 한국사 콜라보레이션 강연을 펼쳤다. 두 사람이 최근 일련의 한국사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전쟁』의 저자 심용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차악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반대 여론이 훨씬 높은 국정교과서를 비롯해 어이없는 ‘역사전쟁’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대한민국은 왜?’라는 짜증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1월 22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였다.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부국, 어떻게 볼 것인가? : 사회학과 역사학의 시선으로 본 한국현대사’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은 왜?』의 저자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와 『역사전쟁』의 저자 심용환 소장(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이 한국사 콜라보레이션 강연을 펼쳤다. 두 사람이 최근 일련의 한국사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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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승만과 박정희를 다시 소환한 이유
 
심용환 :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 등 역사문제가 계속 이슈를 일으킨다. 김동춘 교수는 이승만 국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춘 : 미국에서도 제퍼슨 등에 대해 ‘건국의 아버지’라는 말을 붙인다. 국부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라를 세울 때 큰 공로를 가진 사람에 대해 그렇게 부를 수 있다. 물론 여성 입장에선 가부장적인 느낌이 있어서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그런데 그때 말하는 국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다른 의견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을 그리 말할 수 있나? 어느 나라 국부가 그렇게 국민들에게 쫓겨나는가? 물러나면서도 그렇게 많은 어린 학생들을 쏴 죽이는 국부가 어디 있나!

 

심용환 : 조선의 이성계, 고려의 왕건 등을 국부라고 하는 건 왕조적 인식이다. 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는 것은 왕조와 다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역사와 국가를 특정한 누군가가 세웠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 같다.

 

김동춘 : 동양의 가부장제와 인물 중심의 영웅주의 역사관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사람과 함께 싸운 시민들의 공로는 무시하는 것 같다. 국부는 그래서 정치적 수사다. ‘건국’이라는 말도 정작 1948년에는 나온 적이 없다. 딩시 ‘정부 수립’이라는 말을 쓰긴 했으나 1948년에 국가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집권 세력이 정체성의 위기를 덮기 위한, 과거의 역사를 현재에 불러내 보수 세력에 어필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건국을 들먹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상진 국민의당 위원장이 4?19탑 앞에서 그런 이야길 했다는 건 어이상실이다. 4?19때 죽어간 사람들 묘역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심용환 : 그렇다면 지금, 이승만을 다시 불러온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김동춘 : 이전에는 이승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앞서 박정희를 다시 불러온 것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직전이었다. 박정희를 불러온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정부였다. 왜 이렇게 경제가 어렵지, 하는 생각에 무덤에서 박정희를 꺼냈다. 이승만을 다시 불러온 시기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였다. 수구보수 냉전세력이 이승만을 살려야만 독재정권과 친일세력에 부역한 사람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승만을 불러왔다. 

 

심용환 : 뉴라이트의 글을 보면, 기존 역사학계가 반미에 치우쳐 있다고 말한다. 종북과 반미를 같이 거론한다. 뉴라이트는 어떤 뿌리를 갖고 있는가.

 

김동춘 : 일본에서 1990년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들어진다. 일본 극우파들이 만든 단체다. 1960~1970년대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전공투)’ 등을 보낸 뒤 일본은 1980년대 보수화되면서 새역모가 등장했고 교과서 문제를 거론한다. 그리고 현재 권력이 아닌 미래 권력까지 잡으려면 국민 의식까지 잡아야 한다며 ‘30년 (역사)전쟁’을 시작한다. 한국의 뉴라이트는 일본 극우파 시각을 그대로 가져왔다. 뉴라이트 중에는 일본에서 유학했던 사람들이 많다. 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사사카와 재단’이라고 있다. 이 재단이 한국의 대학 등에 자신들의 극우적 시각을 담은 자료를 뿌렸다.

 

심용환 : 유럽의 경우 파시즘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고, 이를 척결해야 하는 구조였다. (동아시아와는) 주어진 국제 관계에서 차이가 있었다. 유럽이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였다면 동아시아는 그럴 수 없었다. 『역사전쟁』에서도 말했는데, 유럽과 동아시아에는 시간적 차이가 있다. 유럽의 역사 속에서는 늘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다. 가령 베를린자유대학은 미국이 냉전시대에 돈을 들여 만든 대학인데, 유럽의 68혁명 때 베를린자유대학은 통제가 되지 않고 혁명의 본산이 됐다. 그 사회가 역사 속에서 쌓아온 자율성, 시민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

 

김동춘 : 지금 말씀한 것도 중요한데, 유럽 대륙은 소련에 접해 있었다. 소련의 입김이 유럽에 강했는데 이런 소련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 유럽은 사회민주주의 개혁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공산당에 넘어갔으니까. 그러나 동아시아는 그런 역사나 전통이 없었다. 민주주의나 근대 혁명의 중심부는 유럽이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독일은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청산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며 두 나라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데, 독일에서 학생운동은 거저 온 것이 아니다. 1960년대 학생운동이 세지면서 전쟁 범죄자를 처벌했지만 나치 대원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정당화하고자 했지만 68혁명 때 학생들이 나라와 세계를 뒤집었다. 즉 ‘피플 파워’ 없이 이런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한다.

 

심용환 : 일본의 이상은 이런 것이었다.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지만 동아시아 역내 패권국은 일본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러시아를 무너뜨린 그런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 한국의 뉴라이트는 일본이 썼던 자학사관, 패배주의 등의 용어를 같이 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일본의 세력은 이상향이 뚜렷하게 있으나 한국에선 기득권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말을 쓸 뿐이다. 그런 이들이 무엇을 학생에게 가르치고자 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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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 미국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이다. 중국 시장이 워낙 커서 어떻게 하면 중국을 먹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모택동이 권력을 잡으면서 미국의 의도는 실패했다. 그래서 미국이 교두보로 삼은 것이 일본이었고, 베트남을 통해 중국을 사방에서 위협하려고 했다. 그런 20세기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 미국 국가의 목적은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본은 원폭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전쟁터가 된 적이 없다. 한반도가 되레 전쟁터가 됐다. 중국으로 건너가기 위한 교두보로서 한반도가 희생양이 됐다. 근대 100년 동안 그랬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각축장인데, 관련 자료는 한국보다 해외에 더 많다. 한국전 자료도 미국에 훨씬 더 많다. 미국은 모든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 이를 분류해서 정책의 기초로 쓴다. 북한 자료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많다. 구한말을 연구하려면 러시아에 가야 할 정도로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나 정보는 극히 적다. 

 

심용환 : 한미동맹이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문제를 건드리면서 대안적 사고로 중국을 이야기하면 종북이 아닌 ‘종중주의’라는 말을 하더라(웃음). 내가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이승만 이야기를 하면 답이 없다. 이승만의 잘못된 점을 말하면, 많은 목사들이 관점은 다양하니까, 라고 말을 한다. 근거를 갖고 관점을 말해야 하는데, 그 목사들은 근거가 없다. 이승만이 없었다면 그 어려운 시절에 미국이 어떻게 도와줬겠느냐고 한다. 

 

김동춘 : 미국에서 살다 온 목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6개월만 살아도 미국이 한국을 사랑하지 않음을 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사랑한다(웃음).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가도 미국 언론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한쪽이 짝사랑하는 관계다. 미국이 한국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 짝사랑은 잘못된 역사관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 선교사나 기독교인 중에 한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승만은 1900년대 초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는 미국이 기독교 국가여서 했던 말이지, 기독교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다. 미국 기독교는 미국이라는 힘을 빼고는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맥아더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그는 한국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지휘자로서 전투에 승리하는 것에 관심 있었을 뿐이다. 군사 전략가로서도 뛰어나지 못했다. 인천상륙작전에만 성공했을 뿐, 이후에는 무리한 진격으로 수십만 명을 죽였다. 과도한 자기 확신으로 결국 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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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 교육의 문제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 상위권 학교에 ‘일베(편집자 주.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로 수구나 보수 세력 지지자들이 다수 포진한 커뮤니티사이트. 여성이나 성적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나 모욕 등의 게시글이 압도적으로 많다)’가 많다.

 

김동춘 : 국사와 세계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자면 (국사) 교과서가 없어져야 한다. 세계사 교육의 부재가 우리 교육의 문제 중 하나다. 우리 역사는 세계사와 얽혀있지 않은 것이 없다. 한국전쟁만 봐도 그것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쟁이다. 각국이 여기에 대한 입장이 다 있었다. 세계 문제와 한국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지금 국정교과서가 문제이긴 하지만, 국사라는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국정교과서를 놓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역사가 후퇴하면서 엉뚱한 이야기만 오가고 있다.

 

심용환 : 일본은 검인정제다. 이명박 정권 때, 대중에게 이슈는 안 됐지만 정부는 검인증제를 통해 이미 교과서를 통제했다. 그런데도 지금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역사를 해석할 힘이 없다. 세계사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사라는 단어가 국가주의적이니 한국사로 이름이 바뀌고 우리 역사를 말하면서 단순하게 당시 일어난 세계사를 옆에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입시용으로만 역사에 접근하다 보니 세계사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역사학계나 역사교육계는 이전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김동춘 : 우리나라에선 위안부 동원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친일파, 일제강점기의 조선정책 등에 대해 체계를 갖춰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독도만 봐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보다 훨씬 많은 정보?자료를 갖고 있다. 관료들도 직업의식이 약하고. 일본 학계와 우리 학계는 게임이 안 된다. 역사와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문도 인프라가 쌓여야 하나, 우리 사회는 내실로 들어가면 한참 딸린다. 기술 수준이나 산업의 기본은 물론 학문도 마찬가지다. 학계도 기술자를 키우듯 한 분야에 수십 년을 연구해서 대가가 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국가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심용환 : 단순한 민족주의에 기반 한 감성이 아니라 여성이나 인권의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구조화하고 체계화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일본인이다. 징용 문제도 그렇다. 한국 학자 중에서는 그런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에는 한인 징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이런 문제에서도 일본에서는 일반 시민이 꾸준히 활동한다. 그 힘이 대단하다.

 

김동춘 : 일본의 박물관 등에 가면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후원했다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지역 커뮤니티에 의해 이런 것이 이뤄지고 국가 차원에서도 힘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약하다. 마무리하자면, 1980년대 한국 민주화의 시효는 끝났다. 그 사람들의 역사적 기여는 끝났고 지금은 그들이 역할을 할 시대가 아니다. 120년 한국 근대사에서 동학농민군이 우금치에서 패배하지 않고 서울로 진군했다면 지금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120년 역사를 새로 세팅할 시점에 왔다.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성취도 이뤘지만 한계가 많다. 지금은 전환기다.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기력도 쇠했고 젊은 층이 나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 스페인에서 양당 체제를 뒤집고 정치판을 흔든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당의 이글레시아스 대표의 나이는 서른일곱이다. 지금 이런 이들이 스페인을 만들고 있다. 한국도 30~40대가 등장해서 판을 뒤집어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들이 판을 뒤집도록 도와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요즘 나는 ‘헬조선에서 도망가지 말고 남아서 바꾸자’는 말을 하고 있다. 역사는 늘 20~30대가 바꿔왔다. 이들이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노인들이 집권하게 된다. 70대가 나라 운명을 좌우하게 만들 순 없잖나. 행동 없이 갑자기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조직 없이는 변화가 없다. 조직이 환상적인 조직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온라인 모임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을 마주하고 숨결이 있어야 공감하고 행동한다. 책을 봐야 행동이 된다. 미디어의 영상물은 순간적인 분노를 일으키지만 책을 봐야 몸에 생각이 배고 행동할 수 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꼭 필요하다. 어떻게든 젊은이들을 모이게 해야 하고 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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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취업 준비생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놓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김동춘 : 지금 자본주의가 만연해 있다. 더 심각한 자본주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박정희의 물질주의와 성과 지상주의가 독재를 정당화했다. 한국 사회가 지금 그렇지 않나. 돈만 있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올 정도다. 소수가 희생당해도 나만 피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할 정도로 사회적 도덕이 타락한 상태다.

 

심용환 : 박정희가 우리의 배를 채웠다고 하는데, 책만 제대로 읽어도 그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편을 드는 식으로 진영논리에 빠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박정희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면 논란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KBS가 미디어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나오고 종편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언론도 현재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김동춘 : 언론의 상업화가 가장 큰 문제다. 그 배경은 광고다. 언론의 수요자 혹은 수용자의 기여가 약해서 언론사가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는 과격하게 말해서, 기자들은 기업에 의해 간접 고용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과거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신문사에 상주하면서 검열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알아서 긴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미디어를 장악한 상황이라 쉽지 않다. 기업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지가 문제다.

 

유럽에선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인 것에는 어떤 역사가 있어서 그렇게 했을 거라고 보는데, 한국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더라.

 

심용환 : 독일은 폴란드 등과 함께 공동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동 교과서까진 아니지만 유럽 10개국 학자들이 유럽 문명권에 대한 역사책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탈민족으로 하자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동아시아 역사재단에서 나온 책을 보니, 대만, 중국 등의 교과서가 한국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나왔다. 우리가 보면 왜 객관적으로 쓰지 않았냐고 항의할 만큼 자기네들 위주로 썼더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현재 처한 맥락은 서양의 맥락을 그대로 가져와서 할 수는 없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공동의 역사 인식을 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김동춘 : 국민 국가, 즉 인종, 언어, 문화가 동질적인 정치 단위를 이룬 나라에서 일본, 한국, 중국은 세계에서도 예외적인 존재다. 영국도 원래 하나의 국가가 아니었고,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국민 국가의 역사가 짧다. 유럽은 수없이 많은 전쟁을 거쳐 국민 국가가 만들어졌다. 사실 동아시아의 국가주의 전통이 유럽보다 훨씬 길다. 유럽의 국가들은 그런 전통이 짧아서 통합도 가능했고, 유럽 전체와 세계 전체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미국도 세계 문제를 자기 문제라고 본다. 이런 것은 나쁜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점도 많다. 한국이 식민지가 안 됐다면 일본과 중국 문제를 더 넓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1930년대 만주에 사는 사람의 시야가 지금 우리보다 넓었고, 언어 구사력도 훨씬 뛰어났다. 3개 국어를 했고, 러시아까지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졌다. 우리가 과도한 민족주의를 갖게 된 것은 식민지와 함께 분단의 영향도 있었다. 그런 역사의 조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나 앞으로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세계시민주의로 가야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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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심용환 저 | 생각정원
이번에 출간한 《역사 전쟁》은 ‘뜨거운 감자’인 한국사 핵심 이슈와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주요하게 담았다. 유럽과 동아시아, 북한 등 세계의 역사 논쟁을 통해 한국의 역사 논쟁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1948년에 수립되었다? 이승만의 건국建國과 박정희의 부국富國 위주의 역사 서술이 문제인 이유는?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역사가 위축되고 있다? 등 한국사의 핵심 쟁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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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김동춘 저 | 사계절
한국 학술연구 분야 제3세대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그동안 연구자, 사회운동가, 정부 관리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현대사라는 기억의 창고를 차곡차곡 채워왔다. 그런 그가 마침내 대중들을 향해 창고의 문을 활짝 열었다. 『대한민국은 왜?』에서 지은이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노정을 거슬러 오르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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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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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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