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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아버지에 대해

작가의 고난과 독자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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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생활을 이해하면 작품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그런데 작품이 재밌게 느껴지려면, 작가로서의 삶에 우여곡절이 많아야 하니, 작가로서 살아가기도 골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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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작자 이야기.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 <셜록>의 원작은 『셜록 홈즈』다. 역시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천재) 작가답게 소년 시절에 이를 영문판으로 읽었다, 라면 좋겠지만, 소년 소녀를 위한 요약본으로 읽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삽화도 곁들여져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글자 폰트는 상당히 컸으며, 자간과 여백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은 이후 소설이라는 걸 거의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철가면』『80일간의 세계일주』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왜냐하면, 『셜록 홈즈』를 맛본 소년에게 다른 이야기들은 지루함의 총체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소설에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소설가가 된) 지금에도 소설을 읽는 행위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코넌 도일’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여서, 자신의 캐릭터를 홈즈의 친구인 왓슨에 그대로 투영시킨 인물. 한평생 근사한 역사 소설을 쓰고 싶었고, 이로써 주목받고 싶었으나, 세상이 외면하여 어쩔 수 없이 “청소년들이나 읽을 탐정 소설 따위를 써낸 인물”(실제로 코넌 도일은 이렇게 생각했다). 개업의였던 그는 수입이 신통치 않아, 남는 시간이나 때우고 싶어 했다. 하여, 당시 유행했던 ‘애드가 앨런 포’(최초의 추리소설가)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셜록 홈즈』를 썼다. 그야말로, 무료함을 달래고, 원고료나 받아낼 속셈이었다. 마침 창간을 준비 중이었던 <스트랜드> 잡지사는 이 원고를 상당히 좋아하여, 그에게 연재를 제안했다. 코넌 도일은 ‘어디 한 번 허술한 소설, 잘도 읽어봐라!’라는 고약한 심정으로 원고를 마구 써냈다(그는 『셜록 홈즈』의 단편을 한 달에 네 편 써내곤 했다. 초고를 고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런 셜록 홈즈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는 ‘어째서 이따위 소설을 좋아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홈즈는 모든 것을 너무나 넘겨짚는 경향이 있어서, 추후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모든 것을 추론하는 탐정이 등장하는데, 번번이 실패한다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그러나 이 소설은 실패를 했다). 그러니까, 코넌 도일은 『셜록 홈즈』로 인해 작가로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실상 그는 『셜록 홈즈』를 부끄러워했다. 작품의 수준이 자기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그가 바랐던 것은 오로지 역사소설로 인정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셜록 홈즈』를 계속 썼던 이유는 <스트랜드> 잡지사가 건네준 고액의 원고료 때문이었다(최초에는 단편 하나당 35파운드를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가치로 800만 원 정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쓰기 싫었는지, 그는 추후에 거절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원고료를 불렀는데, 이마저 잡지사가 수락해 버려 계속 써야 했다(이때는 연간 연재료로 1,000파운드를 불렀는데, 현재가치로는 2억 5천만 원 정도 한다). 그는 정말이지 『셜록 홈즈』를 쓰기 싫어서 결국 소설에서 셜록 홈즈를 죽여 버리는데, 이 때문에 8년간 독자들에게 시달렸다. 그의 독자들은 코넌 도일의 집 앞에서 셜록 홈즈의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고, 심지어는 열혈 독자들이 협박꾼으로 변해 작가를 암살하겠다는 편지까지 보냈다. 이에 너무 괴로운 나머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처참한 심경을 고백했는데, 어머니는 답장에서 “아들아 무척 힘들겠구나. 그런데, 대체 홈즈는 왜 죽인 거니?”라고 다그쳤다. 결국 그는 처절히 외로운 심정이 되어 홈즈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물론, 그 사이 『셜록 홈즈』가 세계 각지로 소개됐고, 미국의 한 잡지사가 홈즈의 부활을 제안하며 건넨 거대한 원고료도 한 몫 했다(이때는 단편 하나당 4,000 달러, 즉 현재 가치로 약 3억원을 제시 받았다). 

 

이런 후일담들을 하나둘씩 읽다 보면, 소설 보다 작가의 인생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첫인상만 보고 과거의 모든 행적을 추론하는 셜록 홈즈의 버릇이 그저, ‘어디 한 번 이따위 소설을 읽나 봐라!’ 는 식으로 써낸 작가의 심술이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수긍된다. 때문에 (이런 접근은 꽤나 유치하지만) 작가의 생활을 이해하면 작품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그런데 작품이 재밌게 느껴지려면, 작가로서의 삶에 우여곡절이 많아야 하니, 작가로서 살아가기도 골치 아프다. 대개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작가로서 흥미를 전하기 위해서는 ‘늙어서도 고생을 사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작가 데이비드 쉴즈는 이런 말을 했다. ‘작가의 상처는 독자의 심장을 향해 날릴 수 있는 활이 된다’고. 


 작가 생활을 30년은 더 해야 할 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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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민석(소설가)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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