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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내지 않은 ‘진짜’ 나의 이야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토마스와 앨빈 오직 두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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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함께였기 때문에 가장 진실되고 아름다웠다는 것과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만들어간 스토리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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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토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인생을 이루어 간다. 이야기는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자신의 삶 그 자체, 자신이 살아온 수 많은 일상들의 나열이다. 때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가슴 아픈 이별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까울 만큼 행복한 순간을 보내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세상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를 갖게 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두 주인공 토마스와 앨빈 역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스토리지만, 그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하고 특별한 그들만의 스토리. 7살 어린 시절부터 30여년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딘가 독특하고 괴짜 같았던 앨빈은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4차원적이고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앨빈은 7살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채, 고향에서 아버지가 물려주신 책방을 운영한다. 반면 토마스는 일반적인 세상의 기준을 벗어 나지 않고 자란 평범한 어른이 된다. 토마스가 고향을 떠나고, 대학을 가고, 약혼을 하고, 세속적으로도 성공을 하면서 둘도 없이 절친했던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생각해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인생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토마스와 앨빈 오직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2시간 여의 러닝 타임을 이끌어간다. 앨빈은 토마스의 집필을 도와주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한 수 많은 날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앨빈은 서점 곳곳에 쌓여있던 종이 뭉치들을 찾아내고 그 종이 뭉치들을 토마스에게 전달한다. 무대 위로 끊임없이 흩뿌려지는 이 종이 뭉치들은 두 사람이 함께 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던 토마스는 그 종이 뭉치들에 적힌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받고, 앨빈과 함께 한 수 많은 추억들을 책으로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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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이름으로


토마스는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앨빈과의 추억을 자신만의 경험인 것처럼 포장해버린다. 앨빈은 그런 토마스를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이전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한다.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토마스는 그런 앨빈의 노력 조차무시하고 그를 멀리하지만, 앨빈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 글의 영감을 준 건 앨빈이었음을, 중요한 건 혼자만의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친구 앨빈과의 오래된 우정이었음을. 그는 그 깨달음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스토리는 억지로 꾸미고 포장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있는 그대로 솔직한 자신의 스토리를 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토마스는 두 사람이 함께였기 때문에 가장 진실되고 아름다웠다는 것과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만들어간 스토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우정, 사랑,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철 없던 장난을 하던 어린시절, 더 없이 순수했던 마음, 패기 넘치고 모험심 강하던 시절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건을 자극적이지 않게 그려낸다. 영감의 원천이자 두 사람의 추억 보관소인 앨빈의 서점은 독특한 방식으로 무대 위에 재현되어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다소 연결성이 모호한 부분이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등장인물은 토마스와 앨빈, 오직 두 사람뿐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어색하거나 불안하다면 전체적인 극의 중심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토마스 역의 조강현과 앨빈 역의 김종구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7살 어린 아이부터 성인의 모습까지 많은 세월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 사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배우 단 두 명이서 두 시간 남짓한 공연을 이끄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 기에, 두 사람의 노고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두 남자가 펼쳐보이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내년 2월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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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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