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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선비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

『선비처럼』 저자 김병일 인터뷰 선비의 삶을 산다는 말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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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을 그다지 써보지 못한 필자가 머리와 손으로 썼다기보다는 향기 나는 현장에서 감동하면서 느낀 것을 가슴으로 쓴 것입니다. 우선은 필자가 미처 몰랐던 선비정신을 접하면서 제가 선비처럼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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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이 재미있습니다.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내시다가 뒤늦게 선비의 삶을 살게 된 이유라면 무엇일까요?


선비의 삶을 산다는 말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다만, 그런 삶을 추구하며 산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선현의 숨결이 밴 도산서원과 퇴계 종택 등 유적을 찾아 다니며 역사와 전통과 대화하는 일은 바쁜 관료생활 가운데에도 제 삶의 즐거움이자 활력소였습니다. 이는 제 대학 때의 전공이 사학이었던 점과도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2005년 초, 장관을 끝으로 관료생활을 그만둔 뒤 저의 취향을 눈여겨보신 이 지역 유림의 청에 이끌려 2008년부터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퇴계 선생의 고향 안동 도산 고을에서 머물면서 참선비의 삶에 매료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뒤에 한국국학진흥원장을 5년(2009.8~2014.7)간 겸임한 것도 저의 이런 생각을 더욱 짙게 만들었음은 물론입니다.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자리나 한국국학진흥원장 자리가 모두 선비정신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선비가 우리말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분이 있을 텐데요, 선비란 무엇일까요?


‘선비’가 순우리말이라는 것 외에 그 어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아직 통일된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분은 그 기원을 고조선으로까지 올려 잡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유교가 지향하는 인격으로만 국한해 살피기도 합니다. 어원이나 기원에 대해서는 이렇듯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견해가 거의 일치되는 듯합니다. 이를 한 마디로 간추리면 《논어》(論語)에서 말하는 ‘수기안인’(修己安人), 즉 안으로 자신의 윤리적 수양에 힘쓰고 이를 발판으로 밖으로 남을 감화시켜 도덕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소임으로 삼는 이상적 인격체가 곧 선비입니다. 역사에 자취를 남긴 선비의 삶이 항상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바로 이러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에게 선비는 어떤 의미일까요?


현대인의 삶은 아무래도 개인중심이며 물질중심이죠.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현대문명을 끌고 가는 두 축인 점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산다는 느낌은 아마 모두가 공유하는 정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중심의 이기주의와 물질중심의 물질만능 사고로 살아갈 때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부모와 형제에게도 이런 관점으로 대하니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 하고 유산을 물려받고자 다툼이 벌어지지요. 이러다 보니 남과의 관계 또한 더욱 타산적으로 흐르게 되고, 그 결과 개개인은 더 불행해지고 사회는 어디를 가나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아요. 이래서는 안 됩니다. 현대사회를 잘 살려면 자기 이익과 물질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타인의 존재도 존중하는, 다시 말해 ‘더불어 사는 삶’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방안으로서 선비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참 전에 유행했던 광고문구 하나를 패러디하여 표현한다면 ‘선비’는 언제나 ‘사람’을 향하니까요.


아마도 선비에 대해 혹은 선비정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이 많을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비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일본의 식민사관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화후진국 일본이 문화선진국 조선을 무력으로 강탈하고 나서 대내외적으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조선과 조선의 지배층 선비를 혹독하게 폄하하였습니다. 3ㆍ1 운동 직후 조선인 교육지침을 만들어 조선의 정신을 가르치지 말고 조상을 나라 망친 사람으로 폄하하도록 어린 학생을 세뇌했습니다. 이들의 악랄한 획책이 지금껏 영향을 끼친다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 밖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또 다른 요인도 있다고 봅니다.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종종 허례허식과 공리공론을 일삼은 조선 후기 기득권 양반층을 지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양반’과 ‘선비’를 같은 뜻으로 보는 데서 범하는 오류입니다. 양반은 문무백관(文武百官)이라는 말도 있듯이 문반(文班)과 무반(武班)으로 구성된 조선 시대 관료 계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신분제 용어입니다. 반면에 선비는 앞에서 말했듯이 유교가 추구하는 이상 인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선비는 곧 양반 계층이지만 양반이 모두 선비인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양반 가운데 걸맞은 인격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겉으로는 선비인 양 행동하는, 즉 사이비 선비가 전통시대에도 항상 문제였습니다. 일찍이 공자 시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는데, 공자는 그들을 ‘향원’(鄕愿)이라 부르며 덕을 파괴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교와 선비는 어떤 관계일까요?


선비는 유교가 지향하는 이상 인격의 대명사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로 하면 ‘군자’(君子)가 곧 이에 해당합니다. 《논어》를 보면 이 군자를 소인(小人)과 대비시켜 말하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군자는 의로움에 관심을 두지만 소인은 이익에 관심을 둔다”거나 “군자는 덕을 생각하지만 소인은 땅을 생각한다”,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부화뇌동하지는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죠. 이 점에서 ‘군자’, 즉 ‘선비’는 도덕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적 인간을 추구하는 유교적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인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열 마디 설명보다 《논어》 〈태백〉 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유교에서 선비가 차지하는 위상을 가장 잘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비는 뜻이 넓고 굳세지 않을 수 없다.
소임은 무겁고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의 실천을 평생의 소임으로 삼으니 어찌 무겁지 않겠는가!
그 길은 죽은 뒤라야 끝나는 길이니 어찌 멀지 않겠는가!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주로 조선의 선비가 다뤄졌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떤 분이 있을까요?


선비는 유교 가운데에서도 도덕수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개념입니다. 이를테면 국가경영이라든가 정치행정 등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선비라는 이상 인격은 유교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도덕적 본성에 대한 탐구를 중시했던 성리학의 시대에 들어와야 제대로 조명되고 중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 때 최치원이나 고려 시대 김부식, 최충 같은 분도 훌륭한 유학자이지만, 우리가 한국의 선비를 이야기할 때 이들보다 성리학의 시대인 조선의 유학자를 주로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리학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던 고려 말에 주목할 만한 선비가 있으시죠. 우리나라 성리학의 태두로 존숭받으며 선비정신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절의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포은 정몽주 같은 분이 대표적이죠. 선비는 단순한 도덕군자가 아니라 실천가이며 행동가기도 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조선’이라는 유교국가의 청사진을 완성한 삼봉 정도전도 새롭게 꼽힐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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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찾는 이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수련원을 찾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라 보시는지요?


2002년 개원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첫해 224명이 수료하고 5년 뒤에는 그 10배인 2,880명이 수료하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 2012년에는 2만 명이 넘는 수련생이 다녀갔습니다. 올해는 연간 7만 명의 수련생이 다녀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왜 이 먼 곳까지 많은 분이 찾아오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남녀노소, 직업과 인종에 상관없이 점점 더 많은 분이 수련원을 찾는 이유는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고 훌륭한 강사를 모셨기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첫 번째 이유는 퇴계 선생의 현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책으로 보거나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낄 때 훨씬 더 와 닿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그러한 퇴계 선생의 감동적인 삶을 오늘날에도 이어가며 살고 계신 분들이 수련생의 눈에 아주 아름답게 비치기 때문입니다. 수련생은 어린아이에게 조차도 무릎을 꿇고 겸손한 자세로 맞이하는 퇴계 종손이 계신 퇴계 종택을 방문한 경험을 가장 큰 감동으로 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고 느껴도 지식으로 아는 것에만 그치면 그 깨달음이 무뎌지게 되죠. 실천을 해야 진정한 배움이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수련원에 머무는 야간 시간에 자신이 느낀 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삼삼오오 모여 다짐하고 이를 발표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많은 분께서 좋게 봐주시고 의미를 알아주시는 것이 수련원을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한국인만 모르는 것 가운데 하나로 선비 정신을 꼽았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관리 중인 유교책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페스트라이쉬 교수와 같이 서양의 아주 식견이 있는 분도 선비정신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우리가 선비정신을 잘 모르면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더욱 빨리 선비정신에 대해 알고 세계에 내놓을 때 이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인류에 매우 공헌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선비정신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는 선비정신이 담긴 유교책판이 최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은 열과 성을 다해 그들보다 앞서 사셨던 선조와 스승의 정신을 담은 이 유교책판을 단순한 문자가 아닌 가르침이자 진리로 생각하며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 제작하고 오랜 시간 보존했습니다. 유교책판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사람다움’을 추구한 우리네 선비정신이 스민 자랑스러운 유산입니다. 그렇기에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지적은 인류 문화사에서 보더라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을 정작 그 후손인 현대 한국인은 모르거나 잊고 산다는 것을 일깨우는 죽비 소리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매화라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매화는 추운 겨울을 꿋꿋한 절개로 이겨내고 마침내 가장 먼저 피어나 맑은 향기로 봄을 알립니다. 그래서 선비는 매화를 사군자의 하나로 뽑지요. 특히, 퇴계 선생은 매화를 ‘매형’(梅兄)이라 부르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매화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습니다. 또한, 퇴계 선생이 남긴 백여 수의 매화 시 가운데 39편이 돌아가시기 전 2년 동안 지으신 것입니다. 그 시를 보면 말년으로 갈수록 퇴계 선생은 매화와 같은 삶을 추구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산서당 한쪽에 매화나무를 심어 늘 가까이에 두고 매화를 닮고자 노력하신 퇴계 선생의 그런 삶을 떠올리며 표지에 담아보았습니다.


독자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이 책은 글을 그다지 써보지 못한 필자가 머리와 손으로 썼다기보다는 향기 나는 현장에서 감동하면서 느낀 것을 가슴으로 쓴 것입니다. 우선은 필자가 미처 몰랐던 선비정신을 접하면서 제가 선비처럼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담겼습니다. 또 하나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독자께서 저같이 살지 마시고 부디 퇴계 선생처럼, 우리네 선비처럼 훌륭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습니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를 그냥 하나의 책으로 보시지 마시고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주신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해괴한 일이 빈번해진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조금 더 잘 헤쳐 나가고, 조금 더 따뜻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의 인성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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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처럼 김병일 저 | 나남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거짓말 같고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그게 사실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나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뒤집어 말하면 불행하기에 왜 불행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 저자는 이런 고민과 노력에 선비와 선비정신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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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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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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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부유한 대한민국 국민은 가난한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가난에 허덕이는 오늘날 우리 현실 선비정신은 과연 대안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거짓말 같고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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