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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 당신은 버리십니까? 모으십니까?

띠지를 바라보는 출판인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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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고민한다. “이번 책에 띠지 해? 말아?” 대개 출판 마케터들은 “띠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 30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책을 홍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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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입장에서 ‘띠지’는 정말 ‘걸리적거리는’ 존재다. 책을 한 번에 부드럽게 넘기고 싶은데 마치 방해자인 것처럼, “너 이 책, 이렇게 읽어야 해! 이게 중요해”라고 훈수를 두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간혹, 책의 한 부분처럼 읽히는 띠지들이 있다. 띠지를 살짝 벗기면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는 책. 마치 두 얼굴을 한듯한 책을 만날 때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책의 모양새를 깎아버리는 띠지다. 이건 과연 표지 디자이너에게 허락은 받았나? 싶은 띠지, 그저 책을 한 부라도 더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쓴 듯한 카피가 적힌 띠지를 볼 때면, 독자가 오히려 저자에게 미안해진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에서 “가끔 띠지에 대한 혐오를 극렬하게 드러내는 독자들의 글을 보곤 한다. 독자로서의 나는 띠지가 있으면 띠지가 있구나 하고 마는 것이지만, 책을 팔아 먹고 사는 업자로서의 입장은 다르다”고 밝혔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띠지도 일종의 광고이기 때문이다. 김홍민 대표는 “30, 4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책 광고는 없다. 효과라는 측면에서 따져볼 때, 절대로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북스피어의 경우는 띠지를 제작할 때 비교적 좋은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와의 균형에도 신경을 쓴다. 김홍민 대표는 “띠지로 인해 책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다른 출판사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북스피어의 경우에는 띠지로 인한 비용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편집자의 입장은 어떨까. 김진형 생각의힘 편집장은 “띠지에 대한 낭만적 생각은, 도리어, 띠지는 불필요하므로 없어져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에 더 많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띠지를 싫어하고 바로 버린다고 말하지만, 상당수의 독자들이 띠지의 정보 혹해 책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진형 편집장 역시 “띠지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 편집장은 “띠지의 무용함을 고민하면서도 결국 띠지를 만들고야 마는 출판사의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주변을 살펴보면 ‘띠지 혐오주의자’들이 꽤 많다. “나무에게 미안해요”라는 말을 하는 독자들도 있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 꽤 적절하게 잘 만든 띠지도 적지 않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띠지’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어, 예스24 MD를 포함해 출판인 6명에게 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생각하고’ 만들고 ‘생각하고’ 본다면, 띠지의 존재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출판인들의 한 마디
띠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대한 문장의 힘으로 관심 받고 싶다


띠지는 화장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화장 안 한 맨 얼굴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맨 얼굴에 더 나해진.jpg자신 있는 (극소수의) 미녀들도 있겠지만, 약간의 꾸밈으로 내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띠지 덕분에, 수많은 책 속에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내 인생의 책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띠지에 자식 자랑하는 부모 심정으로, ‘이 책이 이래서 좋다’며 주절주절 늘어놓기 보단 책 속 한 문장이나 작가의 한 마디 등을 넣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최대한 문장의 힘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서요. (나해진 문학동네 마케터)

 

 

‘정보가 잔뜩 들어 있는 띠지’는 최악


띠지를 하고 싶다고 느낄 때는 책의 얼굴에 확실한 셀링 포인트를 각인시키고 싶을 때가 아닐까전은정.jpg요? 그런데 사실 띠지 적절하게 잘했네, 라고 느껴지는 책을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띠지는 잘 찢어지기도 하지만, 잘 디자인된 표지를 가리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점인 듯해요. 특히 띠지에 이런저런 정보가 잔뜩 들어 있는 경우가 최악의 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띠지가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는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냥 안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최근 본 책 중에서는 안나푸르나에서 나온 『그녀들의 방』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 표지에 세로로 끼우는 방식의 띠지인데(덕분에 뒤 표지의 정보를 가리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문구도 눈에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표지 디자인의 일부처럼 보여서 좋았습니다.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띠지라면 할말 많죠

 

띠지를 굳이 챙겨 보지는 않아요. 책을 읽다 보면 흘러내리기 일쑤라 접어서 책갈피를 합니다. 뚜루.jpg지금도 『아들』을 읽는데 띠지가 걸리적거려 결국 접어서 책갈피로 쓰고 있어요. 대부분의 띠지들이 사실 책갈피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아,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띠지를 보관하는 경우는 있어요. 만약 띠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최대한 표지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아니면 표지와 통일감 있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경우에는 띠지가 물결이라 오스카 와오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해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띠지인듯 띠지가 아닌 표지 같은 느낌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뚜루 카툰 작가)

 

 

재활용할 수 있는 띠지를 상상해본다

 

띠지가 있어야 한다면, 표지 디자인의 한 요소로서 그 존재감을 발휘하는 띠지로 만들어야 합김진형.jpg니다. 띠지를 유실했을 때 완성도가 떨어지는 표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띠지를 벗겼을 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띠지의 쓸모를 고민해본다면, 책 읽기의 효과적 도구로서 재활용할 수 있는 띠지를 상상해봅니다. 책갈피에서부터 책의 주요 정보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센스 있게 담아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해피 해피 스마일』의 띠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띠지 뒷면의 그림들을 오려내어 가늠끈과 합치도록 설계되어 있죠. 책 자체가 하나의 놀이를 표방하고 있고, 당연히 띠지도 ‘디자인’과 ‘놀이’라는 기능적 요소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아포리즘 철학』이나 『디자인의 디자인』 같은 띠지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김진형 생각의힘 편집장)

 

 

띠지를 보면 독자의 욕망이 보인다

 

띠지는 있어도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경쟁 도서는 많고 내 책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프로필_김성광.jpg은 제한적이니, 띠지로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요. 홍보의 (필요성이 아닌) ‘절박성’이 사라진 환경이 갖춰진다면, 자연스레 사라지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책 자체’와 많이 동떨어진 마케팅 문구는 거슬리기도 하지만, 책 본문 사이에 갑작스레 광고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관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띠지가 혹여라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왕 만들어진 띠지를 모으는 거죠. 띠지에는 지금의 출판계가 ‘독자의 욕망’을 어떻게 해석, 규정하고 있는지 반영되어 있습니다. 먼 훗날 ‘출판사학자’도 생기는 좋은 시절이 온다면, 출판 마케팅사의 한 챕터 정도로 ‘띠지로 보는 출판마케팅 변천사’ 같은 걸 쓸 수 있도록 띠지를 고이 보관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왕 만드시는 거, 어필하려는 포인트를 분명하게, 가급적 예쁘게 부탁 드립니다. (김성광 예스24 문학MD) 

 

 

띠지를 모아두면 가끔 써먹을 때도 있구나

 

예쁜 띠지는 기억이 잘 나지만 북스피어에서 이런 걸 한 적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스피어의 김홍민.jpg책을 사는 독자들이 ‘띠지도 모아두면 가끔 써먹을 때가 생기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때는 2009년,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의 띠지에 작은 문양을 인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8권의 책에 8개의 영문 이니셜을 새겨 넣었습니다. 각각 B, OO, K, S, F, E, A, R인데, 모두 합치면 BOOKSFEAR입니다. 띠지에 그걸 새기는 3년 동안에 책을 산 독자들은 그 이니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R’을 인쇄한 후에 다음과 같은 공지를 북스피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8개 띠지를 전부 들고 와우북페스티벌 기간 중에 북스피어 부스로 오시면 도서상품권(20만 원)을 드린다.” 페스티벌 첫날, 개장 5분 만에 독자 다섯 분이 도서상품권을 받아갔습니다. 이후, 몇몇 독자들에게 “띠지 모아오기 이벤트, 또 안 하나요?”, “언제 할지 몰라서 북스피어 띠지는 전부 모으고 있어요”라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조만간 또 할 예정이니, 북스피어에서 만든 띠지에 대해서는 너무 뭐라 하지 말아 주세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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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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