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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의 찬미>, 윤심덕의 죽음을 노래하다

뮤지컬 <사의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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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그녀를 사랑했던 극작가 김우진. 두 사람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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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덕과 김우진, 그들의 곁에 ‘사내’가 있었다


격동기, 사랑, 비극적.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되는 삶을 살다간 한 여성이 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다. 시대를 앞서갔던 예술가들의 불우한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까닭에,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 의해 소환되어 왔다. 20여 년 전 영화 <사의 찬미>를 통해 되살아났고, 2014년에는 뮤지컬 <글루미데이>로 또 한 번 세상 속으로 나왔다.

 

최초의 국비 장학생으로 뽑힐 만큼 뛰어났던 재능, 그것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없었던 역사의 그림자. 둘 사이의 불협화음은 윤심덕의 삶을 음울하고 극적인 이야기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절망의 벼랑 위에 세움으로써 자신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세상을 버린 것이다. 노래 「사의 찬미」에서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라고 읊조린 것처럼, 조금의 미련도 없다는 듯, 세상이 자신을 등지기 전에 먼저 세상을 버렸다.

 

초연 당시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던 뮤지컬 <사의 찬미>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한다. 윤심덕과 김우진 사이에는 어떤 시간과 사건들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현해탄 한 가운데에 몸을 던지도록 했을까. 윤심덕과 김우진, 두 사람의 이야기에 남아있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작품은 시간을 1926년의 그 날로 되돌린다. 윤심덕이 자신의 삶을 비극의 절정으로 끌어올렸던 그때,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그녀는 김우진과 함께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의문의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모든 일의 목격자”이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듯 보인다. 그러나 증인이 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영원 속에 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내는 김우진이 남긴 메모를 불태워 버리고 알 수 없는 말을 남긴다. “사라져라. 비밀이 되어라. 찬미하라. 비극의 결말을” 세 사람은 어떤 운명으로 얽혀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시간을 되돌린다. 1921년,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어느 봄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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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죽음이 아름다웠던 이유


조선을 떠나온 세 청춘에게 도쿄는 뜨거운 곳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상과 문화가 소용돌이치고 그 가운데에는 자유와 해방이 있었다. 동시에 그곳은 혼돈과 어둠의 공간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조국의 현실은 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김우진은 자신이 부르주아인 것에 죄책감을 느꼈고, 윤심덕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고지식하고 소심한 남자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자, 접점이 없어보였던 두 사람 사이를 잇는 것은 사내다. 그는 김우진과 같이 와세다 대학에서 유학하는 조선인으로, 함께 희곡을 쓰자고 제안하며 김우진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우리의’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윤심덕이 필요하다며 그녀의 출연을 성사시킨다. 김우진과 윤심덕은 금세 사랑에 빠지고, 혁명을 외치는 사내에게 고무되어 열성적으로 고국순회공연을 준비해 나간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사내 앞에서 자꾸만 삐걱거린다. 그와 함께할수록 둘 사이에는 오해와 의심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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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에게 있어서 사내는 단순한 연적이 아니다. 그에 관한 한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모호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그를 향한 두려움도 커져간다. 혁명을 이야기하던 그가 언제부턴가 순응을 이야기하고 있다.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심덕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에게 사내는 여전히 ‘믿고 의지할 만한’ 친구다. 그를 경계하는 김우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윤심덕과 김우진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 관부연락선에서 보낸 다섯 시간을 추적한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순간들 사이로 그들의 지난 사건들이 끼어든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사내를 바라보는 김우진과 윤심덕의 시각이 격렬하게 부딪힐수록 관객들은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김우진의 말대로 사내는 비극을 몰고 다니는 존재일까. 윤심덕의 말대로 모든 것은 김우진의 망상일 뿐일까.

 

진실은 쉽사리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실은 거짓으로, 진심은 위선으로 뒤바뀌며 관객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렇기에 <사의 찬미>는 그 자체로 윤심덕의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진실, 운명과 충돌하는 혁명. 그녀의 삶이 그와 같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녀로 하여금 죽음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도록 만든 생의 지독함은 무엇이었을까. 대답 없는 질문이 짙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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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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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사의찬미]
    • 부제: GloomyDay19260804
    • 장르: 뮤지컬
    • 장소: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 등급: 만 13세 이상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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