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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

과학기술의 발전을 앞당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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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살육과 모든 것을 앗아가는 비참한 전쟁, 그리고 신화의 땅이었던 신비로운 달 탐험은 전혀 상관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사이에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Adolf Title를 끼워 넣으면 맥락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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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


참혹한 살육과 모든 것을 앗아가는 비참한 전쟁, 그리고 신화의 땅이었던 신비로운 달 탐험은 전혀 상관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사이에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Adolf Title를 끼워 넣으면 맥락이 생긴다.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베르사유조약으로 영토를 빼앗기고 막대한 전쟁 비용을 치러야 했던 암울한 독일에서 태어났다. 아마 이런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히틀러는 삶의 목표로 삼았던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던 불우한 화가로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전기 작가들은 히틀러가 엄격한 아버지 그리고 자기를 감싸던 어머니의 죽음, 화가를 꿈꾸었지만 반복된 실패, 또한 유대인에 대한 반감과 증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독일의 사정은 히틀러가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사람을 갈구하고 있었다.


독일은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지만 허울뿐인 덫에 걸려 오랜 세월 분열을 경험했고, 그 때문에 다른 서구 열강과 달리 제국주의의 달콤한 결과를 맛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일으킨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했다.


그러자 독일은 독재자 히틀러를 선택했다. 이는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함을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개인과 그 개인의 심리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 출신의 철학자 아렌트Hannah Arendt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연구 후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아렌트는 미국의 한 잡지사의 요청으로 나치의 전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쓴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에서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악한 행동은 사이코패스나 광신자가 아니라 국가의 명령에 따르며 자기들의 행동을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악은 지극히 평범하며 그것이 개인의 행동보다는, 개인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회와 시대에 대한 고찰이 없이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독일의 나치를 이끌던 히틀러는 5,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도화선에 불이 붙은 전쟁은 영국과 프랑스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어졌다. 그리고 독일의 소련 침공, 일본의 진주만 폭격 등으로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까지 확장되어 전 세계가 전쟁터로 변하게 되었다. 신화 속 장면처럼 세상은 불타며, 많은 사람들이 비명 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인류는 오랫동안 전쟁을 해왔다. 그런데 20세기 이전과 그 이후의 전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거의 전쟁이 국지적이고 비교적 군대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은 해당 국가가 지닌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총력전으로 변했다. 전쟁은 개인이나 집단의 전투 능력보다 경제력과 인구 등 국가가 지닌 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삼국지』에서 보듯 뛰어난 장수나 치밀한 전략으로 우위를 점하고 승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래서 지구가 석기시대로 돌아가기 전에는 더 이상 알렉산드로스나 칭기즈칸이 세상에 등장할 수 없다. 이제 전쟁은 국가의 모든 능력과 힘이 동원되는 시대이며, 그래서 오히려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에 일어난 전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경제력과 인구 등 국가의 힘이 강하지 않았다. 영토도 넓지 않았고 인구도 상대국을 압도할 정도로 많지 않았다. 독일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던 과학이었다.


과학은 19세기에 다윈Charles Robert Darwin으로 대표되는 진화론과 프로이트Sigmund Frued 로 대표되는 심리학의 대두로 종교의 억압적 지배에서 해방되었다. 신의 그늘에서 벗어난 과학은 세상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과학적 업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개입으로 초반의 압도적인 기세가 꺾인 독일이 주목한 것은 과학이었다. 탁월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번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섬에 최고의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신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앞당긴 전쟁


독일은 첨단 무기를 개발해 연합국을 물리칠 생각이었다. 그 면면을 보면 대서양 건너에 있는 미국을 폭격할 미사일, 투명 광선, 원자폭탄과 같은 무기를 개발하려고 했다. 심지어 개발 목록에는 비행접시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비행접시의 사진이 우연하게 촬영되면 독일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쟁 초반 독일이 우위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항공 기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신무기 개발에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켓공학자인 브라운Wernher von Braun을 비롯해, 항공학자인 젱거Eugen S?nger, 노벨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를 필두로 하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발트해에 있는 페네뮌데 섬에 모아놓고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 목적은 단 하나였다. 독일 나치를 위해 최고의 무기를 발명해내는 것이었다.


연합국도 과학기술을 이용한 첨단 무기 개발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독일만큼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기술력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훗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당시 독일이 개발하려고 했던 무기는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 미국을 폭격할 수 있는 실버버드라는 이름을 가진 초음속 폭격기, 날개의 회전을 이용해서 수직으로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항공기 등이었다. 이들 모두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것은 실버버드였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폭격은 할 수 있지만 돌아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실버버드의 폭격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 독일은 많은 첨단 무기들을 만들어냈다. V1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순항 미사일이 영국을 향해 날아갔고 런던과 인근 지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다만 정확성이 떨어졌기에 8,000개 가운데 2,300개만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독일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무기들을 살펴보면 V1과 같은 순항 미사일을 비롯해서 장거리탄도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대함 미사일, 폐쇄회로 텔레비전, 실전에 배치된 제트전투기 등 화려하다. 다만 이들 무기가 실전에 상용화되지 못했거나 소량 생산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뿐이다.


역사에 만약이 없지만 이런 첨단 무기들이 상용화되고 독일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면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 정복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이 주도하는 제3제국이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의 선택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것은 과학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던 리더십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과학자들이 모여 있던 성 페네뮌데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 공동체였다. 이들은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또한 과학의 특성인 많은 실패를 통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독일을 위해 무기 개발에 앞장섰다. 앞서 본 것처럼 과학자들은 연구가 목적이지 그 연구를 통해 생산된 결과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대표자였던 로켓공학자 브라운은 V1에 이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V2 연구에 몰두했다. V2는 획기적인 로켓의 힘을 가진 미사일이었다. 훗날 개발된 미국과 소련의 미사일은 V2에서 유래했다. 당시 V2는 5,300킬로미터를 날아갔고, 전투기나 대포로 요격을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미사일이었다. 그러나 브라운이 원했던 것은 로켓 연구를 통해 우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쟁은 과학의 발전을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역량을 무기 개발에 쏟게 되고 자연스럽게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독일의 첨단 무기 연구는 훗날 항공기를 비롯해 현대 과학의 발전을 촉진시킨 측면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나치 전범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군사 재판을 통해서 처벌을 받았고 몸을 숨긴 전범들은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에 의해 끝까지 추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 연구에 뛰어들었던 과학자들은 독일의 패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과학자들 앞에 놓인 것은 재판보다 선택이었다. 특히 페네뮌데의 대표자이며 로켓 연구로 명성이 높았던 브라운은 자살과 투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브라운은 독일을 떠나 미국을 새로운 조국으로 선택했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갈릴레이의 선택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갈릴레이도 그렇고 브라운 모두 정치가나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과학자였다. 사회를 지배하고 생각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미국은 브라운 팀에게 초보 단계에 있던 미사일 프로그램을 맡겼다. 물론 독일처럼 미국 또한 아낌없는 지원을 했고 브라운 또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조국에 충성을 다했다.


그 결과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가 탄생되었다.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하고 달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페네뮌데의 연구실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미국과 독일의 차이는 로켓의 기술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리더십에 있다. 독일은 미국을 폭격하기 위한 무기로 로켓을 연구했고 미국은 우주 시대의 개막을 위해 로켓 연구에 돈을 쏟아 부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독일은 세계 정복을 위해 무기를 만들었고, 미국은 우주로 나가기 위한 인류의 모험을 위해 연구를 진행시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진리와 종교나 정치에서 추구하는 진리나 가치가 다르다. 그 차이 때문에 독일의 무기 연구소가 있었던 발트해에 있는 작은 섬인 페네뮌데와 오랫동안 인류의 꿈이 담겨 있었던 신화의 땅이었던 달로 가는 유인 우주선이 서로 연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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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경덕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신화》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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