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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함께해 온 영국인의 사랑방, 펍

하프, 조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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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생활한다는 건, 어쩌면 펍 문화에 익숙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영국인들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펍이 단순히 맥주를 파는 곳 이상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이면 주부들이 모여 브런치를 즐기고, 가장들은 저녁마다 맥주잔을 테이블에 놓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심드렁하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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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생활한다는 건, 어쩌면 펍 문화에 익숙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영국인들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펍이 단순히 맥주를 파는 곳 이상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이면 주부들이 모여 브런치를 즐기고, 가장들은 저녁마다 맥주잔을 테이블에 놓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심드렁하게 지켜본다. 평일 저녁이면 동네 펍마다 퀴즈쇼가 열리고, 얼큰하게 무르익은 주말 밤에는 인디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도 열린다. 동네 반상회, 종강 파티, 직장 회식, 소개팅에 외식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 공간’, 그게 바로 영국의 펍이다.


오늘날 영국에 운영 중인 펍은 약 6만 곳. ‘공적인 공간public house’의 준말인 펍이 이름 그대로 영국인들의 사랑방이 된 데에는 ‘에일 맥주Ale Beer’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영국의 전통맥주 에일은 높은 온도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발표하는 상면발효 맥주. 탄산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데다 상온에서 보관해야 맛이 좋아 호불호가 갈리지만, 양조장에서 숙성을 거친 뒤 여과와 살균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술이기도 하다.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에일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바로 펍인 셈!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피시 앤 칩스까지 곁들이면 이보다 더 클래식한 영국 여행이 없지 않을까?

 

 

맥주협회 캄라 선정 런던 최고의 펍

하프 The H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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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별점이 레스토랑 품질을 결정한다면, 에일 애호가들로 구성된 ‘캄라CAMRA’는 펍의 맥주 맛을 좌우하는 검증단이라 할 만하다.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자리한 소규모 펍 하프는 2010년 캄라 협회의 ‘올해의 펍National Pub of the Year’에 선정되며 재조명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장 1층을 가득 채우는 오픈바가 인상적. 다크 스타Dark Star, 하비스Harveys, 사우스 아일랜드 에일South Islasn Ales 등 프렌차이즈 펍에선 보기 힘든 10여 가지 에일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맥주 전문 소믈리에가 영국 전역의 모든 에일 비어를 맛본 뒤 최고의 맥주만을 선별한 것. 최상의 에일 맥주를 판매하는 펍에만 수여하는 캄라의 캐스크 마크를 비롯해 스퀘어 밀Square Meal, 펍 가이드The Pub Guide 등에서 받은 ‘훈장들’로 한쪽 벽이 빼곡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형형색색의 그림자가 내부를 아늑하게 연출하는데, “손님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펍의 조건”이라는 캄라의 펍 디렉터 줄리한 호그의 말에 걸맞은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12~2시. 직장인들로 매장 밖까지 손님이 늘어서는데 그릴에 구운 홈메이드 소시지 냄새가 맥주 맛을 돋운다. 캄라에서 최고의 맥주로 선정한 삼브룩스 브루어리Sambrooks Brewery의 ‘완들Wandle’을 반드시 맛볼 것! 진한 맥아향이 감돌면서 톡 쏘는 뒷맛이 매력적이다. 
 

open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1시, 일요일 오후 12시~오후 10시30분
tube Leicester Square add. 47 Chandos Place, London, WC2N 4HS
contact 020 7836 0291, www.harpcoventgarden.com

 

 

셰익스피어의 숙소, 작업실 그리고 공연장
조지 인 The George 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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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가 맥주를 벗 삼아 희곡을 집필하고, 공연까지 직접 올렸던 선술집이라면 그보다 매력적인 공간이 있을까? 버로우 마켓 근처에 자리한 ‘조지 인’은 런던의 유서 깊은 펍 중에서도 가장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장소. 여느 펍과 달리 긴 테이블과 벤치로 가득한 공터를 품고 있는데, 과거 말을 매놓던 자리를 지금까지 보존한 런던의 유일한 펍이다. 흡사 야외무대가 연상되는 이 넓은 부지는 과거 서민들이 둘러앉아 연극을 관람하던 객석이기도. 실제 셰익스피어가 이곳에서 공연을 열 당시, 관객들은 건물 2층 발코니를 올려다보며 배우들의 연기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1676년 문을 연 조지 인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협회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고풍스런 튜더양식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 3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1층은 오픈 바와 크고 작은 테이블로 사용 중이다. 레스토랑인 2층을 지나 3층에 오르면 과거 여인숙 객실로 사용하던 오래된 복도와 만나게 된다. 단, 각 방은 현재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낡은 나무 의자와 벽난로, 벽을 뒤덮은 셰익스피어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하다.

 

open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 오후 12시~오후 10시30분
tube London Bridge add. The George Inn Yard, 77 Borough High Street, Southwark, SE1 1NH
contact 020 7407 2056, www.nationaltrust.org.uk/george-in

 

* 이 글은 『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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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박나리 저 | 예담
왕실, 애프터눈 티, 정원, 앤티크, 펍과 스포츠, 서점과 갤러리 등 클래식 테마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정리한 내용을 통해 오랜 세월을 견뎌 영원불멸한 진리로 굳어진 것들, 유행을 타지 않아 언제 꺼내 봐도 부족함이 없는 영국의 전통미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런던 구석구석에서 근교까지, 우아한 브리티시 문화의 감수성을 체득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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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나리

4년째 영국에 살고 있지만 런던 방문은 언제나 설레는 여행자. 이야기가 있는 삶과 사람을 동경하는 서른 중반의 둥근 인격체. 문청文靑의 꿈을 안고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으나 낯선 도시와 문화를 마주하는 일에 매료돼 오랜 시간 여행&라이프스타일지 기자로 근무했다. 네이버 윙버스 [트래비] [럭셔리] 에디터를 거쳐 2012년 영국에 정착했다. 비 오는 날의 얼 그레이, 평일 오후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주디 덴치의 영국식 악센트와 장미향 가득한 리젠트 파크는 언제 즐겨도 좋다. 해를 거듭할수록 ‘클래식’이야말로 영국의 참 멋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가끔씩 노루와 꿩이 출몰하는 정원 딸린 작은 집에서 생활하며 [매거진B] [디자인] [아레나 옴므] 등에 크고 작은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목차

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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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정원, 앤티크, 애프터눈 티, 펍, 스포츠, 6가지 클래식 테마 여행 여행자들이 꼽는 최고의 도시, 런던을 깊이 있고 우아하게 여행하는 법 여행 전문 기자로 일하다 런던으로 건너가 프리랜스 컨트리뷰터로 활동 중인 박나리 작가가 3년 동안 취재하며 집필한 책으로, 브리티시 전통의 키워드로 런던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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