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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애프터눈 티 즐기기

오후에 누리는 차 한 잔의 호사, 애프터눈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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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의 왁자지껄함이 잦아든 오후 3시. 사르트르의 말처럼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끝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그러나 영국인에게는 하루 중 가장 값진 시간이 이 무렵이다.

점심시간의 왁자지껄함이 잦아든 오후 3시. 사르트르의 말처럼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끝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그러나 영국인에게는 하루 중 가장 값진 시간이 이 무렵이다. 홍차에 우유를 곁들인 밀크 티와 크림 듬뿍 바른 스콘을 ‘애프터눈 티’라는 이름 아래 음미하다 보면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일상에 그제야 작은 쉼표가 놓인다. 허물없는 친구끼리의 만남, 골치 아픈 비즈니스 미팅 할 것 없이 그들의 오후에는 차茶 향기가 흐른다. ‘오후의 차’를 뜻하는 이 소박한 의식은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차와 케이크, 스콘 같은 간단한 스낵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영국식 사교 문화를 뜻한다. 오늘날 전 세계 홍차 소비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책임지는 나라. 한 잔의 차를 음미하는 시간만큼은 세계 어디보다 소중한 영국에서 잠시 배낭과 지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순간 그 자체를 음미하는 것은 어떨까?

 

 

‘패션’을 입은 애프터눈 티
프레타 포르티

 

프레타포르티.jpg프레타포르티2.jpg


세계적 패션 컬렉션을 일컫는 ‘프레타 포르테’와 ‘티tea’를 결합한 ‘프레타 포르티’는 매년 2회,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적인 티 푸드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로비 왼편의 작은 티 룸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로 늘 북적인다. 웨지우드가 특별 제작한 화려한 패턴의 찻잔과 접시, 네온컬러의 메뉴판.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모티프로 한 네임카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방문 당시 애프터눈 티 메뉴는 2013 F/W 컬렉션을 테마로 하고 있었는데, 버버리 트렌치 코트, 생 로랑 더플백, 비비안 웨스트우드 체크 패턴을 활용한 디저트를 마주하자니 과연 ‘눈으로 즐기는 애프터눈 티’라는 수사에 수긍이 간다.

 

비주얼에 집중한 탓에 맛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마카롱은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고, 새콤달콤한 젤리 무스는 티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허벌 인퓨전herbal infusion, 과일차fruit tea 등 30종의 다양한 티를 제공하며 버클리 호텔은 차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애프터눈 티의 ‘정수’라 할 만한 스콘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전통을 탈피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버클리 측의 콘셉트로 이해할 수 있겠다. 프레타 포르테 애프터눈 티는 1인당 45파운드. 드레스 코드는 ‘엘레간트 스마트 캐주얼elegant smart casual’로 운동화 대신 단화나 단정한 원피스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afternoon tea 월~일요일 오후 1시~5시 30분
tube Hyde Park Corner  
add. Wilton Pl, SW1X 7RL
contact 020 7107 8866, www.the-berkeley.co.uk

 

 

‘앨리스’에 대한 오마주

매드 해터스 애프터눈 티 Mad Hatter’s Afternoon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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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서커스역 근처, 샌더슨 호텔 1층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는 ‘Mad Hatter’s Afternoon Tea’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애프터눈티다. 애프터눈티에 ‘이야기’를 더했다는 점에서 런던에서 가장 문학적인 티타임이라 할 하다. 테이블마다 메뉴판을 품은 소설책이 놓여있고, 설탕통에서는 발레리나 인형이 튀어나와 낭만적인 춤사위를 선보인다. 왕과 여왕의 얼굴을 새긴 티폿, 블랙 앤 화이트 톤으로 심플하게 통일한 지브라 패턴 접시가 기대를 한껏 높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디저트로 구현한 티푸드는 먹기 아까울 정도다. 맨 위 칸은 앨리스가 헤매던 숲속을 재현한 것으로 버섯과 당근 모양의 홈메이드 마시멜로, 우거진 수풀을 형상화한 채소줄기를 발견하자 웃음이 절로 난다. 가운데 접시는 애프터눈 티의 하이라이트! 삼월토끼의 고장 난 시계를 본뜬 잉글리시 레어 치즈케이크, 마법의 물약 ‘Drink Me’를 본뜬 망고 레몬 시럽, 올리브와 크랜베리로 만든 독특한 스콘…. 한껏 디저트를 음미하다보면 직원이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트롤리를 끌고 나타난 과일 젤리 ‘Jelly Wonderland’를 건넨다. 이 매력적인 애프터눈 티는 1인 35파운드. 찻잔과 티 푸드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이곳이야말로 런던의 원더랜드다.

 

afternoon tea 오전11시~오후5시30분
tube Oxford Circus, Tottenham Court Rd
add. Sanderson Hotel 50 Berners St, W1T 3NG
contact 0207 300 5588, www.sandersonlondon.com

 

* 이 글은 『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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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박나리 저 | 예담
왕실, 애프터눈 티, 정원, 앤티크, 펍과 스포츠, 서점과 갤러리 등 클래식 테마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정리한 내용을 통해 오랜 세월을 견뎌 영원불멸한 진리로 굳어진 것들, 유행을 타지 않아 언제 꺼내 봐도 부족함이 없는 영국의 전통미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런던 구석구석에서 근교까지, 우아한 브리티시 문화의 감수성을 체득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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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나리

4년째 영국에 살고 있지만 런던 방문은 언제나 설레는 여행자. 이야기가 있는 삶과 사람을 동경하는 서른 중반의 둥근 인격체. 문청文靑의 꿈을 안고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으나 낯선 도시와 문화를 마주하는 일에 매료돼 오랜 시간 여행&라이프스타일지 기자로 근무했다. 네이버 윙버스 [트래비] [럭셔리] 에디터를 거쳐 2012년 영국에 정착했다. 비 오는 날의 얼 그레이, 평일 오후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주디 덴치의 영국식 악센트와 장미향 가득한 리젠트 파크는 언제 즐겨도 좋다. 해를 거듭할수록 ‘클래식’이야말로 영국의 참 멋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가끔씩 노루와 꿩이 출몰하는 정원 딸린 작은 집에서 생활하며 [매거진B] [디자인] [아레나 옴므] 등에 크고 작은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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