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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 정면승부! 로봇 아빠의 역습> 부자유친

근현대사를 어설프게 끌고 들어오지 않고도 아버지의 위대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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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버지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정말 중요하고도 명료한 단 하나의 역질문을 던진다. 진정 ‘아버지’ 라면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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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아침에 타카하시 와타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정면승부! 로봇 아빠의 역습> (이하 로봇 아빠의 역습) 을 보러 홀로 극장에 찾아갔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관람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 원작을 읽으면서 커 간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간만에 만듦새 면에서 만족스럽고, 성인 관객들도 감동할 극장판이 나왔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흔히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들은 무조건 아동 관객들로만 채워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 아동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관객들도 만만찮게 많다. 더빙판만 있는 것이 아쉽지만 퀄리티가 높은지라 아쉬움은 없어서, 아동 관객들의 왁자지껄함을 함께 즐겨가며 잘 봤다. 물론 <짱구는 못말려> 라는 한국화 작업이 된 제목과 인물들의 이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능하면 원제의 이름을 쓰고 기억하는 것이 낫다고 보기에, 이 리뷰에서는 원제인 <크레용 신짱>으로, 그리고 일본 식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쓰도록 하겠다.


자. <크레용 신짱>의 22번째 극장판인 <로봇 아빠의 역습>에서 신짱 (박영남 성우) 의 아버지 히로시 (김환진 성우) 는 우연찮게 한 마사지 가게에서 공짜로 허리 치료를 받다 납치를 당한다. 그 대신 집에 찾아온 사람은 기억을 복제한 로봇 히로시다. 신짱은 어리다 보니 로봇 아빠가 마냥 멋있지만 아내인 미사에 (강희선 성우) 는 당연히 남편이 낯설다. 자신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로봇 히로시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려 가공할 능력들을 발휘하고, 마침내 미사에의 편견을 없애며 다시 집안의 가장이 된다. 참고로 이 납치사건의 흑막에는 텟켄지 (온영삼 성우) 라는 장년 아저씨가 있다. 그가 히로시를 납치하고 복제 로봇을 만든 이유가 재미있다. 텟켄지는 일본의 아버지들이 과거와 달리 부권을 상실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부권을 회복시키기 위해 일본사회를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세상으로 만들어 버리려, 로봇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 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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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자 하는 더빙판이다 보니, 이전 극장판들처럼 로컬라이징을 거쳤다. 가령 작품 속에서 아버지들의 흡연 시퀀스가 모자이크 처리 됐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츠키 히로시 로봇 (일본의 유명한 엔카 가수 패러디) 이 나훈아 로봇으로 바뀌는 식이다. 최선을 다해 줄여보려 위화감을 노력한게 가상하다. 하지만 신짱의 아버지인 히로시의 성우가 오세홍 성우에서 김환진 성우로 바뀐 것에 대해선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다.


 

아버지이기에 내릴 수 있는, 혹은 내려야만 하는 결단에 관하여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크레용 신짱>이 원래 성인만화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성인만화잡지인 빅 점프에서 첫 정식 연재를 시작했다. 우스이 요시토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원작 만화는 본능적 방면으로 조숙한 다섯살 유치원생을 주인공으로, 그 아이의 눈을 통해 모순이 가득한 어른들의 세상을 풍자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동글동글하고 뾰족한 선으로 표현된 그림체 이면서, 어울리지 않게 융자가 몇 년 남은 집, 불륜 유혹, 고달픈 직장생활 등의 굉장히 현실적인 소재들과 패러디들이 다뤄져 왔다. 주된 유머로서 오랫동안 꾸준히 말이다. 원작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후에 다른 감독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극장판들은 좀 더 자유로운 여지를 얻었다.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나 장르들을 조화시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여지 말이다.


물론 많은 제약이 포함된 자유로움이다. 원작이 곧 프랜차이즈가 되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주제 의식과 이미지가 굳어진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모든 이야기를 그런 기본 이미지들에 맞춰야 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고증에 충실한 역사물 (10번째 극장판인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쟁>), SF 호러, (14번째 극장판 <전설을 부르는 춤 아미고!>), 드라마 (9번째 극장판 <어른제국의 역습>) 를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이 극장판 시리즈였다. 귀여운 형태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마냥 코미디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았던 셈이다.


<로봇 아빠의 역습>을 감상하며 상당히 놀랐던 부분은, 로봇 아빠가 자신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중반부에서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심각한 소재를 가볍고 흥겹게 그려내지만 결론은 절대 그렇게 그리지 않는다. 작품은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아버지’ 가 될 수 있는가?’ 를 질문한다. 결코 간단치 않은 질문이다. 텟켄지는 로봇 히로시를 이용해 무작정 여성과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것이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하는 길이라 여긴다. 이 역시 어떻게 보면 사회 속 아버지들의 초상 중 하나다. 그는 아이가 자율적으로 뭔가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히로시를 향해 쓸데없는 이상론을 품어 나라를 망친다며 고함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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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작품은 아버지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정말 중요하고도 명료한 단 하나의 역질문을 던진다. 그럼 당신이 진정 ‘아버지’ 라면, 자신의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오직 자신의 권위만을 탐하는 텟켄지와 달리, 로봇 히로시와 인간 히로시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너무나 인상적이고도 위대한 결정을 내린다. 굳이 올 초에 개봉한 한국의 어떤 작품처럼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가족을 이뤄왔는데’ 를 말하려 무리수를 거듭하며 근현대사를 접목시키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혹은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거 하나만 확실하게 다뤄도 이렇게 존경심이 무럭무럭 생기게 할 수 있는데! <로봇 아빠의 역습>은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은 채 끝까지 이 주제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 지 고민하며, 낯뜨겁지 않게 아버지의 존재 의의를 많은 관객들에게 잘 납득시킨다. 그러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결말을 보여준다. ‘애들 만화’ 인 줄 알고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때워야 하나 싶어 극장 의자에 앉은 성인 관객들의 명치에 인상적인 한 방을 쑤셔 넣은 활동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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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준호

네이버(에서 전혀 유명하지 않은)파워블로거, 대학졸업생, 딴지일보 필진, 채널 예스에서 글 쓰는 사람. 혼자 작품을 보러 다니길 좋아하고 또 그런 처지라서 코너 이름을 저렇게 붙였다. 굳이 ‘리뷰’ 라고 쓰면 될 걸 뭐하러 ‘크리티끄’ 라고 했냐 물으신다면, 저리 해놓으면 좀 고상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더 읽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거 보시는 분들 글 마음에 드시면 청탁하세요. 열과 성을 다해 써서 바칠께요. * http://sega32x.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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