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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 “글을 쓰면서 내가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구 만드는 남자』 이천희 저자와의 만남 배우 이천희는 어떻게 ‘목수’라는 이름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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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렇게 『가구 만드는 남자』가 나오니 내가 대단한 걸 했구나 싶다. 책을 낸 배우가 얼마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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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배우 이천희의 은밀한 사생활을 담은 책도 아니고, 하이브로우 공동대표의 목공 기술을 전수하는 책도 아니다. 어느 마니아의 캠핑과 서핑 노하우도 아니고, 젊은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기도 아니다. 그저 그 모든 이야기가 담긴 2015년 3월 어느 삶의 한 장면일 뿐”(10쪽)

 

배우 이천희의 또 다른 직업은 ‘목수’다. 나무를 다루는 그는 가구를 만들고 가구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가구 만드는 남자』라는 책을 펴냈다. 가구를 만드는 실용서는 아니다. 이천희가 가구를 만들면서 느낀 소회 등을 담은 에세이다. 지난 4월 17일, 서울 대학로에서 ‘『가구 만드는 남자』 이천희 진실공방’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싱어송라이터 마이큐가 사회를 맡았다. 이천희와 마이큐,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로 티격태격 주거니 받거니 자연스러운 만담을 나누면서 독자들과 호흡했다. 이천희의 아내이자 배우 전혜진도 깜짝 등장했다.

 

책을 낸 소감이 궁금하다. 책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

 

책을 쓰면서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좋은 기회를 준 출판사에 고맙다. 책 제목은 ‘메이커’ 어떠냐고 건의했었다. 영어도 좀 쓰고(웃음). 출판사에선 메이커보다 ‘가구 만드는 남자’가 좋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껴졌었는데, 책이 나오고 보니 가구 나오는 남자가 멋있더라. 역시 (출판사) 말을 듣길 잘했다. 다만 책이 가구를 만드는 내용이 아니어서 의아해하는 분도 있지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좋다.

 

출판사에서 어떻게 제안을 받았나?

 

내가 캠핑, 서핑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천희가 소개하는 캠핑 이런 것을 써보라는 제안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뭐라고 이런 걸 쓰겠나 싶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달출판사에서 달콤한 유혹을 한 거지. 책을 쓰는 과정에서 무척 좋았다. 이전에는 내가 잘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글을 쓰면서 내가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년에 한 번씩은 책을 쓰는 걸로(웃음). 2년에 걸쳐 이 책을 썼는데 중간 중간 책이 나올까? 하는 의문도 생겼고 (책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크게 안 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가구 만드는 남자』가 나오니 내가 대단한 걸 했구나 싶다. 책을 낸 배우가 얼마나 있겠나(웃음).

 

“조금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듬고 깎으며 조립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중략) 삶과의 이런 공통점들이 내가 아무추어 목수로 살아가는 진짜 이유는 아닐까. 나는 가구를 만들면서 조금씩 삶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32~33쪽)

 

책을 내고 주변의 반응이 어떤가?

 

집에서 난리가 났다. 아들이 책을 썼다며, 인재가 났다고, 아버지가 주변에 준다고 책을 많이 사셨다(웃음). 주변 친구들은 내 책이 나왔다고 하면 믿지도 않더라. 에세이라고 하면 ‘네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이해받고 살 순 없는데, 주변에서 책을 보고는 내가 서핑이나 캠핑 등을 한 것에 대해 이해를 하더라. 나를 이해시키는 도구가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책에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적지 않았다. 내 인생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 서핑이나 캠핑도 하고 싶어서 해보게 된 것이다. 어려운 건 아니지만 내가 서핑하는 걸 보면 생각만큼 멋있지도 않다. 일어서는 건커녕 앉는 것도 쉽지 않다(웃음).

 

제목이 ‘가구 만드는 남자’인데, 목수 이천희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목수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다. 스무 살 무렵부터 나무를 만졌다. 테이블을 보면 우선 만져보고 어떻게 만드는지 상상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가구를 만들고 집에서 필요한 것을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가구 만드는 것을 신기해하는데, 나는 그게 왜 신기한지 궁금하더라. 어렸을 때는 가구 살 돈이 없었다. 그전까지 내 방에 단 한 번도 마음에 드는 가구를 산 적이 없었다. 그러다 모델 일을 하면서 돈이 생겼는데, 내 방에 들어갈 가구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구를 살 돈은 없었고(웃음). 그때 침대, 쇼파 등 14개를 만들었다. 한 달 반 동안 집 마당에 목재를 늘어놓고 가구를 만들 때 동네 사람들이 ‘저 집 아들은 뭐하는 사람이냐’며 의아해했는데, 그런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 뒤로부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만들다보니 계속 늘어났다.

 

“정식으로 자격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목수 경력 14년차. 스무 살 이후로 가구를 사본 적이 없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늘 만들어서 썼다.”(29쪽)

 

만들고 싶은 가구가 있나?

 

지금까지 의자는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의자는 앉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등받이 각도, 역학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의자 만드는 사람을 존경한다. 의자를 만들고 싶다.

 

친동생과 가구 브랜드인 ‘하이브로우(HIBROW)’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하고 있나?

 

배우 공유가 내게 테이블을 주문해서 만들어줬는데 왜 브랜드가 없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목공방 이름으로 ‘희형제 공방’ 이런 것도 얘기하다가 ‘하이브로우’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힘들다. 여러분들이 많이 사 달라(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이브로우라는 이름을 만들고 지금 특허 출원돼 있는 틀을 만들었다. 그래도 브랜드 이름을 갖기 전에 만든 것들이 내겐 더 의미가 있다. 지금 하이브로우에서 만든 건 기성품 같은 생각이 든다. 하루에 똑같은 것을 30~40개씩 만들면 내가 이걸 왜 만들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 하이브로우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런저런 것을 만들 때가 뿌듯했다. 우리 형제에겐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은 아기 침대였다.

 

“딸 ‘소유’가 태어난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아기 침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가 집으로 와 처음으로 눕게 될 공간이기에 좀더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다른 가구를 만들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이를 위한 가구이기에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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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함께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싸우진 않나?

 

내가 형이라서 다행이다(웃음). 동생은 나와 무척 다르다. 동생이 건축을 전공했는데, 엄청 꼼꼼하다. 내가 생각 못한 부분을 동생이 해주고, 동생이 생각 못한 것을 내가 채우기도 한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도 동생 생각과 내 생각이 어우러져서 만든다. 지난달부터 역할을 명확하게 나눴다. 디자인은 내가 맡고 동생은 운영을 맡았다. 가구를 만들 때는 둘이 함께 하고.

 

나무 만드는 것을 연기와 병행하는 것은 어떤가.

 

나무를 만들면서 위험한 기계를 만질 때 연기자는 몸이 재산인데 다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몸을 사리게 된다. 그럴 때는 동생에게 맡기고(웃음). 운이 좋게도 공방을 만들고 한 번도 다쳐본 적이 없다. 늘 조심하게 되고 안전을 부르짖는다. 아직은 공방을 만들고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위험한 공구를 쓰니까 늘 조심하면서 하고 있다.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배우’다. 그런데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웃음). 그 질문에는 ‘배우 이천희’가 가장 먼저 나오고 연기하는 배우가 무척 좋지만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어떨 때는 ‘나는 어디 갔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다. 배역을 맡아도 이천희만의 색깔을 불어넣고 싶고. 내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꿈이 무엇이었나?

 

원래 꿈이 많았는데 어느 한 순간에 접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남들이 봤을 때 멋있고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언젠가 나타나리라 믿고 싶었다.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연극이었고 성당에서 연극을 했다. 그때부터 연극을 하리라 생각했고 서울예대에 들어갔는데 학교에서 가장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 나였다(웃음).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20대 때는 연극만 했다. 잠시 모델 일을 하기는 했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내 꿈은 주연이 아니라 영화에 한 컷이라도 나오는 단역이 꿈이었다. 점점 더 나은 배역을 맡게 되면서 대사가 많고 열 컷 이상 나오는 역할, 포스터에 내 이름과 얼굴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소원도 이뤄졌다. 늘 소원을 성취하는 느낌으로 살았다. 스무 살에 우리 과에서 가장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내가 지금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다.

 

가족을 생각하면 내 스타일, 내 고집대로만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미안하다. 내 고집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표현을 잘못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정리를 못한다. 늘 미안한 것이 가족이다. 언제쯤 가족들에게 제대로 신경 쓰고 배려할까 싶긴 해도 남편으로서 열심히 한다. 연극할 때 나는 독신주의자였다. 연극 동기들 중 결혼을 가장 늦게 할 사람을 꼽으라면 항상 나였다. 그런 내가 결혼을 했고 잘 한 것 같다.

 

이천희의 아내 전혜진 등장이 등장했다. 독자들에게서 “예쁘다” 등의 탄성이 터졌다. 

 

남편의 책을 읽어 보니 어떻던가? 
 
전혜진 : 같이 살면 속마음을 얘기할 기회가 되레 더 적다. 속마음을 터놓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책을 보면서 이 정도로 나를 생각해줬구나 싶더라. 그런데 내가 이걸 책을 통해 알아야 하나. 평소에도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아(웃음). 이렇게까지 마음이 깊고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서 감동적이었다. 내가 남편보다 표현을 더 잘하고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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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이천희에게 물었다

 

이천희의 최종적인 꿈이 뭔지 궁금하다.

 

하이브로우도 아이, 아내, 부모가 건강한 덕분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들이 계속 건강하면 좋겠다. 또 작품이나 내가 하는 일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면 좋겠다. 혜진 씨는 할리우드에 가고 싶어하는데(웃음), 아내가 할리우드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꿈이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목표가 내 집의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톱과 망치, 몸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톱은 위험하니 늘 조심해야 한다. 못과 망치는 피스와 전동드릴을 사서 활용하면 좋다. 나무는 주문을 해야 한다. 원하는 나무를 치수대로 맞춰서 보내주는 사이트도 있다. 공구는 반드시 사야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모든 집에는 공구가 있는지 알았다. 전동드릴은 위험하지 않은데 덜 위험한 것을 쓰면 좋겠다. 

 

디자인을 직접 하는지,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디자인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없이 어렵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고 잘 모르니 쉬운 것만 한다. 가구도 모 아니면 도다. 그래서 우리는 유닛이 많지 않다. 모양이 복잡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투박하고 심플하고 러프하고 끼 부리지 않는 가구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본부터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디자인이 가장 어렵다.

 

20,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꿈만 바라보고 하고 싶은 것만 바라보면서 왔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꿈이 없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돈을 벌고 싶어 하고 성공만 하고 싶어 한다. 내 꿈이 뭐고, 내가 뭘 하면 행복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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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이천희 저 | 달
이 세상 사람 누구라도 어느 한 가지 타이틀로만 한정할 수 없듯이,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고, 또한 많은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배우 이천희는 정말로 다양한 일과 관계 속에서 더디지만 꾸준하게, 가구를 만들고, 취미를 만들고, 스타일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그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이천희’라는 삶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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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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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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