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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암소한우 말고 Angus Beef

스토리를 이해하면 스피킹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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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단어는 그것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뜻과 기원이 있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말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만의 존재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려 하지 말고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의 레스토랑에 가서 '최상품의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싶을 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암소갈비를 찾듯이 암소가 'cow'이고 수소가 'ox'이니 주문에서부터 암소, 수소를 구분하여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May I have a piece of cow's rib?"

 

아니면 다 같은 고기니까 그냥 'meat'를 달라고 말하면 될까요?

 

angus.jpg

 
스코틀랜드 산 최고급 Angus Beef 협회 홍보 사진

 

이 경우, 가장 자연스럽고 격에 맞는 표현은 그 어느 것도 아닌 'beef'일 것입니다. 고민에 비해 너무 쉬운 답이라 싱거움마저 느껴지실 것입니다.

 

어원적으로 보면 beef는 순수한 영어가 아닙니다. 앵글로색슨(Anglo-Saxon)의 언어가 아니라 과거 앵글로색슨족의 영국을 식민지화했던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언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 말이지요. 당시 영국섬을 통치하던 로마인들의 고급 요리법과 만찬의 식사 예절(table manners)을 영국인들이 배워서 자신들의 문화로 수용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상류층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cow meat이 지배계층의 식탁위에서는 'beef'로 pig meat이 'pork'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최상품의~' 라는 표현은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까요? 말 그대로 'best quality'를 앞에 붙이면 되겠지요. 하지만 종업원은 조심스럽게 다시 질문할 것입니다.

 

"최상품의 '어떤' 고기를 원하시는지요...?"

 

영국에서의 최상급 쇠고기는 스코틀랜드 북단 청정지역 에버딘(Aberdeen)의 '앵거스 비프(Angus Beef)'입니다. 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 파동 당시에도 끄떡없었을 만큼 최고의 맛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고기임을 자타가 공인하였는데 이러한 지식을 사전에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식당에서도 훨씬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angus_London.jpg 

런던의 관광명소 ABERDEEN STEAK HOUSES 전경


영어가 세계어가 된 비결은

 

Beef와 Pork에 대한 예에서 보았듯이 영어가 전 세계의 언어가 된 것은 여러 종류의 다른 언어를 '영어화(Anglicised)'했기 때문입니다. 즉 앵글로색슨족의 언어인 영어는, 덴마크어와 고대 로마어, 중세시대 지배계급의 언어였던 프랑스어 등의 영향을 받은 후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잘 다듬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유연함과 영리함을 발휘하여 오늘날 '세계어(lingua franca)'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어휘의 수도 세계에서 제일 많고 가장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영어의 Anglicised vocabulary는 우리말의 외래어에 해당된다고 할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래어는 엄연히 표준어로써 국어화된 말을 의미하듯이 영국에도 이렇게 외래어가 많이 존재하며 오히려 이런 외래어가 영어를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지역별로 영어가 발전하면서 국가적인 표준 단어로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그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특수 지역만의 영어가 생겨 나기도 했습니다. 스테이크 하우스로 유명한 'outback'이라는 영어 단어는 호주에서만 통용되며, 'outwith' 라는 전치사는 스코틀랜드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문법보다 앞서는 문화와 역사의 이해

 

역사적인 지식의 습득과 이해도 언어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역사적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대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있습니다.

 

제가 에딘버러 대학원에 재학할 때 우연히 애버딘 대학의 총장님과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담소를 나누다가 애버딘이라는 곳이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 구성이 궁금하여 물어보았더니 그분 대답이 "50% 이상이 외국인 학생(international students)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놀라서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 에버딘까지 가서 공부를 하느냐고 하니  "They are mostly from England."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총장님에게는 'international strudent'의 concept에 첫 번째로 English Students가 자리잡고 있는 것 입니다. 어찌 보면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으나 스코틀랜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뿌리깊은 잉글랜드와의 갈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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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치러진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투표 사전 집회 모습

 

또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오랜 전쟁의 경험이 있어 사회의 각종 시스템이 상이한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예컨데 English Pound와는 다른 Scottish Pound를 화폐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학 교육제도도 많이 다릅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스코틀랜드가 배출한 수많은 위인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과 시인 바이런 등과 같은 유명한 스코트랜드의 위인들의 글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 입니다.

 

사실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영어 학습의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중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의 핵심 컨텐츠를 영어로 학습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영어학습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일정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English Learning TIP]


Just the way you are
번역하지 말고 그들의 표현 그대로!
 

Bruno Mars - Just The Way You Are [OFFICIAL VIDEO]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스피킹을 할 때, 머리 속으로 우리말로 생각한 문장을 1:1로 번역해서 다시 영어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중번역이 되어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정확한 뜻이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모국어 수준과 영어의 수준이 같아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중언어를 익혀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국어의 수준이 제2 외국어의 수준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모국어 문장을 영작하게 되면 머리 속이 꼬이게 되는 것입니다.

 

'최고급 횡성 한우 암소 꽃등심'을 그대로 영작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라고 해봤자 그 뜻을 이해해 줄 외국인도 없을 테고, 각각 상응하는 단어를 찾다보면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일단 의미가 통하는 쉬운 영어표현을 '있는 그대로' 반복해서 익히다 보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패턴을 찾아내게 되고 이것이 뇌리에 박혀서 굳이 번역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입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틀을 만든 후에 좀더 수준 높은 어휘와 관용어구로 살을 붙여나가다 보면 어느덧 영어로 말하는 데 어려움 없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영어도 사랑처럼, '있는 그대로'가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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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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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계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영사, 주네덜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법률의제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 상무, 글로벌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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