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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페어런트 해결방법

『철부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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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불편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현대사회는 이걸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가 잃게 된 것도 많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만 한다. 나 자신이 몬스터가 되어버리기 전에.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교수님, 아이 성적이 이럴 리가 없어요. 밤새 공부하고 제가 아침마다 데려다 줬어요.”


“확인해 봤는데, 박영미 학생의 성적이 이번 학기 수강생중에 가장 좋지 않은 편입니다”


“그건 분명히 딴 학생들만 공유하는 정보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옆에서 공부하는 내내 지켜봤는데 화장실 한 번 안가고, 매일 밤까지 공부만 했어요”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공부를 합니다.”


“하여튼, 우리애는 그 성적 받을 수 없어요. 졸업하고 애가 원하는 과를 전공하려면 택도 없습니다. 수정해주세요”

 

의전원 학생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유급 가능성도 있는 수준인데, 학생은 오지 않고 어머니가 와서 확인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교수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공부는 그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머리가 터지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성적변경을 해달라고 하소연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애들이 이 학생을 따돌려서 그럴거라는 음모론까지 진행했다.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된 성인의 문제에 이 정도로 개입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참을 시달리다 식당에서 만난 다른 교수에게 하소연을 하자

 

“어떤 어머니는 왜 내 아이의 인턴 배정이 어려운 곳만 되있냐고, 다음 달에 외과 배정을 바꿔달라는 전화를 했어요. 제가 원칙적으로 추첨으로 공정하게 배정된 것이니 바꿀 수 없고, 만일 그 인턴 선생이 외과를 빠진다면 누군가 다른 집의 자식이 힘든 과를 가야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도 아랑곳 없었어요. 요새 어머니들 참 대단해요”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뉴스가 한 두 건이 아니다. 회사에 전화해서 왜 아이를 야근을 시키냐고 따지는 어머니,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싸웠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상대방 아이를 때려서 문제가 된 사건, 자기 아이를 특별히 잘 대해주지 않는다고 교실에 따지러 갔다가 교사를 폭행한 사건등..그냥 언뜻 떠오르는 것만 적어도 줄줄 나온다. 문제는 이런 부모들이 또 막상 만나보면 무슨 파렴치한이거나, 폭력성향이 있는 사람이냐, 그게 아니라는데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실하게 자기 삶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평범한 중산층 시민들이다. 그런데 왜 아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저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오죽하면 사회학자 엄기호는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책을 써서 학교문제에서 교사가 일방적인 갑이거나 가해자가 아니고, 교수도 학교에 출근하는게 두려워진 그런 세상이라고 한국의 교육문제를 비판하고 있겠는가. 그러나, 이는 오직 교육문제의 관점으로만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의 문제다. 이에 대한 처방을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게 우선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다미의 철부지 사회 (성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마)를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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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런 부모의 유형을 ‘몬스터 페어런트(monster parent)'라고 이름붙였다. 한국에서는 헬리콥터맘이라고 할 만하고, 핀란드에서는 컬링페어런트(curling parent)라고도 부르는 범주의 부모다. 컬링 경기에서 선수들이 컬링 돌이 갈 길 앞을 빗질을 해서 장애물을 치우고, 얼음위를 잘 굴러가게 닦아놓듯이 부모가 아이의 앞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 컬링 페어런트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부모의 등장은 전세계적인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들의 특징은 일단 자기 아이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굳게 믿고, 아이가 하는 말만 믿고 제 3자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교사의 대응에 불만이 있으면 바로 교장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런 몬스터 페어런트에 질려서 휴직을 반복하는 교사의 사례가 나온다.

 

이런 몬스터 페어런트의 등장의 기저에 자기애가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어릴 때 갖고 있는 ‘나는 완벽하다’는 유아적 자기애가 지속되어 ‘내가 낳은 아이도 완벽하다’는 생각까지 이어진다. 더욱이 과거 마을공동체, 조부모등이 담당하던 육아의 일부가 핵가족화 하면서 온전히 부모가 다 맡아서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가 되었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부분을 책임을 져야하다보니 과거 세대에 비해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애착은 더욱 강화된다. 은연중에 부모의 자기애가 자식에게까지 투사가 되고 이것이 현실의 삶속에서 직면을 받고 깨져나가면서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성숙해야하는데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다. 부모가 미리 막아주고, 다칠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고 보호하면서 키우기 때문이다.

 

몬스터 페어런트는 아이와 부모 모두 어른이 될 기회를 앗아간다. 저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좌절을 거듭하고, 타인의 기대와 자신의 바람을 절충해서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아프지만 자기애에 상처를 받으며 만능감을 상실해서 비로소 객관적 자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부모는 내 아이가 성적이 나쁠 수 있고, 내가 기대한 만큼 공부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래야 아이도 노력은 했지만 내 마음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몬스터 페어런트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둘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른채 자기애적 완벽의 환상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채 지낸다.

 

이런 기제의 또 다른 기저는 부모가 아이를 자아의 일부로 보면서 모든 행동을 관리하고 조절하려는 욕망이다. 저자는 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이라고 한다. “이게 다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면서 아이의 자립을 방해하면서 종국에는 부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다는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해서 의존적으로 만든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러다보니 ‘포기해야할 때에 포기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는 자기계발서, 미디어, 광고를 통해 연신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드라마나 광고는 실패끝에 결국 성공하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는 포기를 하고 한계를 인정해야할 사람들이 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데미지가 너무 커지는 상황이 왔을 때 직면을 하게 되고 감당하기 힘든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남는 것은 성숙을 거부하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진채 몸만 어른이 되어버린다. 부모나 세상, 약물에 대한 의존증만 남게 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런 몬스터 페어런트의 등장과,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의 자식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의 흐름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원인을 찾는 것도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 저자는 이런 몬스터 페어런트의 해결도 그런 시스템의 이해에서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의 변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포기의 중요성, 전능감을 포기하고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고, 그걸 기대하지 않고 현실적인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진입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몬스터 페어런트는 리얼 페어런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민과 갈등을 포용하고, 단념해야할 때는 단념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패자에 대한 배려나 약자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른스러움이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눈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기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덕목을 배울 기회가 없다.  그래서 몬스터 페어런트가 늘어나고,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도 성인이 되어 또 다른 몬스터 페어런트가 될 것이다. 이런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포기, 단념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과감히 아파보고, 좌절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두려워해서는 안되고, 그게 몬스터 페어런트가 이해하듯 치명적 독이 아니고 사실은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해서 제대로된 어른으로 성숙하도록 도와주는 필수적 요소라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퍼져야만 한다. 아픔과 불편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현대사회는 이걸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가 잃게 된 것도 많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만 한다. 나 자신이 몬스터가 되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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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사회 : 성장을 거부하는 사람들가타다 다마미 저/오근영 역 | 이마 
길고 깊은 불황이 이어지며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사라지자 현실에서 도피해 공상 세계에 빠져들거나 과거의 영광만을 회상하며 그 시절로 퇴행하는 ‘철부지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며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철부지를 만들어 내는 원인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성장 거부’ 심리라고 진단하고 그 증상과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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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철부지 사회

<가타다 다마미> 저/<오근영> 역11,700원(10% + 5%)

철부지, 붕괴하는 사회에서 태어난 신인류 고도 경제 성장기,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는 희망을 동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길고 깊은 불황이 이어지며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사라지자 현실에서 도피해 공상 세계에 빠져들거나 과거의 영광만을 회상하며 그 시절로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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