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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위한 입문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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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가장 좋은게 무엇일까 골라달라고 한다면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추천하고 싶다.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지난 반 년 사이 아들러 심리학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알프레드 아들러가 최근 사람도 아니고, 살아있는 스타급의 베스트셀러 저자도 아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작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은 정신과 의사로서 평소 아들러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학문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정도로 관심을 끌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초기 정신분석학회의 멤버 중 하나이며 프로이트와 달리 ‘열등감 콤플렉스’를 중요한 행동의 동기와 이론의 토대로 여긴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정도의 교과서적 지식만 갖고 있었다.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90년대 스타들을 소환했듯이 도대체 무엇이 아들러를 우리나라에 재상륙을 시키게 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시작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였다. 이 책을 필두로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들이 몇 권 소개가 되었는데, 그의 책은 아들러가 직접 쓴 책보다 훨씬 친절하고 쉽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 중에서 한 권,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가장 좋은게 무엇일까 골라달라고 한다면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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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기시미 이치로가 쓴 책으로 아마도 그가 매체에 연재한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그래서 더욱더 지금 우리가 현시대에 맞닥뜨리는 일들에 적용하기 쉽게 아들러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는 순서는 그의 이론을 잘 알기 위해 후반에 나오는 아들러의 삶에 대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187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헝가리계 유태인이다. 유복한 곡물상의 여섯 아이 중 둘 째로 두 살위 형인 지그문트(프로이트의 이름과 같다는 점이 흥미롭다)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형은 날렵하고 운동능력이 좋은 데 반해, 아들러는 왜소하고 구루병을 앓아 운동능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형에게 뒤쳐진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는 빈대학을 졸업해 의사가 되었고, 러시아 출신으로 빈대학에서 공부하던 라이사 엡스타인과 결혼을 했다. 엡스타인은 트로츠키와 친분이 있는 사회주의자적 관점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그는 내과 의사로 일을 하면서 서서히 정신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빈에서 서서히 모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모임의 초기멤버로 가장 적극적인으로 활동하였기에 은연중에 2인자로 인정을 받았다. 기본적인 면에서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은 유사했다. 두 명 모두 정신질환의 원인은 유전과 환경이 공동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러는 ‘기관열등성(Minderwertigkeit)'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생물학적 기반이 열등한 경우 신경증이 더 잘 생길 것이라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어릴때의 외상경험이나 정신성발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면과 차이가 났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들러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서 사회나 환경의 영향을 매우 강조하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의 정신성발달이 인격형성의 핵심이라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갈수록 반대하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들러는 열등성(inferiority)에 더욱 파고들었다. 타고난 기질적 불완전성을 갖고 있는데, 사람은 여기서 발생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보상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고, 이 과정이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신경증 증상이 생긴다는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만의 독자적 이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1911년 국제정신분석학회의 창립과 융의 회장선임은 정치적으로 아들러를 자극하는 일이 되었다. 아들러를 중심으로 한 비엔나 그룹은 프로이트가 국제정신분석학회를 만들면서 그들을 배제하고, 스위스 출신의 유태인도 아닌 융을 바로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후학들은 아들러와 융을 두 명의 주요한 프로이트의 첫 번째 제자로 여긴다. 그러나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가 사실상 프로이트의 제자였다기보다는 젊은 후배이자 동료였다고 말한다. 그러니 프로이트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견해차이로 헤어져서 각자 자기 길을 간 것으로 해석을 한다. 여하튼 1912년 프로이트와 결별한 아들러는 독립해서 개인심리학회를 설립했고, 1930년대부터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온 가족이 193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지내다가 1937년 67세에 사망을 했다.

 

그의 이론은 프로이트와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주요한 차이가 있다. 하나는 성적인 요소보다는 열등감을 하나의 주요한 행동의 동기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미움을 받는 것, 누구보다 나아지려고 애를 쓰기보다 평범한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 무의식만큼 중요한 것을 개인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자, 대인관계에서 적당하고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가 각자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쟁적으로 더 우월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한다고 강박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역설적인 이야기들이 아들러 심리학의 근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게 그렇게 두렵다고 적을 한 명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도리어 ‘자유롭지 못한 삶’을 하는 셈이 되어 버린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맞춰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미움을 받는 다는 것은 나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댓가로 여겨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어찌되었건 누군가의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살기 때문에 역시 타인에 대해서도 그래야한다고 아들러는 말한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고 거기에 대해 내가 충분히 책임을 지고 있다면 역시 타인의 결정이나 판단에 대해서도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행동이라도 부적절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고 그걸 ‘중성행동’이라고 말한다. 이런 행동은 존중해야하고, 개입할 권리가 없다. 많은 대인관계의 갈등이 허가없는 간섭에 의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대인관계는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관점에서 봐야만 한다. 이는 어른과 아이사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어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왜’라는 원인을 찾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보다는 ‘어디로’ 갈 것인지 목적을 찾는게 더 중요하고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아들러는 말한다. 이 부분도 프로이트와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들러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에 그게 더 현실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원인을 추구해서 ‘무엇을 얼마나 갖거나 못가졌나’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 주어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주목해야하고, 이를 자기수용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죽 읽어보면 어디서 많이 읽어본 듯한 내용들이다. 과거의 어릴 때 기억과 자아를 중요하게 여기는 프로이트와 달리 현재를 받아들이고 앞날의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며, 대인관계에서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발간된 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의 시조새쯤 되는 원조가 여기에 있었다.


지금 현대의 삶은 어떤가.  대인관계는 복잡하게 꼬여서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난감하다. 모두가 착한 사람,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관계는 더욱 더 꼬인다. 모두가 열심히 산다. 이상적 목표를 추구하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이뤄도 남과 비교를 해보면 결국 남들하는 것 만큼도 해내지 못한다고 자책한다.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열심히 노력을 하니 평균은 높아져 비현실적 수준이 되어버려 그 누구도 만족을 못하게 되었다. 이런 현대인의 딜레마에 대해 아들러 심리학은 생각하는 방법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이 최근 인기의 큰 원인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아들러 심리학 열풍은 한 번 짧게 지나가고 말 해프닝은 아닐 것이고 다른 그의 사상과 이론을 다룬 책들까지 찬찬히 읽어볼 사람들도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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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저/박재현 역 | 살림출판사
이 책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우연히 만나게 된 아들러 심리학에 빠져들며 깨닫게 된 지식과 통찰, 그리고 수많은 상담을 통해 얻은 임상 경험과 사례들 중에서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정수(精髓)’만을 정리해서 명쾌하게 설명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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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저/<박재현> 역12,420원(10% + 5%)

일본 최고의 아들러 심리학 권위자가 안내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세계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대학에서 서양 고대 철학을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플라톤 철학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뇌경색을 앓게 됐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어머니를 간병하며 저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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