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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도시의 시간』에서 표현하고 싶은 건 소녀적인 면”

『도시의 시간』 박솔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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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문학상과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하고 5년 동안 네 권의 책을 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솔뫼 작가. 그의 새로운 장편소설 『도시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박솔뫼 소설가는 현재 한국 문단에서 주목 받는 젊은 작가다. 문지문학상과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하고 5년 동안 네 권의 책을 냈다. 네 권의 수상 작품집(2012년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2013년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201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4년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5번째로 나오는 『도시의 시간』은 그녀의 새로운 장편소설이다. 대구를 배경으로 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대화하고, 대화가 끊기는 장면이 반복된다. 등단작 『을』이 그랬듯, 『도시의 시간』도 서사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나, 우미, 우나, 배정 네 청춘은 모두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배정은 재수학원에 다니나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으며 나도 마찬가지. 우미와 우나는 일본에서 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이들 네 청춘은 도시를 배회하며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간다. 어쩌면 이 작품의 주제는 책 뒤 표지에도 나왔던, 나의 독백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정작 뭐가 되어 가는 것은 없었다. 뭐가 될 리가 없었다. 시간은 흐리고 나는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지금 같은 대학생이 직장인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 것이다.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46쪽)

 

 

박솔뫼작가님04.jpg

 

『도시의 시간』은 소녀적인 작품

 

어떻게 지내셨나요?

 

특별한 일 없이 그냥 있었어요. (웃음)

 

『도시의 시간』은 2011년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3년이 지나 나왔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책 내는 일정이 좀 꼬였어요. 첫 번째 책인 『을』은 수월하게 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내면서 이런 저런 일이 생겼어요. 내는 게 쉽지는 않았죠. 사실 이 작품이 책으로 안 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왔네요. 이제 정리한 느낌이어서 이제는 홀가분하네요.

 

등장인물이 모이긴 모이는데, 이들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점에서 첫 작품이었던 『을』『도시의 시간』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시끌벅적하기보다는 조용하다는 점에서도 비슷하고요.

 

비슷한 시기에 써서 비슷한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을』도 그렇지만 『도시의 시간』이 잉여와 청춘을 그린 것 같습니다.

 

글쎄요. 청춘, 잉여 이렇게 작품을 보는 평론가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보다는 소녀적인 면을 그리고 싶었어요. 소녀적인 게 어떤 거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소녀’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 그대로에요. 결이 고운, 그런 모습이요. 원래 제게는 소녀적인 면이 있는데 『을』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거든요.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쇼핑센터가 새로 생겨서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가 보니 살 게 없어 그냥 돌아오는 장면이요.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장면 같았습니다. 인생에 별 게 없다, 이런 느낌을 독자로서 받았는데요. 작품에 담으려 한 정서가 있다면?

 

『도시의 시간』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정서가 그런 건 아니었고요. 등장인물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굳이 말하면 청소년이에요. 유년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는 이상한 걸 잘할 수 있을 때입니다. 저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민하게 느끼거나 볼 수 있거나, 이상한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보통 많은 사람에게 있는 시기인데, 아주 짧죠. 길어야 2년 정도 이어지는, 그런 면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박솔뫼작가님06.jpg

 


가만 있는 게 참 좋아

 

“무슨 생각 해?”
“아무 생각 안 해. 너는 무슨 생각 해.”
“나도 아무 생각 안 해.”
“나는 사실 무슨 생각 했어.”
“무슨 생각 했는데?”
“어, 정이 배정이 우미를 만날 거라고 했어.”
“그 생각 했어?”
“아니 사실 그 생각 안 했어. 그거는 방금 생각났고 아까 전에 한 생각은 네가 준을 만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133쪽)

 

부조리극을 연상하는 대화가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작가님은 주로 무슨 생각하시나요?

 

인터뷰에서 아무 생각 없다는 말을 많이 해서 이제는 좀 안 하려고요. (웃음) 대부분 스위치가 꺼져 있다가 집에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 혼자 놀 때 스위치가 퍽 하고 올라가요.

 

스위치 터질 때 주로 뭐하시나요?

 

가만 있어요. 가만 있는 게 참 좋은 거구나, 마음 깊이 기뻐하죠. 가만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극장도 가고, 걷기도 하고 밖에 나가기도 해요.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그런건 아닌데 얼마 전에 친구들과 속초에 갔어요. 맛있는 게 많더라고요. 친구 중에서 글쓰는 사람은 많진 않고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무한도전> 함께 보는 친구들이 많아요. 책이 나오면 주긴 하는데,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사는 것도 피곤한데, 읽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기념품처럼 주긴 해요.

 

문지문학상과 김승옥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5년 동안 4권의 책을 출간하신 촉망 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입니다. 이렇게 평단에서 환영 받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셨나요?

 

별로 환영 받지 않는데요. (웃음)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졌던 기회 자체에 대한 감사는 분명히 있지만 내가 어떻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그냥 멀리 보면서 가고 싶어요.

 

일과 창작을 병행하신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언제 쓰시나요.

 

하루 하루에 조금씩 써요. 마감 있을 때 열심히 쓰고, 끝나면 좀 놀고요.

 

작가님 문장은 건조한 것 같아요. 단문도 많고, 현재 시제도 많은데요. 실제 작가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무심한 편인 것 같기는 해요. 좋아하는 것에 감정적이 되긴 하는데. 많은 부분에 무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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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꿈, 계속 쓰고 싶어

 

작가님의 작품은 서사보다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듯해요. 인물과 인물 사이의 사건보다는 인물 자체를 묘사하시는데요. 이런 글쓰기를 하기까지 영향 받은 문인이 있나요.

 

너무 많이 이야기하기는 했는데 다카하시 겐이치로를 좋아하고요. 볼라뇨도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레이몽 루셀의 로쿠스 솔루스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과 저는 긴장감을 계속 갖고 싶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문학소녀였나요?

 

읽는 건 좋아했는데 쓴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일기도 안 썼으니까요.

 

여름과 바다 좋아하시잖아요.

 

네. 저는 추운 게 싫어요. 신진대사가 확 떨어지니까. 가을까지는 괜찮아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성장이 멈춘 시대의 성장소설, 이런 느낌이 드는데요. 고도성장이 끝난 한국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 들으면, ‘이 분은 이 분의 이야기를 하시는구나’ 하고 넘겼는데요. 요즘은 정말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1960년대에 태어났다면, 저도 지금이랑은 다른 글을 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향후 20년 정도는 한국의 젊은 작가가 그렇게는 쓰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지금 『태백산맥』을 젊은 작가가 쓴다고 하면 그럴리가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힘든 시대를 살지만 제 동료들이 서로 잘하면서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성장이 정체된 시대, 작가님의 글쓰기는? 창작관이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에 다른 작가들은 말 잘 하면서 끝내던데요. (웃음) 저는 나름대로 힘을 내서 제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어요. 계속 쓰고 싶고요. 이게 저의 창작관? 꿈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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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박솔뫼 저 | 민음사
『도시의 시간』은 박솔뫼 문체의 매력과 사회문제에 대한 예민한 의식은 여전한 가운데, 친구 관계에 있는 네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 선을 따라 진행되는 서술의 힘, 그 사이사이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적 사유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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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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