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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행복을 가져올까?

물뚝심송 박성호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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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물뚝심송 박성호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이 그 첫 번째 강좌를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금세 수강생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박성호의 얼굴에도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잔뜩 묻어있었다. 트위터에서 보았던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풍자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첫 시간을 지면 위에 옮겨본다.

‘물뚝심송’이라는 다소 독특한 닉네임과 B급 코드가 묻어나는 제목 <대한민국 모든 떡밥>에 흥미를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물뚝심송 박성호에게 낚인 셈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의 닉네임은 아무런 뜻이 없지만, 그가 앞으로 들려줄 떡밥은 허투루 만든 게 아닌 진짜배기다. 이를  미리 알아본 사람들 덕분에 강연 소식을 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청을 마감해야했다고 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그 ‘진짜 떡밥’을 한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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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도 정치를 만나다


 물뚝심송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자신의 다소 특이한 이력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물리학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으로 두 가지를 꼽았는데, 그 중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논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잘게 나누고, 그 작은 문제들 간에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그 문제들이 어떤 맥락을 통해 연결되었는지를 확인해 가장 합리적인 해답을 찾아 내는 것. 그는 이 방법을 배운 덕분에 자신이 살아가면서 만났던 다양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가 배운 또 하나는 스스로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물리를 꽤 잘했다는 그는 대학교 2학년쯤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있던 프레임이 깨져나가면서 며칠을 몸으로 앓았다고 하는데, 그러고 나니 꽤 겸손해지더라는 것이다. 덕분에 어떤 것도 맹신하지 않고, 또 어떤 것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 회의적인 태도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관찰자였던 물뚝심송은 노무현을 만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리학도였던 그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그러는 동안 그는 대중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했다. 덕분에 ‘내가 알지 못하는 개인들이 모인 대중과 이야기하는 법’에 대해 조금쯤 알게 된 듯 보였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향 받는 대중들

 

 게시판에 아무리 글을 써도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생각해 좌절했던 시절, 그는 대중이 어떤 존재인지 고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가 내린 답은 대중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말자는 쪽이었다. 물뚝심송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을 설명하며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을 이야기했다. 대중을 평가하려면 대중과 분리된 별도의 지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중을 객체로 놓고 볼 수 있는 지성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빅 스피커와 논객, 대중을 나눠서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대중 안에서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서로가 가진 권위나 영향력은 다르다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누구나 미디어 자원을 가지게 된 현대에는 대중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권위는 이미 사라졌는지 모른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물뚝심송은 이 강연이 자신과 수강생이 모두 포함된 하나의 집단, 대중 속에 자리 잡은 지극히 작은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공유하려는 몸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집단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논쟁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론을 만들어가자는 말을 덧붙이며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은 행복을 가져올까?

 

 물뚝심송이 던지는 여덟까지 떡밥 중 첫 번째 주제는 바로 기술과 노동이었다. 무엇보다 노동을 중요한 주제라 생각한다는 그는 기술의 발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노동환경의 변화라고 했다. 그리고 곧 질문을 하나 던졌다. 기술의 발전과 그의 따른 노동의 변화는 늘 생산성의 증가라는 한 가지 방향을 향해 달려왔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발전은 과연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 우리 삶은 행복해질까?

 

 그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인류의 노동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때, 가장 주목해야할 사건으로 러다이트 운동을 꼽았다. 노동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가져온 기계인 방적기가 출현하는 동시에 자본가들에 맞서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저항을 한 거의 최초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사건. 그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노동자의 숫자를 덜 요구하는 진보된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노동자들과 충돌이 발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도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데 러다이트 운동을 보면 기술의 발전은 노동자들에게 조금도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기술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이런 상황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기술발전을 멈추지 않는 걸까. 물뚝심송은 그 이유는 세 가지정도로 설명했다. 먼저,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공공의 선에 복무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은 개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인간은 경쟁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차대전 종전 무렵에 있었던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계획에 참여한 미국 물리학자들은 이 일이 인류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미 세계적인 석학이었던 이들에게 폭탄 발명의 성공여부가 개인적으로 득이 될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빠른 시간 내에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경쟁 때문이었다. 나치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마음 말이다. 결국 이렇게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그리고 경쟁에 의해서 기술의 발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노동환경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기간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미래를 바라보면, 엄청나게 심각한 떡밥이 하나 자리 잡고 는데 그건 바로 기술의 발전에 의한 일자리 감소다. 앞서 그는 기술의 발전이 노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주로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이게 범지구적 차원으로 확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 인류 차원의 소비를 감당할 정도로 생산을 하는데 인류의 1/10도 못 되는 노동자로 충분하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러면 나머지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물뚝심송은 결국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의 향상을 유발하고, 생산성의 향상이 일자리 감소를 유발한다는 이 연쇄반응의 결과로 사회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붕괴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가장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생각되었던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모델들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존속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민주의는 완전고용을 기반으로 하는데, 일자리가 줄면 자연스럽게 세수도 줄어 복지 정책을 수행할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스웨덴 등에서는 복지정책이 후퇴하기 시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뚝심송은 기술의 발전이 자본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맞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대안이 나오지만 근본적이지는 않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소득이 줄고, 줄어든 소득에서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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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축적되는 잉여가치들

 

 이렇게 말한 물뚝심송은 문득, 여기서 누군가는 논리의 허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인구 백 명인 나라에서 오십 명이 만원씩 가치를 생산해 오십 만원을 만들면 백 명이 모두 먹고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기술이 발전해서 오십 만원의 가치를 다섯 명이서 만들어 낸다고 치자. 그러면 여전히 백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자본의 함정이 있다. 자본이 오십 명을 고용해서 오십 만원을 만들 때와 다섯 명을 고용해서 오십 만원을 만들 때를 비교해보면, 이들은 다섯 명에게 십 인분의 임금을 주어야겠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술은 자본이 발전시킨 것이니 말이다. 결국 다섯 명은 과거와 비슷한 임금을 받게 되고 세수는 줄어들게 된다. 나머지 가치는 물론 자본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는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약간 차이가 있는 비유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이 비축해 둔 이익 잉여금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은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나왔지만, 임금은 늘지 않고 자본에 쌓여버린 가치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돈은 자본의 것으로 비축되고, 사회의 경제 순환구조는 붕괴된다. 이런 현상은 부분적인 효율성의 증대나 최적화, 예산의 절감 등으로 해결하기 힘든 근원적이고 중대한 변화다. 피케티의 책도 자본주의 아래서 노동의 대가보다 자본이 발생시키는 이익의폭이 커지면서 사회적으로 생산된 가치가 순환가능하게 분배되지 않고 자본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수십 개국의 이백년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학술적으로 실증해낸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물뚝심송은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향상된 생산성은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의 경제 순환구조를 망가트려 자본주의를 붕괴시키게 될 거라는 것이 이 강의에서 전하려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미약한 대안으로 자본에게 기존에 없던 세금을 물려 그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기본소득을 언급했다.

 

 이렇듯 노동문제에 새로운 떡밥을 투척한 그는 인류를 꽤 긴 시간동안 지배해왔던 자본주의 역사가 기술의 발전에 의해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로 가게 될 것인지, 아니면 끊임없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발전해온 자본주의답게 새로운 자본주의로 변신하게 될지, 또 그 과정이 폭력적일지 평온할지, 다수의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정의가 구현될 것인지, 우리가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과거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지금 이 강의가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강연에도 수강생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뒤이어 질의응답 시간이 30분넘게 진행됐지만 결국 모두 질문을 하지 못하고 다음시간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다. 물뚝심송은 자신의 트위터나 메일 등을 통해 계속해서 질문을 받겠다며 창구를 열어두었다. 100%의 결론을 추구하기보다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을 마친 뒤에도 개인적으로 그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수강생의 보며, 끊임없이 지금-여기를 고민하는 한 사람의 생각이 생생한 씨앗으로 여러 사람에게 가닿는 현장을 목격한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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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준다물뚝심송 저 | 한스미디어
정치에 흥미를 갖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정치가 영화나 스포츠처럼 재미있고 중독적인 면이 강하지만, 진입 장벽이 다소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자신이 정치에 빠지게 된 사연을 들려주면서 정치가 조금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취미생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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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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