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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많이 볼수록 불행해지는 이유

『다음 인간』 이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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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 사옥에서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가 열렸다.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11월의 작가로 『다음 인간』의 이나미 작가가 초대됐다

지난 11월 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 사옥에서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가 열렸다.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11월의 작가로 『다음 인간』의 이나미 작가가 초대됐다. 이 책은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나타날 ‘다음 인간’의 모습을 전망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 저자는 “욕망도 인간도 관계도 사라진 시대가 올 것”이라며 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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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알고 미래를 개선하자

 

저자는 이날 칼 융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 자신이 융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융은 이른바 ‘대세’가 아니었다. 정통 프로이드 학파 중에는 융을 공부한다고 하면 왜 하느냐며 빈정거리거나 ‘저주 받은 딜레당트(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중간쯤 위치해 다양한 관심을 가진)’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융을 공부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

 

“융의 초기 저작과 후기 저작은 입장이 다르다. 초기 저작을 보면 과학주의적 입장에서 영매에 사로잡힌 사촌의 임상실험을 연구하기도 했다. 융은 영혼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하진 않았다. 그는 과학주의도 하나의 ‘주의’이라며 어떤 종류의 주의도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 개성, 내면으로 들어갈 것을 강조했다. 내면으로 들어갔기에 어떤 면에선 다양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후기로 갈수록 문화, 특히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 살거나 젖어들 때 내 문화도 잘 알고 객관적 시선을 갖는다고 말했다.”

 

융은 기계 문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런 융이 UFO에 대해 에세이를 썼는데, UFO가 인간 심리의 투사면서 인간은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융은 또 미래세계에 대한 전망도 많이 했다. 미래 예측이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며, 그것이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말했다. 

 

그런 면에서 융은 프로이트와 달랐다. 프로이트가 병은 과거의 어떤 원인 때문에 생긴다는 인과론적인 법칙을 중시했다면 융은 더 나아가 지금 증상이 미래 세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했다. 즉, 증상은 내게 뭔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 융의 생각이었다. 생각의 방향이 미래로 향하는 것이 융심리학의 요체였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다음 인간』을 썼다. 한국 사회에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것들을 방치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므로 위험한 시나리오를 고치기 위해선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알아보자는 것이 책을 쓴 취지였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망한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해서 개선을 함과 동시에 미래의 돈줄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게임에 중독되는 이유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왜 게임에 몰두할까?”라고 물었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게임에선 현실과 다르게 자기애적인 욕구가 충족되거나 인정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 안에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게임을 통해 점점 강해지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게 자기애적인 욕구를 충족하다보니 굳이 현실에 나올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사이버 세계로 몰입하는 이유다. 현실보다 사이버가 더 행복하고, 사이버 안에서도 친구가 있어서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고립되지 않았다는 착각을 한다.

 

또 게임은 리셋이 가능하다. 힘들면 없앨 수 있고, 회복하지 않고 파괴할 수도 있다. 게임에서 인내심을 키우기 힘든 이유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다보면 경제적 상황이 어떻든 나이나 서열 없이 게임 안에서 평등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게임을 통해 정보가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개인의 개성화를 방해하는 것이 게임의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독일 경제가 좋지 않았는데, 유대인들은 잘 살았다. 히틀러가 이들 재산을 몰수해야 잘 살 수 있고, 연합국을 물리쳐야 경제적으로 부흥할 수 있다고 주입시켰다. 집단의식과 무의식에 휩쓸린 독일은 결국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집단정신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모범생이 많다. 예의바르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사람들이 집단정신에 순응한다. 집단의식이 그만큼 무섭다. 독재자의 말을 잘 듣는 사람 중에는 학식도 높고 머리도 좋고 예의 바르고 나이스한 사람이 많다. 왕따가 되기는 쉽다. 집단에 동조하지 않으면 된다(웃음).”

 

그는 권위에 따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은 맹종하는 대표적인 예로 ‘일베(일간베스트)’를 들었다. 한 사람이 뭔가 새로운 것을 하면 그것을 따라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저자는 우리가 테크놀로지를 관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외려 지배당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스마트폰이 그것을 증명한다.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못견뎌한다.

 

이나미 저자는 다음 세대의 환상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 우리의 개성은 다르다
? 권위를 거부한다
? 내 사생활은 내가 지킨다
? 미디어는 사람들이 만든다
? 테크놀로지는 사람들이 관장한다

 

다음 세대 소통의 특징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전했다.

 

? 감정의 둔화 
? 상호 되먹임의 가속
? 신체적 경험의 부족
? 공감 능력의 부족
? 책임감의 실종
? 도덕의 불명료
? 지속가능성의 실종

 

저자는 이런 다음 세대 특징에 대한 반발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부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잡계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알아서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하는데, 정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식은 많은데 정서가 자라지 않으면 허무주의, 퇴폐주의 등에 빠진다. 20세기 초반에 테크놀로지가 갑자기 발전하면서 퇴폐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좀 다르다. 20세기 초반의 퇴폐주의가 보수적인 것에 대한 반발이면서 기존의 가족을 유지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더 파괴적이다. 너무 자아가 많아져서 파편화된다. 지금은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 시대 혹은 디지모더니즘의 시대라고도 한다. 9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책을 덜 읽고 디지털 기기에만 매달린다.”

 

편리한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디어, 인터넷,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영향을 컨트롤하고 예방을 하면 될까? 저자는 플라톤을 꺼내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플라톤은 대중은 바보여서 소수의 엘리트가 교화를 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옳고 그른 것은 확실하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은 아직도 남아 있다. 소수의 엘리트가 검열하고 사찰하고 벌 줘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도 일정 시간이 되면 셧아웃하고 그러지. 지금 젊은이들은 장밋빛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비관주의 비슷하게 내가 해봤자 세상이 어디 바뀌겠느냐, 이런 생각이 주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니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지 않는다. 파리코뮌 등 60년대 젊은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뭐든지 해보고자 했다. 지금은 파편화된 정보만 취득할 뿐 전체적으로 뭔가를 조망해보지 않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페이스북을 많이 볼수록 불행해진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페이스북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좋은 곳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연애도 잘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면서 기분이 나빠진다(웃음). 우리나라 1인가구가 30%를 넘는다. 그런데도 미디어가 가족이데올로기를 계속 유포하면서 1인가구를 불행하게 만든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1인가구가 대세가 될 것이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아이를 편하게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지금처럼 인구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공동체, 대안가족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 핵가족이 인류사에서 쭉 있어왔던 것은 아니다. 고구려와 백조의 시조도 싱글맘에게서 나왔다(웃음). 가족 개념도 앞으로 많이 변화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누리면서 편리하게 사는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자연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이것이 많은 정보를 얻을 때와 비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연치유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연치유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앞으로 화두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화두를 들자면, 미래에 대한 전망도 과거라는 기반이 없으면 붕 뜬다. 그래서 방향성을 못 찾는다. 내가 누군지 정체성을 잃으면 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과거의 뿌리다. 과거가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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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스마트폰과 같이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자아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사이비 선무당과 진짜 치유자를 찾는 눈을 길러야 한다. 우선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진실 중의 하나는 한국인이 무척 아름답다, 성형수술 하기 전에(웃음). 성형수술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증상 중의 하나다. 나니까, 하는 자신감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한다. 이런 것이 집단의식이다. 집단의식에 대항하는 왕따 되기, ‘스따(스스로 왕따)’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들어가는 게 어렵지만 그 길 외에는 왕도가 없다.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들여다봐야 한다. 깨닫는데 명상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델라가 24년 동안 감옥에 갇혀서 있을 때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 위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아서 도를 깨쳤다. 좁은 감옥에서 돌을 쪼았기 때문에 도를 깨친 것이다(웃음). 우리 일상이 하찮아 보이지만 그것은 나를 만나는 좋은 도구다. 그런 데서 찾아야지 티베트에 가고 호숫가에 가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참선만 해도 깨달을 수 있다. 도처에 스승이 있고 도를 깨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보지 못할 뿐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모든 종교를 넘는 것이 진리에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다중교 운동’이라고 있다. 여러 종교를 섭렵하는 것이다. 기독교 안에서도 교파를 통합하자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불교, 불교, 천주교 등이 모여서 참선기도를 하는 모임도 있다. 다만 진보적인 종교 태도를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 보수적 종교에 비해 단결도 잘하지 않는다. 합치는 힘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서양에 가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불교가 지식인들의 아이콘처럼 부상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서양은 동양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면 결국 통합적으로 가지 않을까. 위대한 종교 지도자가 나오면 좀 더 차원 높은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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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이나미 저 | 시공사
앞으로 20~30년 후, 혹은 10년 후, 태어나면서부터 ‘완성된’ 수많은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인 인간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지만, 인간이 만든 기술은 역으로 우리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 《다음 인간》은 기술이 우리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하여 앞으로 나타날 ‘다음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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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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