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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왜 하이힐을 신는지 알겠어요!”

뮤지컬 <킹키부츠>의 윤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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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무대를 찾는 김무열, 지현우 씨와 함께 무서운 신예 윤소호 씨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연습이 한창인 충무아트홀에서 윤소호 씨를 만나봤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영화의 전국 동시개봉이나 음반의 전국 동시발매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무엇보다 기술적인 문제였겠지만, 서울에 나온 영화나 음반이 하루 빨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도달하길 바라던 때가 있었죠. 그런데 영화와 음반이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동시성을 강조하고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기다려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공연입니다. 공연은 만들어 퍼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무대가, 의상이 직접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2014년의 끝자락을 살고 있는 지금도 지방에서는 서울에서 흥행한 작품이, 서울에서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이 어서 와주길 기다립니다. 그런 차원에서 뮤지컬 <킹키부츠>의 서울 공연은 공연계에서는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13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공연을, 지난해 토니상에서 작품상, 음악상, 안무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작품을 이렇게나 빨리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요! 이 기대감 때문일까요? 주인공 찰리 역을 맡은 배우들도 아주 쟁쟁합니다. 제대 후 무대를 찾는 김무열, 지현우 씨와 함께 무서운 신예 윤소호 씨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연습이 한창인 충무아트홀에서 윤소호 씨를 만나봤습니다.

 

킹키부_론칭파티_윤소호02.jpg

 

“여자들이 왜 하이힐을 신는지 알겠더라고요. 킹키부츠를 신는 순간 무척 화려해지고, 자신감이 생겨요(웃음).”

 

키가 180cm가 넘는 윤소호 씨도 부츠를 신고 하늘로 솟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요? 하지만 솟아오르는 만큼 고통도 따르는 법이죠.


“배우들이 작품 홍보 영상을 찍느라 하루 종일 부츠를 신고 있던 날이 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어요(웃음). 아침에 신을 때는 분명히 잘 들어갔는데 5시쯤 신으니까 발이 부어서 안 들어가는 거예요. 너무 힘들고 아프고 땀나고. 극중에서 찰리는 킹키부츠를 마지막에 잠깐 신는데, 롤라나 엔젤은 계속 신고 있어야 해서 정말 힘들 거예요.”

 

킹키부츠의 전체 길이는 80cm, 배우마다 맞춤 제작이라 한 켤레 제작에 8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공연 포스터를 보면 이 빨갛고 반짝반짝한 부츠 때문인지 왠지 흥분되는데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힘든데 재밌는 거 있잖아요. 대본에도 ‘빨간 색은 열정열정’ 이런 대사들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배우들도 무척 열정적이고, 연습실 분위기도 재밌어요. 작품 자체가 드라마도 있지만 볼거리가 많아서 관객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킹키(kinky)’라는 단어가 사전적으로는 ‘성적으로 특이한, 변태적인’의 뜻인데,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인가요?


“기본적인 의미는 같아요. 그런데 킹키부츠 팀에서 정의를 내릴 때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셨어요. ‘나 자신을 찾는다, 남들과는 다른 나다움을 찾는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까 이 말이 와 닿더라고요.”

 

<쓰릴 미>도 하셨지만, 요즘 성적 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 공연계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요. <킹키부츠> 역시 동성애가 중심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 설정이 빠지면 얘기가 흘러갈 수 없는 작품인데요.


“배우들이나 관객들이 이런 소재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요. <킹키부츠> 역시 드랙퀸(여장남자)을 다루고 있지만, 그런 소재를 배제하고도 워낙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특히 ‘킹키부츠’ 영화에서는 동성애 느낌이 있지만 공연에서는 롤라 대사에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성 소수자라기보다는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쓰릴 미> <데스트랩> <트레이스 유> <번지점프를 하다> 등 기존에 했던 작품과 <킹키부츠>는 성격이 굉장히 다릅니다. 직접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맞아요, 이렇게 신나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누구를 죽이거나, 내가 죽거나, 정신병원에 갇히거나... 굉장히 우울하고 침울한 작품들이었는데 <킹키부츠>는 노래들이 굉장히 신나고 비트도 빠르고, 외적으로도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죠. 처음에는 노래들이 경쾌해서 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빠른 음악들 사이에 숨어 있는 찰리의 솔로 곡에서 드라마가 느껴지더라고요. 분위기가 좋고 밝은 작품이라서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음지에서 양지로 온 것 같네요(웃음).


“기운 자체가 <쓰릴 미>나 <트레이스 유> 이런 작품과는 달라요. 여자배우들도 많고요(웃음). 충무아트홀에서 <쓰릴 미>랑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했는데, 같은 극장인데 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여자가 좋다는 게 아니라 남녀가 섞여 있다는 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네요(웃음).”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웃음). 그런데 찰리 역에 함께 캐스팅된 분들이 김무열 씨, 지현우 씨, 아주 쟁쟁합니다. 상당히 부담되실 것 같은데요?


“제가 맡은 역은 항상 더블 이상이었기 때문에 부담은 어느 작품에서나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할 때마다 함께 캐스팅된 배우로 인한 부담은 얼마 안 가요. 오히려 ‘내가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에 대한 부담이죠. 부담보다는 같은 인물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는 것 같아요. 형들이 정말 잘 해주시고요.”
 
두 분 모두 30대에 제대하고 첫 무대라 학교로 치면 복학생 같은 느낌이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어쩔 수 없이 남성미나 원숙미는 못 미치는 부분이 있을 테고, 반대로 극중 찰리 나이에 가장 근접한 만큼 윤소호 씨만의 강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10학번인데 07, 06학번 선배들이 제대하고 온 그런 느낌이에요(웃음). 물론 제가 따라갈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죠. 우선 무열이 형은 진짜 남자다워요. 외모와 달리 정말 남자다운 면이 있어요. 그리고 현우 형은 비주얼에서 못 따라가요. 키도 크고, 또 방송이나 영화를 많이 해서 습득하는 것도 빠른 것 같고요.”

 

[화보]윤소호_칼라.jpg

 

10학번인데 2011년에, 그것도 <쓰릴 미>로 데뷔한 거잖아요. 그게 가능한가요(웃음)? 데뷔 이후 줄곧 주요 작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왔으니 타고난 재주가 있나 봅니다.


“많이들 물어보세요. 너희 아빠가 ‘뮤지컬 해븐’에 있냐고(웃음). 운이 좋았던 거죠. 오디션에 잘 붙나 봐요, 공연은 잘 못하는데(웃음). 연기적인 트레이닝은 정말 부족한 상태에서 달걀로 바위 치는 형식으로 오디션을 봤고, 사실 공연 올라가면 저도 부족한 걸 느끼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정말 감사하게도 했던 작품들마다 제가 가진 모습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시험을 봤던 것 같고,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른 데뷔로 거의 모든 작품에서 가장 막내인데요. 그동안 참여한 작품과 배역을 놓고 보자면 배우로서 부러운 케이스지만, 20대 초반의 풋풋한 생활을 놓쳐서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저도 풋풋한 대학생이에요(웃음). 사실 복학했더니 동기들 빼고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작품을 한다고 알리는 성격도 아니고, 본명도 윤소호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사람들은 저를 잘 몰라요. 그러니까 학교는 편하게 다니고 있죠. 그런데 여자 친구나 MT 같은 건 스케줄이 바빠서 현실적으로 힘들고, 아쉽긴 해요. 그리고 요즘은 단체대화방이 많잖아요. 연습할 때는 인물에 빠져서 잘 모르겠는데, 집에 갈 때 그런 걸 보면 과 친구들이랑 과제도 같이 하고 싶고, 같이 얘기도 하고 싶고 그래요. 형들한테 제 과제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배우 윤소호와 대학생 이정훈의 이중생활 같네요(웃음). 지금은 애교 많고 귀여운 대학생을 인터뷰하는 것 같은데, 또 무대 위에 서면 확 달라지겠죠? 이번에 찰리 역을 나눠가진 김무열, 지현우 씨 나이 정도가 되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사실 전 아직도 배우라고 하면 어색해요. 공연을 해도 해도 스스로 배우라는 생각이 부족한가 봐요. 글쎄요, 형들 나이쯤 됐을 때는 이런 얘기들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차곡차곡 쌓여 갔으면, 그걸 꺼내 쓸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식사시간을 쪼개 나눈 인터뷰라 욕심껏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찰리 역에 김무열, 지현우 씨와 함께 윤소호 씨가 캐스팅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배우고 있는 배우라며 마냥 귀엽게 웃는 저 천진한 모습 안에 지금껏 쉽지 않은 작품들을 소화해낸 배우로서의 야성이 숨어 있을 테니까요. 윤소호 씨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뮤지컬 <킹키부츠>는 영국의 한 신발공장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수제화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랙퀸을 위한 예쁜 부츠를 만들어 성공한다는 얘긴데요.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근 몇 년간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 <마틸다>와 겨루다 작품상을 거머쥔 만큼 공연쟁이들에게는 더욱 궁금한 작품이죠.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아 더욱 관심을 받았던 뮤지컬 <킹키부츠>, 12월 2일부터 두 달여 동안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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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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