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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의 그림을 다룬 첫 번째 책 『그림소담』

『그림소담』 탁현규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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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에 소장중인 그림 30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그림소담』이 출간됐다.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 탁현규는, 책의 출간을 맞아 독자들과 함께 ‘간송문화전’을 관람했다.

작가만남-탁현규

 

간송 전형필과 위창 오세창, 보화각을 건립하다


『그림소담』의 저자 탁현규가 독자들과 만났다.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으로 이번 책에서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그가 선택한 장소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디자인박물관. 지난 7월 2일부터 ‘간송문화전 2부 : 보화각’이 개최되고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간송문화전 1부’가 3월 21일부터 6월 15일까지 열렸었죠. 이번 후속 전시회에서는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는 1971년도를 시작으로 42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매년 봄과 가을에 전시회를 개최해 왔는데요. 최근에는 우리 그림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길상사까지 그 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렀는데, 정말 다행히도 이번 3월에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그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와 간송미술관이 의기투합해서 이루어진 42년 만의 첫 외출인데요. 사실 정말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죠. 보화각(개관 당시 간송미술관의 명칭-필자 주)에 모셔져 있던 보물들을 옮겨오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애써 주셨습니다.”

 

이 날 탁현규 저자는 독자들을 이끌고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문화재들을 관람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작품 속의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은유와 상징들을 들춰내며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그 이야기는 조선 청년 전형필의 삶을 되짚으며 시작됐다.

 

“간송 선생의 부친은 당시 종로에서 제일가는 부자이셨습니다. 선생은 스물네 살의 나이에 그 막대한 재산을 전부 물려받으셨고요. 20대 후반부터는 그 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좋은 미술품을 고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요, 안목이란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아직 젊던 간송 선생에게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신 분이 바로 위창 오세창 선생이십니다.”

 

전시관에는 보화각의 개관을 기념하며 위창과 간송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한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 앞에서 저자는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그들이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헌신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세창 선생은 당대 최고의 감식안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오경석의 스승이 바로 추사 김정희인데요. 김정희의 고증 학맥이 오경석을 거쳐 오세창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오세창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화가 전기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을 쓰기도 하셨습니다. 오세창 선생과 간송 선생, 두 분께서 뜻을 함께하신 덕분에 흩어지던 우리 문화재들을 한 광주리 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고요.”

 

‘간송문화전 1부 : 간송 전형필’이 간송 선생의 삶의 궤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간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들이다. 그 작품들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모두를 담아놓은 공간-간송미술관의 탄생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화각은 1938년도, 즉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7년 전에 지어졌습니다. 일본 수탈이 가장 심할 때였죠. 그때 간송 선생은 보란 듯이 성북동의 노른자 땅에 2층짜리 멋진 양옥 건물로 보화각을 지으셨어요. 보화각은 꽃을 보존한다는 뜻으로 오세창 선생께서 지으신 이름인데, 이때의 꽃은 미술품을 의미합니다.”

 

작가만남-탁현규

 

한 시대의 문화는 미술로 꽃핀다


간송 선생의 업적과 그에 투영된 고결한 정신, 그 모두를 담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소담』에서 더욱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올해로 설립 76주년을 맞는 간송미술관은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와 유물 5천여 점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사립 박물관이다. 국보 12점과 보물 10점 등 그 소장품만으로 한국의 역사와 미술을 서술할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가치를 자랑한다. 간송 선생은 일제강점기 민족문화가 갖은 수난을 당하던 참담한 시기에 십만 석이나 되는 막대한 재산을 우리 미술품을 지키는 데 모두 쏟아 부은 선각자였다. ( 『그림소담』 13쪽)

 

“한 시대의 미술은 그 시대 문화의 꽃”이고 “어느 시대건 미술에 담대의 미감과 창의성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그림소담』은 간송이 지켜내고 일궈낸 꽃밭과 다름없다. 그 안을 거니는 저자의 목소리에서 흥취가 묻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 신윤복의 그림 <청금상련(廳琴賞蓮)>을 읽는 저자의 시선은 그림 속 인물들의 그것인양 생생하다.

 

사랑채 연못에 연꽃 봉오리가 올라오는 좋은 때가 왔다. 한 풍류 한다고 자부하는 한양 귀족들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친구들 불러 가야금이라도 울려야 멋을 안다고 하지 않겠는가. 갓 쓰고 도포 입고 친구 집으로 모여들어 후원에 자리를 깐다. 기생이 빠지면 이 아름다운 모임을 완성할 수 없다. 선비 셋, 기녀 셋이 연못 옆 잔디 위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금 가야금 소리에 서로 말을 잃었다. 가야금 소리는 솔바람과 연꽃 향기와 한데 섞여 마당에 가득하다. 이런 무아지경에 담배 한 대 물고 나니 흥은 더욱 짙어진다. ( 『그림소담』 30쪽)

 

그러나 흥취에 빠져있는 것도 잠시, 그는 그림을 읽어주는 전문가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작품에 숨어든 이야기까지도 포착해내어 들려주는 것. 겸재 정선의 <은암동록(隱巖東麓)>에서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정선의 유려하고도 농익은 감각이다.

 

겸재 진경산수화 속 소나무는 천태만상을 하고 있다. 멀리 있는 소나무를 그릴 때는 둥치는 한 선으로 쭉쭉 내리긋고, 솔잎은 붓을 옆으로 뉘어 여러 번 찍어 완성했다. 이 그림의 솔잎은 먼저 담묵으로 물들인 후 농묵으로 찍어내 자연스럽게 입체감과 질감을 살렸다. 특히 언덕 위의 솔숲은 농묵 사이사이에 담묵이 비쳐 나와 바람마저 통하니 진경 겸재의 소나무 기법은 남이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경지에 있다. ( 『그림소담』 143쪽)

 

이렇듯 작품의 안과 밖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흥미롭게 이어지는 서른 개의 이야기는, 그 소재에 따라 일곱 마당으로 분류되어 『그림소담』에 실려 있다. 꽃과 보름달, 해돋이와 봄바람, 푸른 솔과 독락, 풍류 등 우리의 전통 회화에서만 두드러지는 테마들을 선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 탁현규는 지난 2년 동안 월간 <디자인>과 <행복이 가득한 집>에 자신이 연재했던 글들 중에서 간송미술관 소장품에 해당하는 것들만을 추려내고 새로 더했다. 그 중에는 정선과 신윤복, 김홍도, 심사정 등 익숙한 화가의 작품들부터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김시, 진세빈, 정홍래 등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지켜낸 이들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있다.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우리 미술품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림소담』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소담』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사랑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밖으로만 눈을 돌려왔다. 하지만 우리 것을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다른 이의 문화도 제대로 체득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애써 무시하려 했던 전통문화를 그림 공부를 통해 돌아본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책이 엣 그림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 『그림소담』 11쪽)

 

이는 『그림소담』 안에 담긴 저자의 단 하나의 바람인 동시에, 그가 우리 문화재를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단 하나의 목적이고, ‘간송문화전 2부 : 보화각’을 독자들과 함께 관람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마음이 50여 년 전 간송 선생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림소담』과의 만남을 계기로 전통 미술의 매력에 사로잡혔다면 ‘간송문화전 2부 : 보화각’을 통해 책 속의 작품들과 직접 만나보기를 권한다. 전시회는 9월 2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배움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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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소담탁현규 저 | 디자인하우스
《그림 소담 :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이하 《그림 소담》)은 베일에 싸여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던 간송미술관의 명화를 읽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이자, 학생들에 대한 강의와 다양한 글로 우리 그림과 대중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온 탁현규. 누구보다 간송미술관 작품들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는 미술관에 소장한 그림 중 30개의 작품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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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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