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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제격, 공포체험 연극 <우먼 인 블랙>

“그날 밤, 그 공기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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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남자가 오랫동안 묻어둔 과거의 비밀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도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거에요. 이건 분명히 제가 겪은 일인데 말이에요." 과연, 그날 킵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연티켓-우먼인블랙

 

"아무도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거예요."

 

대학로 샘터 소극장 2관. 지하 2층에 있는 극장을 따라내려가보면, 활기차고 소란스러운 대학로 분위기는 저만큼 멀어진다. 어둡고 음침한 좁은 극장. 객석과 가까이 있는 무대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삐그덕 소리를 낼 만큼 낡아 보인다. 이 좁고 허름한 무대에서 관객들은 6년째 공포를 체험하고 있단다. 장르 조차 낯선 공포 연극. <우먼 인 블랙>은 2007년 초연 이래 매년 여름 대학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도 5월 30일부터 그녀가 어둠속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자리가 정돈됐나 싶을 즈음,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가 객석에서 한 사람을 호명한다. 관객처럼 무대 위로 올라선 남자는 <우먼 인 블랙>의 주인공 킵스(홍성덕 역). 마치 관객 이벤트(?)처럼 시작된 연극은 초반까지 시치미를 뚝 떼고, 킵스는 어색하게 연극에 참여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니까 이 자리는, 아서 킵스가 자신의 고통스럽고 끔찍한 과거사를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위해 준비한 연극 리허설 무대다.

 

그 연극의 주인공으로 아서 킵스는 직접 연기를 하려고 하는데, 역할 상 배우가 직업이 아닌 고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연기를 연기한다(!). 그 어색한 연기가 시종 객석에 웃음을 터뜨린다. 끔찍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속시원히 친구들 앞에 털어놓고, 남은 인생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킵스의 요청에 연극 배우(김경민 역)이 고용되어 그의 과거 이야기를 재연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두 남자가 오랫동안 묻어둔 과거의 비밀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도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거에요. 이건 분명히 제가 겪은 일인데 말이에요." 과연, 그날 킵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연티켓-우먼인블랙

 

 '세계 5대 공포소설' 원작으로 한 연극

 

연극 <우먼 인 블랙>의 원작인 수전 힐의 동명의 소설은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공포소설'로 꼽힌바 있다. 12개 언어로 41개국에서 공연된 세계적인 흥행작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주연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일단 <우먼 인 블랙>은 추리물이 아니다. 킵스가 과거의 겪었던 끔찍한 일을 관객 역시 체험하게 만드는 체험형 공포 연극이다.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는 죽은 노부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시골 저택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은 이유없이 킵스를 경계한다.

 

킵스가 늘 하던 일이지만 이번 일이 번거로운 이유는 또 있다. 기습적으로 퍼지는 안개, 늪의 스산한 바람소리 뒤덮인 대저택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킵스에게 뭔지 모를 두려움을 주고, 모든 것이 미심쩍은 상태에서 킵스는 부인의 유서를 정리한다. 그러다 뜻밖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공연티켓-우먼인블랙

 

단 두 명의 배우, 실감나는 공포체험

 

킵스의 체험에 동행하게 되는 관객 역시 영문 모를 두려움에 뒤덮이게 되는데, 사실 소극장 구조상 불만 꺼도 어둠 속에 놓이기 때문에 겁나기 짝이 없다. 여기에 무대에 덮이는 안개라든지, 불쾌한 울음소리, 갑자기 어둠속에서 저 혼자 움직이는 물건들은 관객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렇게 킵스와 함께 비밀에 서서히 다가가게 한다. 그렇게 빛과 소리만으로 어둠 속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킵스 그 자체인 듯 때론 어색하게 때론 더없이 능숙하게 연기해내는 홍성덕 배우는 관객들이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의 과거 속 시간 여행을 돕는 배우 역의 김경민 배우의 연기도 매력적이다. 2명이서 그날의 공포체험을 재현시킨다는 게, <우먼인 블랙>의 매력이긴 하지만, 조금은 벅차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인형이나 그림 등의 소품을 이용해서 무시무시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그녀'가 등장한다면 두려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완벽한 스토리텔링' '환상적인 무대효과' '웰메이드 각본'으로 인증을 받은 작품이니 공포의 정도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우먼인 블랙>은 6월 29일까지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 2관에서 계속 된다.

 

 

 공연티켓-우먼인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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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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