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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멈추는 순간,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슬픔이 멈추는 시간』 이나미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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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할 것 같은 절망의 순간, 손을 잡아주는 책이 있다. 『슬픔이 멈추는 시간』은 슬픔의 통로를 지나 기쁨에 당도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대치 도서관에서 『슬픔이 멈추는 시간』의 출간을 맞아 이나미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교수, 한국 융 연구소 상임교수, 이나미 심리분석원장으로 『여자의 허물벗기』,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에로스 타나토스』, 『우리가 사랑한 남자』, 『융, 호랑이탄 한국인과 놀다』 등 현대인의 심리를 분석한 다양한 연구를 책으로 풀어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발간한 『슬픔이 멈추는 시간』은 슬픔이 고통의 과정을 통과한 후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에 방점을 찍는다.

 

작가만남-이나미

 

 

이나미 교수는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고 이후 가여운 희생자들이 어른거려 잠을 뒤척였다는 저자는 슬픔을 딛고 기억할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타까운 사건을 들여다보면 오로지 ‘돈’으로 흘러가는 탐욕의 흐름이 가장 중요한 ‘생명’을 앗아갔다. 뼈아픈 깨달음은 ‘생명’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고질적인 문제점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만들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심리 저변에는 자기 자신과 가족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성향을 꼬집는다.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기 비하

슬픔이멈추는시간


“‘투사’라는 용어를 심리학에서 많이 쓰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데로 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 발자국 움직이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어떤 마음의 움직임이 생겨서 외부에서 실천을 한다면, 10년, 20년 후에 또 다른 변화가 올지 모른다. 우리에게 가장 큰 적 중 위험한 것이 “그래봤자 되겠어?” 부정하고 보는 것이다. ‘어차피’가 가장 큰 적이다. 두 번째는 관성이다. 어쩌면 무서운 관성이 현재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오랜 시간 내려온 내 이익만 챙기는 게 관습이고 적패이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한국의 심리 저변에 깔려있는 “가족만 잘 먹고 잘살자‘라는 무서울 이데올로기도 한몫했다. 이런 의식이 움직인다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나라에 대한 원망과 슬픔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기 비하가 당연해진 사회적 분위기는 위험하다.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면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때 항상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무고한 젊은이들이 아픔을 겪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현재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정신적인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큰 희생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아픔을 똑똑히 지켜보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반드시 실패한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슬픔이 멈추는 순간,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작가만남-이나미

 


 『슬픔이 멈추는 시간』에서 슬픔은 퇴행을 넘어 창조적 성장으로 이끄는 통로다. 저자는 우리가 슬픔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할 때,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극한적 상황에서의 창조적 에너지는 가까운 역사 속 두 인물 빅터 프랑클와 프리모 레비를 들 수 있다. 핵심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이 살아난다는 유명한 전언이다.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 안에서 ‘살아남아서 이것에 관해 증언하리라’라고 다짐하며 끝내 살아남았다. 그는 수용소를 나온 이후에도 자신의 삶을 건강히 영위하다 죽음을 맞았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또 다른 인물은 철학자 프리모 레비이다. 그는 재능이 많은 르네상스맨이다. 하지만 빅터 프랭클과 다르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책을 비교해보면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있구나, 하고 알 수 있다.”

 

“고통 = 창조”의 등식은 어쩌면 너무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왜냐하면 삶이 너무 힘들면 창조성은 고사하고 일상을 살아갈 기운조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창조는 편하고 행복하고 안락할 때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창조성은 고통스러워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시기에 비로소 꽃피울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저자는 고통이 창조를 만드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양육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아이를 창조적이고 큰 사람으로 키워내려면 원하는대로 곧이곧대로 다해주면 안 된다. 요즘의 교육 세태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마치 꿀 발라주듯이 다해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건 어쩌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창조적인 사람이 되려면 고생은 불가피하다. 고생의 원동력 안에서 창조가 터져 나온다. 양육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가 잘 먹고 잘사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절대로 창조성이 나올 수 없다.”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쁜 부모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을 해 주려고 먼저 나서는 부모들은 오히려 좋은 부모가 아니다. 자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녀들이 과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 때문에 불행하고 행복한지, 파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 원하는 것은 “부모인 나보다는 오히려 네 자신이 더 잘 알지 않겠느냐?”고 자세를 낮추어 주는 것이다. 자발적인 태도를 키워주고 의견을 수용해주면 아이는 자기 갈 길을 간다.”( 『슬픔이 멈추는 시간』82쪽)

 

 

작가만남-이나미

 

 

이나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면서 칼 구스타프 융을 연구한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융 심리학이 인간의 무의식을 한 단계 더 넓게 본다고 설명한다. 융이 설명하는 인간의 원형적인 조건은 종교, 권력, 사랑의 심성 등 다양한 것들로 나타난다. 그는 인간 내면의 원형적인 심성을 들여다보고 콤플렉스를 들여다본다. 인격의 껍데기로 드러난 페르소나(persona)를 벗기고, 진짜 진정한 자기(self)로 나아가 개성화(Individuation)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융 심리학의 큰 목적이다.

 

“융(Jung)의 연금술은 평범한 돌과 흙에서 금을 만들어보겠다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융(Jung)의 연금술적 창조단계는 9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과학의 기준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제로 슬픔이 깊어지면 화학물질처럼 마음에 변화가 온다. 역경이 지나가고 난 후 사람이 크게 변화는 경우가 많다. 아픈 사람만이 또 다른 아픈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고통을 겪은 이들은 깊은 성찰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융이 깊은 연구를 하게 된 것도 우울증과 연관지을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지게 된 첫 번째 계기는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된 것이다. 다른 연구자들과 사이가 안 좋게 되었다. 애인도 죽고 여러 사건이 겹쳤다. 우울한 사건이 있을 때 자기 집 옆 에 탑을 만들기 시작했다. 융은 속에서 깊은 연구를 했다.”

 

『슬픔이 멈추는 시간』은 융 심리학의 시각으로 성경을 내밀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힘들 때 성경 속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강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성경 속 인물들이 자신과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성경을 읽으면 자신의 처지가 객관화 되서 보일 수 있다.

 

작가만남-이나미

 

 

“비유를 하자면 “다 같이 겪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살면서 이 말이 위로가 될 때가 많다. 내가 겪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성경 속에는 여러 가지 상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내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투영시킬 수 있다.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위해서 성경을 텍스트로 정했다.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한다면 불경, 유교경전을 가지고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싶다.”

 

이나미 교수는 마지막으로 삶 속에서 이해하기 힘든 불행을 마주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 자존감’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다가올 때, 도망가는 것도 현명한 결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슬픔이 멈추는 시간』에 담긴 고통의 창조적 힘을 이야기하며, 고행 가득한 삶을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낼지에 대해 독자들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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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멈추는 시간 이나미 저 |민음인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의 성서 치유 에세이 『슬픔이 멈추는 시간』이 ㈜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통, 분노나 미움으로 인한 마음의 병, 실패로 인한 무력감에서 가족을 잃고 느끼는 깊은 슬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절망하거나 무력감을 겪는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이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 저자는 성경의 한마디에서 위로를 얻기를 권한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온갖 비유를 담고 있는 인류의 고전이기에 심리적 통찰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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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권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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