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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어지고, 흥미로워진 마블의 시대

1980~1990년대의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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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90년대의 마블 코믹스는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영화와 게임 등으로 만들기 위한 미디어믹스 사업을 전개하고, DC와 연합을 해서 <마블 코믹스 VS DC>와 <JLX> 등의 작품들도 내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등 다양한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만들어냈고, 오래 된 캐릭터들을 리뉴얼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왓치맨,퍼니셔

(왼쪽)왓치맨 표지

(오른쪽)퍼니셔 표지


1980, 90년대의 마블 코믹스는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영화와 게임 등으로 만들기 위한 미디어믹스 사업을 전개하고, DC와 연합을 해서 <마블 코믹스 VS DC>와 <JLX> 등의 작품들도 내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등 다양한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만들어냈고, 오래 된 캐릭터들을 리뉴얼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990년대에 많이 팔린 인기작은 100만부가 넘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1998년에는 파산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이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지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마블의 도전은 그 시절에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1986년 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으로 발화된 ‘만화 혁명’은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되어 캐릭터는 깊어지고,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함의가 세련되게 담기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 마블 코믹스는 다양한 미디어믹스 전략을 시도한다. 스탠 리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빌 빅스비와 루 페리노 주연의 <헐크>와 TV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작업에 참여했다. 실버 서퍼도 영화화한다고 발표했으나 불발되었고, 1986년에는 B급영화의 거장 로저 코먼의 뉴월드 영화사를 인수하며 제작에 뛰어들어 <퍼니셔> 등을 만들었다. 장난감, 액션 피규어에 눈을 돌려 하스브로의 캐릭터인 지아이 조와 트랜스포머의 만화를 발간한 것도 이 때였다. 헐크, 울브린, 토르 등이 함께 나오는 <마블 슈퍼 히어로즈 시크릿 워즈>를 출간한 것도 액션 피규어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다크피닉스

(왼쪽)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원서 표지(5월말 국내 출간 예정작)
(오른쪽) 다크 피닉스 사가 표지


마블은 다양한 머천다이징을 시도하는 동시에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크 피닉스 사가>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이후 만들어지는 엑스맨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주요한 설정과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스토리를 쓴 <다크 피닉스 사가>(1980)는 엑스맨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의 하나가 되었다. 60년대부터 등장했던 중요한 캐릭터가 죽은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 팬들도 많았지만,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죽음과 부활은 이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피터 파커가 죽은 후 닥터 옥토퍼스가 스파이더맨이 된 것처럼 팬들의 분노를 사는 경우는 여전히 많지만.

 

<다크 피닉스 사가>는 마블에서 최강의 캐릭터 중 하나인 다크 피닉스로 변하는 진 그레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엑스맨> 2, 3편에서 진 그레이의 죽음과 다크 피닉스의 부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헬파이어 클럽과 엑스맨의 대립이 <다크 피닉스 사가>에서 연유한 것이다. <다크 피닉스 사가>의 진 그레이는 타임 슬립을 통해 윈가드와 결혼한 헬파이어 클럽의 블랙 퀸을 경험하게 되고,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 사이에서 혼돈을 느낀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마스터마인드가 개입하면서 진이 억제하고 있던 피닉스 포스가 해방되어 버리고 우주 공간의 별들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다크 피닉스의 힘은 행성 하나를 파괴하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엑스맨은 다크 피닉스가 된 진과 싸울 수밖에 없었고, 한순간 이성을 찾은 진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다크 피닉스 사가>는 당시까지 진행되던 엑스맨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정리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진 그레이를 잃은 사이클롭스는 엑스맨을 떠나고, 키티 프라이드가 자비에르 영재학교에 들어온다. 13살의 키티는 엑스맨의 최연소 멤버인 동시에 1981년에 시작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엑스맨 이벤트이며 엑스맨을 확장시키고 변주할 수 있게 조형된 탁월한 스토리라고 평가받는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세계는 센티널이 지배하며, 뮤턴트들은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목줄을 매고 캠프에 수용되어 있다. 울버린, 클로서스, 키티 프라이드, 스톰, 레이첼 등은 핵전쟁까지도 불사하려는 센티널을 막기 위하여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려 한다. 1980년에 로버트 켈리 상원의원이 암살당하면서 뮤턴트에 대한 증오심이 폭발하고, 뮤턴트를 정부에서 관리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센티널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된 이유였다. 원작에서는 키티 프라이드의 정신을 과거로 보내고 상원의원 암살을 막아내 임무에 성공한다. 하지만 미래로 돌아온 키티는 여전히 센티널이 지배하는 미래를 보게 된다. 과거를 바꾸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선택이 가져온 미래를 만들었을 뿐 그들의 운명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이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세계는 엑스맨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뮤턴트가 박해받거나 괴멸당하는 미래로서 많은 작품들을 탄생하게 했다.

 

판타스틱장르백서

(왼쪽)울버린 웨폰 X 표지

(오른쪽) 울버린 표지


마블 코믹스는 1980년대에 엑스맨의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슈퍼히어로들의 개별적인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엑스맨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울버린은 82년에 처음 독자 타이틀이 나오기 시작했고, 83년에는 데어데블에 처음 엘렉트라가 출연했다. 1986년은 1961년 <판타스틱 포>가 나오면서 마블 유니버스가 시작된 지 25주년이었다. 크리스 클레어몬트와 프랭크 밀러의 <울버린><다크 피닉스 사가> 이후의 울버린을 그린다. 울버린의 두 번째 영화 <더 울버린>의 원작이라고 할 <울버린>은 사랑했던 여인을 찾아 일본에 간 울버린이 ‘실패한 사무라이’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1991년에 출간된 <울버린 웨폰 X>에서는 뮤턴트로 태어난 울버린이 어떻게 아다만티움 골격과 발톱을 갖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마블에서는 단순하게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중요한 사건이나 과거를 보여주는 앤솔로지를 만들어냈다. 그 중 하나인 <울버린 웨폰 X>는 스토리와 그림 모두 파격적으로 전개되며 ‘그래픽 노블’로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1990년에는 토드 맥팔렌, 짐 리, 롭 라이펠드 등 탁월한 작가들이 등장하며 신선한 작품을 선보였고 토드 맥팔렌의 <스파이더맨>은 250만권이 넘게 팔려나갔다.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단순히 아이들의 영웅만으로 남기를 거부했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신화적인 이야기로 확장되었고, SF와 판타지 그리고 성장드라마와 러브스토리, 사회적인 풍자까지 담아내는 어른의 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판-에이지-오브-아포칼립스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출처: Marvel wiki)


또한 점점 많아지는 캐릭터는 복잡하고, 어두워지고, 폭력적이 되었다. 베놈과 카니지처럼 선악이 불투명한 캐릭터들도 등장하고 심지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들의 다른 설정과 평행 우주의 이야기가 크로스오버되면서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와 <시빌 워>처럼 거대한 이벤트도 만들어졌다.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새로운 설정과 크로스오버는 과거의 팬들을 불러오는 동시에 새로운 독자를 유입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장르로서의 만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와 다양한 독자가 필요한 것이다. 1998년에는 마블이 파산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작품이 중단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클래식 캐릭터를 다시 불러내며 새롭게 시작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스파이더맨 등이 ‘볼륨 1’으로 새출발을 했다. 스파이더맨만 해도 <스파이더맨 챕터 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 나왔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마블은 위기를 맞았지만 더욱 혁신적인 변화를 준비한다. 한층 스토리에 주력하기 위해 소설가, 시나리오작가 등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한 것이다. 마침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벽이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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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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